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블록체인 현장] ②동유럽이 뛰고 남유럽 소국이 민다...엑스포 가보니

입력 2018.06.29 15:56 | 수정 2018.07.11 11:10

러시아·우크라이나 동유럽이 기술 선도
몰타·키프로스·지브롤터 발빠른 제도화

유럽 대륙이 블록체인 바람으로 꿈틀대고 있다. 블록체인을 정치·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각 분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럽 각국의 행보는 가상화폐 가격 등락에 울고웃는 한·중·일 지역의 한탕주의 흐름이나 묻지마 투자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르다. 새 기술 패러다임으로 ‘골디락스(Goldilocks·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 시대를 준비하는 유럽의 블록체인 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6월 27일~2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전시장에서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2018’이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약 25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엑스포 등록자수는 약 8000명이었다. 400여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100개를 훌쩍 넘는 블록체인 세션도 있었다. 하지만, 매년 17만명 이상이 찾고 3000개 기업이 부스를 마련하는 세계 최대 IT쇼 CES와 비교하면 규모는 매우 작은 편이었다.

블록체인 엑스포는 미국,유럽 등을 순회하며 열린다. 지난해 블록체인 엑스포 유럽 행사는 베를린에서 열렸다. 블록체인 엑스포는 아직 태동 단계에 있지만, 이날 행사는 유럽 각국의 블록체인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래픽 = 김다희 기자
우선 엑스포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동유럽권 출신이 만든 기업들이 즐비했다. 참관객을 맞는 사람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더라도 해당 기업과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본사나 개발본부가 동유럽 국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수학과 암호학 인력이 풍부하고 노동력이 싼 동유럽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큰 규모로 참여한 기업은 신금융 서비스를 표방한 헤드페이(HEdpAY)였다. 엑스포 중앙에 자리잡은 헤드페이는 유로, 달러, 파운드 등 법정 화폐(fiat money)와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거래소와 신용카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행사 기간 중 프리ICO(pre- ICO)를 진행했다. 회사 주소는 런던으로 돼 있지만, 개발 본부는 발트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에 자리 잡고 있다. 회사 중역은 캐나다, 이탈리아 등으로 다양했다.

미라랩(Mira Lab)은 우크라이나 업체. 쉽고 간편하면서도 안전하게 암호화폐를 주고받고 저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미라박스’를 만드는 중이다. 지난 4월 토큰 사전 판매를 진행했으며 오는 9월 토큰 정식 판매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엑스포에서 연말까지 ‘미라 월렛'을, 내년 3월까지는 미라 메인넷을 내놓겠다는 로드맵도 내놓았다.

블록체인 기반 대부 중개업을 내세운 이코이노믹(ecoinomic)의 경우, 창업자는 러시아인이고 회사는 벨라루스에 있으며 마케팅 업무는 네덜란드인이 주도하는 팀이었다.

헤드페이 부스 /류현정 기자
기술 분야에서 동유럽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면, 법과 제도, 교육 분야에서는 남유럽 소국들의 바람이 거셌다. 서유럽 기업들이 암호화폐 투기성을 이유로 법적 규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틈을 타 남유럽 소국들이 암호화폐 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다.

지중해 6개 섬으로 이뤄진 영국령 몰타는 지난 3월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 1위인 바이낸스의 본사를 유치할 정도로 암호화폐에 우호적이다. 바이낸스 본사는 원래 홍콩에 있었다.

이날 몰타의 국제금융센터 부스에서 만난 이반 그레흐(Ivan Grech) 사업 개발 총괄은 “바로 어제 몰타 국회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관한 3개 법안(Malta Digital Innovation Authority Bill, the Virtual Financial Assets Bill, and the Technology Arrangements and Services Bill)을 통과시켰다”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몰타는 유럽 국가 중 암호화폐에 관한 법제화를 처음 이룩한 나라”라면서 “우리는 EU 회원이기 때문에 EU정부한테도 승인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몰타 정부는 오는 10월 ‘델타 서밋'이라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도 개최할 예정이다.

몰타의 국제금융센터 부스에서 만난 이반 그레흐(Ivan Grech) 사업 개발 총괄(맨 왼쪽)이 몰타 정부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우호적인 정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류현정 기자
암호화폐 친화적인 국가를 홍보 포인트로 내세워 부스를 차린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도 눈에 띄었다.
키나니스(KINANIS)는 키프로스와 몰타에 각각 법인을 둔 35년 역사의 법무법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키프로스와 몰타에서 ICO에 관한 전문적인 법률 컨설팅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아바커스(abacus)는 지브롤터에 1974년 설립된 금융 서비스 회사로 이번에 ‘스타트업 패키지’를 상품을 들고 나왔다. 지브롤터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절차를 4200파운드에 대행해주겠다는 것이다. 지브롤터도 몰타와 마찬가지로 영국령이다.

남유럽 소국의 국가 차원의 홍보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출신이 만든 블록체인 기업 모바일브릿지(MoblieBrige) 등 다수 기업이 남유럽 소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세 천국’으로 불리는 키프로스의 ‘니코시아 대학(University of Nicosia)’ 부스도 발길을 끌었다. 니코시아는 키프로스의 수도다. 니코시아 대학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블록체인 학위 과정을 개설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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