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vs 일본 카피…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쑈핑' 살펴보니

입력 2018.07.04 06:00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삐에로쑈핑’은 신의 한 수일까 아니면 일본 카피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6월 27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에는 그동안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특이한 쇼핑점 ‘삐에로쑈핑’ 1호점이 문을 열었다. 2513㎡(760평) 공간에 자리한 삐에로쑈핑 1호점을 들어서면 대형마트에 버금가는 4만종에 달하는 상품이 복잡하게 소비자를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상품정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가지런히 정돈돼 있지 않고 임의로 복잡하게 배치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신세계그룹 제공
‘펀&크레이지’ 콘셉트를 내세운 삐에로쑈핑은 일본을 한 번이라도 여행해 본 사람에게 익숙한 매장 구성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쇼핑 엔터테인먼트’의 원조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한 ‘카피’ 성격 때문이다.

돈키호테 후지사와역점. / 야후재팬 갈무리
돈키호테는 간판에서부터 ‘놀라움(驚)’과 ‘저렴함(安)’을 강조하는 일본의 할인잡화점이다. 매장 크기는 대형마트에 비할 데 없이 작지만, 대형마트에 버금갈 만큼 다채로운 상품을 갖췄다. 일본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슈퍼마켓·편의점·만물상’ 같은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은지 오래다.

야스다 타카오(安田隆夫)는 1978년 ‘도둑시장(泥棒市場)’이라는 이름의 잡화점을 창업했고, 1989년 돈키호테라는 이름의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돈키호테는 2017년 매출 8288억엔(8조3503억원), 영업이익 462억엔(4654억원)을 기록했고, 2018년 6월 기준 전 세계에 403개의 점포가 있다. 현재는 자체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대형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돈키호테 연간 매장 방문객 수는 1억8234만명, 상품수는 12억8605만점에 달한다.

돈키호테 오사카 도톤보리점. / 위키피디아 제공
◇ 슈퍼마켓에 돈키호테를 더하니 매출이 두배로 올라

일본서 편의점 패밀리마트를 운영하는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는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자사 슈퍼마켓 ‘아피타’와 ‘피아코’ 등 여섯 개 점포를 ‘메가(MEGA) 돈키호테’ 매장으로 변신시켰고,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메가 돈키호테. / 위키피디아 제공
기존 슈퍼마켓에 돈키호테 영업 방식과 노하우, 상품을 적용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18억엔) 늘었고, 하루 방문객 수도 2.2배(4만4000명) 증가했다.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이익도 2배(3억6000만엔) 증가했다.

유니패밀리마트홀딩스 측은 슈퍼마켓 실적 향상에 대해 “기존 슈퍼마켓이 가진 신뢰성에 돈키호테의 특징인 저렴한 상품, 쇼핑의 즐거움 등이 더해진 결과 기존 슈퍼마켓을 찾지 않던 20~40대 가족 소비층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유니패밀리마트는 돈키호테로 변신시킨 여섯 개 슈퍼마켓의 향후 실적을 살펴본 뒤 나머지 슈퍼마켓의 업태 전환을 결정할 예정이다.

◇ 돈키호테 매장 어떻게 구성됐나 봤더니

돈키호테 매장은 ‘압축진열(圧縮陳列)’이라 부르는 상품 진열 방식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상품 진열대는 물론 소비자 머리 위에도 상품을 빼곡히 채우는 이 방식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에게 ‘보물찾기’와 비슷한 재미를 준다.

돈키호테의 상품 압축진열. / 트위터 갈무리
매장의 상품 구성도 지역과 매장 형태에 따라 다르다. 역 주변에 위치해 주차장이 없는 돈키호테 매장의 경우 소비자가 쉽게 들고 갈 수 있는 식료품과 잡화, 생활용품 비율이 높고, 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자동차를 타고 와 쇼핑을 할 수 있는 매장의 경우 TV 등 부피가 큰 대형 상품 비중이 높다. 기존 슈퍼마켓 혹은 백화점을 돈키호테로 변신시킨 매장의 경우 육류 및 생선 등 신선식품을 주요 상품으로 취급한다.

돈키호테는 같은 상품이라도 매장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이유는 상품의 가격 결정 권한을 매장을 운영하는 점장 및 지역 매니저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상품의 가치는 해당 지역 매장의 점장과 매니저가 가장 잘 안다는 판단에서다.

돈키호테 일부 매장은 ‘최저가 보장제도’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돈키호테에서 상품을 이미 샀더라도 다른 곳에서 같은 상품의 가격이 더 낮다면 차액만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돈키호테는 소비자의 반품 요청을 받을지 말지에 대한 권한도 해당 점포의 점장에게 맡기고 있다. 상품의 명백한 결함이 아니라면 점장이 소비자의 반품을 거부할 수도 있다.

돈키호테는 ‘정열가격(情熱価格)’이라 불리는 자체 브랜드 상품도 판매한다. 브랜드 상품은 ‘최저가’를 추구하는 ‘정열가격’과 상품의 부가가치를 중시하는 ‘정열가격 플러스’, 품질을 우선으로 하는 ‘정열가격 프리미엄’으로 나뉜다.

돈키호테는 영업시간도 매장별로 조금씩 다르며, 일부 매장의 경우 24시간제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매장은 오전 9~11시에 문을 열고 다음 날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 마스코트 캐릭터와 테마송이 소비자 재방문 유도

돈키호테는 매장 앞에 ‘돈펜’이라 불리는 펭귄 캐릭터 조형물 혹은 간판을 설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돈키호테를 방문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돈펜’ 캐릭터를 기억하며, 돈펜을 보면 돈키호테가 생각나도록 유도한다. 돈펜이 돈키호테 매장에 대한 소비자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돈펜. / 돈키호테 제공
1998년 태어난 돈펜은 20년의 세월 동안 ‘남극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자란 펭귄’, ‘취미는 밤길 산책’ 등 각종 설정이 추가되고, 돈펜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는 등 매장 홍보 캐릭터를 넘어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돈키호테 매장에는 소비자가 쇼핑 중에 계속 듣게 되는 ‘테마송’도 돈키호테 매장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다. 돈키호테 테마송 ‘미라클 쇼핑 돈키호테’는 일본 현지에서 음악CD와 다운로드 음원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 정용진 부회장의 도전은 신의 한 수일까?

정용진 부회장이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까닭은 20년 이상 이어진 일본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돈키호테가 28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익을 늘려온 영향이 크다.

삐에로쇼핑의 전시 형태를 PB 상품 전문점인 자사의 ‘노브랜드’나 경쟁사 슈퍼마켓과 차별화 시킴으로써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일본 돈키호테를 카피했다는 지적은 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이 매출이나 영업이익 면에서 성과만 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신의 한 수’ 였다는 평가가 뒤따를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15년 만에 대형마트 매출이 반 토막 난 일본처럼 국내 대형마트도 더 편하고 즐거운 경쟁 업태에 밀릴 수 있다”며 삐에로쇼핑 1호점 오픈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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