“최근 전 세계 테마파크에서 어트랙션(놀이기구)에 가상현실(VR)을 접목해 인기몰이 중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테마파크에 왔으면 회전목마를 타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치장한 영화도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처럼 VR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기술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테마와 스토리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박동기 롯데월드 개표가 IT조선 ‘넥스트 VR 2018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IT조선DB
박동기 롯데월드 개표가 IT조선 ‘넥스트 VR 2018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IT조선DB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는 19일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IT조선 주최로 열린 ‘넥스트 VR 2018 콘퍼런스'에서 ‘대형 테마파크의 VR 도입이 가지는 의미'라는 주제의 세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간 700만명이 찾는 국내 대표 테마파크 롯데월드는 2019년 개장 30주년을 맞는다. 롯데월드는 그동안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어뮤즈먼트 파크(유원지)의 지위를 넘어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직접 체험하는 진정한 의미의 테마파크 실현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최근에는 놀이기구, 퍼레이드 쇼와 같은 전통적인 테마파크 콘텐츠 외에 영화관, 게임장, 테마 거리 등 여러 문화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몰링(malling) 트렌드를 반영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VR도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드는 노력 중 하나다. 롯데월드는 2016년 11월 롤러코스터에 VR 게임을 접목한 후렌치 레볼루션 2를 처음 도입했다. 당시 방문객이 세시간씩 기다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자이로드롭에 VR을 접목해 70미터(m) 높이에서 1000m 낙하를 체험하는 콘텐츠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기존 VR 콘텐츠와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테마파크형 VR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롯데월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인 테마파크형 VR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정부는 VR 분야 R&D 원천기술과 VR 콘텐츠 개발, 동반성장 등 사업을 추진했는데, 롯데월드는 VR 테마파크 부문 과제 사업자로 선정됐다. 롯데월드는 2017년 3월 테마파크 최초의 VR 전용 체험 공간 ‘VR 스페이스’를 오픈했다.

2017년 11월(미국 올랜도)과 2018년 6월(중국 홍콩)에는 세계 테마파크 및 놀이기구 박람회 ‘IAAPA’에 참석해 세계 테마파크 관계자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테마파크형 VR에 꼭 필요한 요소로 ▲아이디어 ▲아날로그 감성 ▲콘텐츠 영역 확장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독일 유로파 파크에 VR을 결합한 롤러코스터를 처음 도입한 맥미디어는 이 아이디어를 발판으로 세계 42개 테마파크에 54개 콘텐츠를 수출하면서 테마파크형 VR의 가능성을 알렸다"며 “VR 콘텐츠는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차별화를 꾀하려면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수다"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감성은 단순히 과거의 추억이나 알려진 이야기를 들먹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테마와 스토리만큼이나 몰입도 역시 감성을 충족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다.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서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촉감, 무게감, 온도 등 실제 세계에서의 감각을 추가로 동원할 수 있다면 리얼리티는 극대화되고, 개개인의 감성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콘텐츠 영역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반 게임처럼 한 번 즐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다음을 기대케 하는 기승전결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치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쉬, 디저트로 구성된 식사 메뉴처럼 테마파크형 VR은 스토리 전달과 설렘을 주는 프리쇼, 즐거움이 극대화되는 메인쇼, 체험한 가상세계의 여운을 현실로 이어주는 포스트쇼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반 게임형 VR보다 콘텐츠별 몰입도를 높여 2시간도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현실에서는 2분이면 끝나는 롤러코스터도 VR을 결합하면 같은 코스를 두 바퀴 돌면서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4분짜리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며 “무게, 착용성 등 현재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갖는 하드웨어적 한계만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감동을 주는 테마파크형 VR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