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난이도 향상과 그로 인한 채산성 악화, 잇따른 대형 거래소의 해킹 사고 등으로 인해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그 여파가 그래픽프로세서유닛(GPU)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스팟 등 외신들은 21일(현지시각) 미국의 온라인 투자 전문매체 시킹알파(Seeking Alpha)의 보고서를 인용, 최근 엔비디아가 GPU 과잉 재고 문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킹알파는 최근 암호화폐 열기가 사그라지면서 채굴용 GPU의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그로 인해 대만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한 대형 거래처에서 무려 30만 개의 GPU를 엔비디아에 반품했다고 밝혔다.

특히 시킹알파는 엔비디아가 암호화폐 채굴 시장용 GPU 수요 예측을 실패한 것이 과잉 재고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했다. GPU를 이용한 암호화폐 채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채굴 난이도가 향상하고 더 효율이 좋은 채굴전용 주문자특화반도체(ASIC)가 등장하면서 채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시장을 너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월 실적발표에서 암호화폐 채굴 수요에 대비해 GPU 공급량을 올해 하반기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를 탑재한 신형 그래픽카드의 출시를 계속 미루는 것도 넘쳐나는 GPU 재고 처리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는 2016년 5월 파스칼(Pascal) 아키텍처 기반 ‘지포스 10 시리즈’ GPU를 출시한 이후 2년 넘게 차세대 아키텍처 기반 그래픽카드용 GPU를 출시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용 차세대 GPU를 2018년 상반기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3월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18’은 물론,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8’에서도 차세대 GPU의 발표는 없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텍스 2018 개막을 하루 앞둔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그래픽카드용 차세대 GPU 발표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일단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