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그룹 지주회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재계에서는 젊은 리더인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인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 추진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하지만 주력사업 정상화, 상속 문제 등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LG는 2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LG전자 구광모 상무의 신규 등기이사 선임안 가결에 이어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회장 직함을 부여했다. 이로써 구광모 회장은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LG의 4세대 총수가 됐다.

◇ 구광모호, 전장·로봇 등 신사업 개척 속도

재계 일각에서는 구 회장 선임 이후에도 LG가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시스템으로 안정화돼 있어 경영시스템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점친다. 구 회장 역시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급격한 변화보다 경영 안정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LG의 신성장 사업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자율주행차 등 분야 인수 합병에 적극 나서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주총에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전 대표는 네이버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빅데이터 등 관련 신사업에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조선일보DB
LG전자는 또 최근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KW를 인수한 만큼 자동차부품(전장) 사업에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로봇 부문에도 2017년부터 현재까지 5개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00만달러(33억5000만원)를 투자했다.

◇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사업 부활 관건…상속세 1조원 부담도

LG 책임경영자로서 구광모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다각도의 노력에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1분기 MC사업본부는 13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신작 G7 씽큐의 성과가 미흡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는 가운데 구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관건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업황 악화로 동력을 잃은 LG디스플레이의 체질 개선도 구 회장의 경영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지분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구 상무는 LG 지분 6.24%를 보유해 고 구본무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3대 주주다.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구 상무가 지분을 넘겨받으면 상속세만 1조원을 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재계에서는 지분 일부 매각, 일부 상속, 분할 납부 등 상속 방법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구 부회장의 LG 지분 일부와 구광모 회장이 가진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도 가능성이 있다.

LG는 구 회장은 현재 지분에 1.5%만 더하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상속세는 구본무 회장이 사망한 달 5월부터 6개월이 지난 11월까지 납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