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21세기 폭스 인수액이 치솟는다. 컴캐스트가 21세기 폭스 인수에 뛰어들자,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인수액을 기존보다 35% 높게 불렀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21세기 폭스 주요 자산을 주당 38달러(4만2000원)에 책정해 총 713억달러(78조8720억6000만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디즈니가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 주식을 주당 28달러(3만970원)로 계산해 제시한 524억달러(57조9701억2000만원)보다 35% 증가한 금액이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 트위터 갈무리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 트위터 갈무리
디즈니는 폭스 주주에게 현금 50%와 주식 50%를 제공할 계획이며, 21세기 폭스의 부채 137억달러(15조1563억1000만원)를 떠안는다. 총 인수액은 850억달러(94조355억원)에 달한다.

디즈니는 컴캐스트가 13일 21세기 폭스 인수금액으로 650억달러(71조9095억원)를 부르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컴캐스트는 21세기 폭스 한 주당 35달러(3만8700원)를 책정해, 인수액 640억달러(70조7968억원)를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디즈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애초 디즈니는 2017년 12월 21세기 폭스 소유의 영화, TV 스튜디오, 위성방송, 케이블 채널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디즈니는 20세기폭스, FX・내셔널지오그래픽과 같은 케이블 채널, 폭스 스튜디오,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 지분과 인도 미디어 그룹 스타 인디아 등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디즈니는 당초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12~18개월 이내에 거래를 완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트 디즈니의 상징 ‘미키 마우스'를 만든 미국 영화 감독 월트 디즈니 / 트위터 갈무리
월트 디즈니의 상징 ‘미키 마우스'를 만든 미국 영화 감독 월트 디즈니 / 트위터 갈무리
하지만 컴캐스트가 디즈니 인수에 뛰어들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기자 디즈니가 베팅을 건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폭스 이사회는 애초 7월 10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디즈니의 제안을 받아들일 지 여부를 투표에 붙일 예정이었지만, 컴캐스트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주주총회를 연기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일단 21세기 폭스는 디즈니의 제안에 마음이 기운 모양새다. 루퍼트 머독 폭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1세기 폭스에서 구축한 비즈니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21세기 폭스와 디즈니 결합 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21세기 폭스가 디즈니의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투나 아모비 CFRA리시치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에 "컴캐스트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려면 디즈니보다 최소 15% 많은 금액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