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무관용 이민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센 가운데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 수장이 앞다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9일(이하 현지시각) 아일랜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다"라며 "(무관용 이민정책은) 비인간적인 처사고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과거 불법 입국하다 체포된 부모를 일단 석방해 추방하는 방식을 취했다. 하지만 최근 미 법무부는 밀입국자 전원을 체포해 연방법원에 기소하는 '무관용 정책'을 따른다. 이 과정에서 밀입국한 부모가 체포되면 미성년 자녀는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 격리 조치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에서 불법 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모습. / CNN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에서 불법 입국하다 체포된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분리 수용하는 ‘무관용 정책' 추진을 주장하고 있는 모습. / CNN 갈무리
미 NBC 방송은 18일 미 보건복지부가 4월부터 5월까지 무관용 정책에 따라 격리된 1만1785명의 어린이가 부모와 떨어져 지낸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부 언론을 통해 수용소에 머물면서 울고 있는 어린이의 오디오를 방송하면서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고조됐다.

쿡 CEO는 "아이들의 (격리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모든 사람은 존엄과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나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시민이 되기 위해 힘쓴다"며 "가만히 앉아 불평하는 것보다 당신의 관점을 옹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당장 이 정책(무관용 이민정책)을 중지해야 한다"며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 등과 같은 조직은 미국 국경을 넘은 가족의 법적 자문과 번역 서비스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 조직은 전직 페이스북 직원 데이비브 윌머와 샤롯 윌머가 시작했고, 4일 만에 500만달러(55억2700만원)를 모았다. 저커버그가 참여를 독려한 후 20분 동안 무려 6000달러(663만2400원)의 기금이 모였으며,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기금 마련이 동참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비판한 트윗. / 트위터 갈무리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을 비판한 트윗. /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를 통한 미국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CEO의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민 정책에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17년 이민 문제를 해결하고자 400만달러(44억2160만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피차이 CEO는 "국경에서 격리되는 가족의 이야기는 속이 쓰린 소식이다"며 "우리 정부가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는 보다 인간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CEO는 "정치과 관계없이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프다"며 불법 이민자 가족을 돕는 방법을 링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며 무관용 정책으로 미국 국경에서 부모와 헤어져 있는 수천명의 이주민 자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나섰다.

이란 이민자 출신인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아버지이자 시민, 이민자로서 국경에서 전해오는 소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가족을 격리하는 정책은 부도덕하고 잘못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척 로빈슨 시스코 CEO는 "(무관용 정책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다"며 "당장 해당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공식 성명서에서 무관용 정책에 대해 "당황스럽다"고 명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19일 트위터를 통해 "1만2000명의 어린이 중 1만명이 부모에 의해 매우 위험한 여행을 했고, 이중 2000명만이 부모와 함께 있다"며 "불법으로 입국하는 사람은 반드시 체포해야 한다"는 무관용 정책 추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자영업연맹(NFIB) 75주년 기념행사에서도 "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만 한다”며 “밀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