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현대차·아우디 메가톤급 수소차 동맹의 시사점

입력 2018.06.25 06:00

최근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 그룹의 수소차의 매머드급 동맹이 화제다. ‘현대·기아차’와 ‘아우디’가 각 그룹을 대표한다. 수소전기차와 관련한 연료전지 기술과 부품을 공유한다. 이 동맹으로 현대차그룹은 1998년부터 개발해 온 수소전기차 기술을 연간 1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폭스바겐그룹을 통해 확장이 가능하고, 폭스바겐그룹은 안정적인 기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두 회사는 나아가 수소전기차 분야의 기술표준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이 수소차와 관련한 동맹 관계를 맺었다. 사진은 현대차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동력계. /현대차 제공
자동차 업계의 동맹이 유행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미래차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잇따라 맺고 있다. 전동화(e-모빌리티), 커넥티비티(연결성)에 기초한 자율주행차, 수소연료 전지차 등을 나홀로 감당하기에는 연구의 범위와 처리해야 할 정보가 너무 방대하다. 또 다양한 회사가 참여할 경우 기술 표준 합의하기도 쉽고 연구개발비도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의 동맹이 아닌, 자동차 기업끼리의 동맹은 자동차 기업의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가전 제품에 제아무리 인공지능(AI)이 들어온들 냉장고는 자리를 옮기지 않는다. 외부 연결성만 강화된다. 하지만 자동차는 연결성(커넥티비티), AI, 하드웨어, 서비스 등이 한데 묶여 있다.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플랫폼은 바로 움직이는 ‘자동차' 그 자체다. 쉽게 말해 냉장고는 AI가 요리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지만 자율주행차는 스스로 운전까지 가능하다.

전통 자동차 업체가 보유한 연간 수백만대의 양산 체제는 플랫폼과 인프라 측면에서 상당한 무기다. 첨단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제아무리 개발해 봐야 그것을 얹을 하드웨어, 즉 자동차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수많은 ICT 기업이 자동차 도전을 선언했지만 오래가지 못해 자동차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백년이 넘게 자동차를 만들어 온 자동차 회사의 노하우가 있다.

ICT 기업이 아무리 첨단 기술을 만들어도 그것을 얹을 자동차는 자동차 회사가 제일 잘 만든다. / 기아차 제공
지금은 선행 기술의 노하우를 ICT 기업이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자동차 분야에서만큼은 제조 인프라와 자동차라는 플랫폼 그 자체를 쥔 자동차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수 밖에 없다.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도 본원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는 사람을 태우고 직접 이동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안전’ 개념이 접목돼 있다. ICT 기업들은 ‘안전 = 목숨’이라는 인식이 크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는 안전을 하나의 철학으로 다루고 있다. 이 역시 자동차 산업에서 여전히 자동차 기업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힘이다.

현대·기아차와 아우디의 동맹도 자동차 회사들의 기득권이 더 강화되는 사례로 보여진다. 그간 자동차 회사간 협력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의 변화도 읽을 수 있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플랫폼인 자동차가 변하지 않는 한, 외부와 파이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게 지금 자동차 회사들의 생각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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