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디어빅뱅] ③핵폭풍 일으킨 21살 넷플릭스

입력 2018.06.27 06:00

콘텐츠·미디어 시장이 빅뱅 태풍에 빠졌다. DVD 대여로 사업을 시작한 넷플릭스발 시장 재편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르다. 기존 콘텐츠·통신 업계 강자가 후발주자인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묘한 형국이 만들어졌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2500만명을 거느린 거대 인터넷 영화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한때 콘텐츠 공룡인 월트디즈니의 시가총액을 넘어선지 오래다. 위기에 빠진 디즈니는 ‘미디어 제국’으로 평가받던 21세기 폭스의 TV·영화 부문을 78조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하며 넷플릭스에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미국 2위 통신사인 AT&A는 워너브라더스·CNN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IT조선은 글로벌 콘텐츠·미디어 분야 변화의 핵심을 집어봄으로써 향후 시장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코드 커팅’(Cord cuttiing)은 미국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동영상 콘텐츠 소비의 도구가 TV가 아닌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며 수십 년 동안 미국 미디어의 중심축이던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TV를 해지하는 코드 커팅에 속도가 붙었고, 전통 미디어 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대부분의 매출을 유료방송 가입자 요금에 기댔던 컴캐스트와 같은 케이블TV 업체는 코드 커팅이 가속화되자 타격을 입었다. 케이블TV에 방송∙영화를 제공하며 콘텐츠 수수료를 받던 CBS∙ABC∙NBC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월트디즈니∙21세기 폭스∙바이어컴 등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이 줄었다.

그러자 미국 2위 무선통신업체 AT&T는 미국 3위 미디어 업체 타임워너를 인수하고, 월트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손에 넣었다. 케이블TV에 콘텐츠를 배급하는 기존 모델이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방향을 틀고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2016년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모습. / 넷플릭스 제공
코드 커팅으로 비롯된 전통 미디어 간 합종연횡을 일으킨 주인공은 OTT 최강자 넷플릭스다. 실제로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5월 IT 전문 매체 리코드가 주최한 ‘코드 콘퍼런스'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타임워너를 인수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 CEO는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많은 미디어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며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까지 소유하는 수직적 통합(vertically integrated)을 이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초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콘텐츠 공급업체는 완전히 수직적으로 통합돼 있다"며 "넷플릭스라 불리는 이 기업은 콘텐츠를 만들고 모으고 배포하면서 번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 미디어 M&A 원인 제공자 ‘넷플릭스’

CNBC는 13일(이하 현지시각) "지난 2년 동안 기존 미디어 회사 경영진이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며 "전통 미디어 회사의 중역 대부분은 넷플릭스가 책임은 없지만, 적어도 '살인 무기(murder weapon)'를 들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때 DVD 대여업체였던 21살의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 업체로 시작해 막강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복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콘텐츠 사업자와 다른 길을 걸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AT&T∙디쉬네트워크 등 유료 방송 사업자와 거래하거나 광고주를 유치하지 않았다. 대신 오래됐거나 인기가 없는 콘텐츠를 구매하며 라이브러리를 늘렸다. 또한, 2013년 2월 ‘하우스 오브 카드'를 시작으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동안 다른 콘텐츠 제공업체는 스포츠 중계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 콘텐츠 사용료를 올렸고 그 결과 소비자가 부담할 케이블TV 사용료는 상승했다. 반대급부로 넷플릭스의 인기가 높아졌다. 소비자는 한 달에 80~100달러(8만9400~11만1800원)짜리 케이블TV 대신 월 8달러(8900원)를 내고 넷플릭스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뉴 블랙' 등 넷플릭스가 만든 콘텐츠로 눈을 돌렸다. 넷플릭스는 2016년 처음으로 타임워너의 유료 케이블 채널 HBO를 제치고 최고의 자체 콘텐츠 제작 업체로 선정됐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 조선일보 DB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지난 5년 동안 9200만명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투자은행 BTIG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2018년 1분기 기준 1억2500만명)가 2020년까지 2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넷플릭스가 2030년까지 3억6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리라 예상한다. 넷플릭스는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총 8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반면, 케이블TV 및 인공위성TV 등 유료 TV 가입자 수는 같은 기간 매년 줄었다. 미국 회계 법인 딜로이트가 2017년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75% 내외를 유지하던 미국 유료TV 가입률은 2017년을 기점으로 63%까지 급락했다. 유료 TV 서비스를 더는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가운데 27%는 2017년에 코드 커팅을 실행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 프레딕트는 2015년 1억명이던 유료 TV 가구수가 2020년에는 9500만 가구로 떨어지리라 전망한다.

◇ 전통 미디어 강자 월트디즈니·컴캐스트 시총 넘어서

투자자는 소비자의 반응을 얻은 넷플릭스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주식은 5년 사이 1050%, 2018년에만 두 배 이상(109%) 상승했다.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5월 24일 기준으로 1530억달러(171조540억원)를 돌파하며 월트디즈니와 컴캐스트를 앞지르고 미디어 콘텐츠 분야 1위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AT&T가 타임워너를, 디즈니가 21세기 폭스 인수를 발표한 이후에도 넷플릭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넷플릭스 목표 주가를 490달러(54만7820원)로 상향했고, AT&T가 타임워너 인수를 완료하기 하루 전인 13일 넷플릭스 주가는 5.6% 상승한 384.25달러(42만9600원)에 마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2130억달러(238조1340억원)로 S&P 500에 속한 18개 회사의 시가총액 합을 넘어선다. 여기에는 AT&T, 마스터카드, 시스코 등이 포함된다.

시장조사업체 GBH 인사이트는 한술 더 떠 20일 넷플릭스 목표 주가를 500달러(55만9000원)로 제시했다. GBH 인사이트의 예상대로 들어맞을 경우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2173억5000만달러(242조9973억원)로 올라간다.

GBH 인사이트는 “넷플릭스는 경쟁력이 있고 2020년까지 전 세계 스트리밍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능력과 독창적인 콘텐츠 구축 능력이 있다”며 “강력한 수익과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GBH 인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사용자는 주당 10시간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청한다. 이는 경쟁업체 아마존, 훌루 가입자가 주당 5시간을 소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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