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장치)’개발을 본격화하고, 미래 혁신산업 분야인 신에너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다. 이를 위해 ESS 관련 핵심 기술 및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전문기업인 핀란드 바르질라와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전략적 협업도 추진한다.
26일 현대차그룹은 ‘재활용 배터리 ESS’ 개발의 가속화 및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 바르질라(Wärtsilä)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 협약은 ESS 관련 신에너지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자원 순환성 제고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및 에너지, 각 부문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두 회사가 손잡고 글로벌 ESS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에도 관심이 모인다.
하비에르 카바다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 대표는 “바르질라와 현대차그룹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분야인 재활용 배터리 기반의 ESS 제품을 개발해 전세계 고객 및 파트너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르질라는 핀란드 에너지 분야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글로벌 177개국 이상에서 67GW(기가와트) 규모의 발전설비 용량을 구축하는 등 경쟁력이 높다. 또 2017년 미국 ESS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ESS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를 인수, ESS 설계·제작·제어 기술력과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과 바르질라는 이번 파트너십 협약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제품 개발과 함께 글로벌 사업화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의 잔존가치와 ESS 핵심 기술을 결합해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재활용 배터리 기반의 ESS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재활용 배터리 ESS 관련 확고한 기술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글로벌 실증 시범사업을 다수 전개할 방침이다.
◇ 테슬라도 주목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전기차와 동반성장 노린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송∙배전, 가정 및 산업용 등 다양하게 활용돼 전력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한다. 때문에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해 사용되는 필수 장치로 꼽히고 있다.
더욱이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주 전력저장원인 ESS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유망 산업이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의 확산과 더불어 기존 전력 인프라의 대체 수단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증가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ESS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온 테슬라 역시 ESS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더불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태양광 발전회사인 ‘솔라시티’도 운영 중이다. 허리케인에 의해 전력 네트워크의 붕괴를 경험한 푸에르토리코에 ESS와 태양광을 연계한 전력인프라 재건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테슬라가 현재 전기차·전력생산·전력저장 분야의 회사를 한번에 운영하는 유일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10GWh는 2만8000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64㎾h 배터리 장착)을 15만5000대 이상 충전할 수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역시 2017년 110만대 수준에서 2025년 1100만대, 2030년 3000만대로 성장 중이다. 2040년에는 6000만대로 연간 판매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혹독한 사용 환경을 감안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계, 제작되는 전기차 배터리 특성상 전기차 판매가 늘면, 재활용이 가능한 배터리도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실제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에 따르면 7~8년 정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용도 변경해 재활용할 경우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연장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는 등록된 자산으로 회수가 수월하고, 사업화에 적합한 물량 확보가 용이하며, 신규 배터리 대비 낮은 가격이 장점이다.
때문에 독일, 영국, 중국 등은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구매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는 폐차 시 탈거된 배터리를 해당 지자체에 반납해야 하며 재활용, 분해, 처리 방법에 대한 규정 마련이 논의되는 중이다.
결국 ESS같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이 나오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고,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여기에 전기차 보유자에게는 배터리 보상 교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 시 배터리 잔존가치를 선보상하는 방법 등을 통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 현대제철, 당진공장 안에 1메가와트급 ESS 설비 구축 중
현대차그룹은 이번 파트너십 협약을 토대로 ESS 설계 및 제작 기술 확보, 설치 및 운영 경험 축적, 유지 및 보수 편의성 제고 등 차별화된 핵심 기술력 강화 및 사업성 확보에 주력한다.
또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쏘울 EV의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추가로 미국 등 글로벌 지역에서 실증 시범사업을 확대, 실시하고, 향후 3년내에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