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용화를 앞둔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VR)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관련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단기적인 목표 설정과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까지 바라보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IT조선은 19일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넥스트 VR 2018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마련된 특별 토론에서는 이혁수 수원대학교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 VR전공 교수를 좌장으로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기술원 증강현실(AR)·VR·광학 개발팀장, 이영호 KT 서비스팀 팀장, 김재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방송콘텐츠 PM이 패널로 참석해 한국 VR 시장과 5G에 관해 토론했다.
2019년 상용화 예정인 5G는 VR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5G는 현재 4G와 비교해 체감 전송속도는 100배 빠르고, 응답속도도 50배 빨라 고용량 VR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 더욱 실감 나는 사용자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연결성도 4G보다 10배 높아 다수 VR 기기를 연결해 구동할 수 있게 되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 언제 어디서나 VR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G의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게임, 동영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쇼핑, 영상회의 등 폭넓은 분야에서 VR이 활용될 전망이지만, 빠른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킬러 서비스의 등장이 꼭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킬러 서비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듯 5G 시대를 대비한 VR 시장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VR 시장 생태계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13개 범부처 성장동력 분야 중 하나로 VR을 선정하고, 교육·제조·의료 등 여러 산업에 걸친 융합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또 “인프라 측면도 중요한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자에 자사 AR 툴킷을 공개하는 이유도 기술 표준을 선점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피로도 저감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 360도 영상 및 가상 공간 정합 기술 등에 대한 R&D 지원에도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진수 팀장은 업계 관점에서 “SK텔레콤에서도 그동안 많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대기업이 조금 도와준다고 해서 시장이 갑자기 확 커지는 건 아니다"라며 “당장 조급해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인큐베이팅된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나 대기업이 교두보를 마련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기업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우수한 기술을 이식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5~10년 후에는 서로 성장할 것이란 마음가짐으로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호 팀장은 “시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게임과 같은 특정 영역에만 지나치게 쏠리면서 업계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결국 돈 벌 곳이 없다는 것이다"라며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고, 기업은 투자하면 헛돈 되는 게 아니라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콘텐츠 사업자는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고도화에 집중하는 등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우선은 시장이 확대되도록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각 패널에게 5G가 VR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이혁수 교수의 요청에 대해 전진수 팀장은 ‘프리덤(자유)’이라고 했다. 현재 VR 기기의 한계인 선을 5G가 잘라줄 것이란 관측에서다.
이영호 팀장은 ‘핏줄'이라고 했다. 5G를 통해 VR이 온몸이 느낄 수 있는 실감형 콘텐츠의 기반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담았다.
김재현 PM은 ‘길'이라고 했다. 그 길이 좁은 길이 될 수도, 큰 길이 될 수도 있지만, 5G가 VR 산업 발전의 길목을 터줄 것이란 확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