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제주도 제주시 소재 아파트에서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 원인은 제습기 발화로 추정된다. 여름은 가전제품 화재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계절이다.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끼치는 가전제품 화재, 몇가지 예방법을 알아두면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서울에서 192건 일어난 냉방가전제품 화재 사건 가운데 75%쯤인 148건이 6~9월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 냉방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부주의 때문에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에어컨 실외기 단자에 낀 먼지는 화재를 유발한다. / 한국소비자원 제공
에어컨 실외기 단자에 낀 먼지는 화재를 유발한다. / 한국소비자원 제공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집이나 직장에서 자리를 비우는 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특히 화재 사건(각각 24건씩)이 잦았다.

여름철 냉방가전제품 안전 확보, 기본은 ‘전기배선 확인’이다. 본체 내부 합선, 습기나 물기로 인한 전원부 누전은 바로 화재 사고로 이어진다. 여름철 냉방가전제품을 켜기 전, 육안으로 전선과 내외부를 살펴보자. 냉방가전제품이 이상 동작하거나 전원이 켜지지 않는 경우 사용하지 말고 바로 워런티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콘센트·멀티탭(다중 콘센트)을 잘못 사용해도 위험하다. 콘센트나 멀티탭 사용 시 이물질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살펴보자. 먼지에 전기 스파크가 튀면 금방 화재로 발전한다.

멀티탭을 여러 개 연결해 사용하거나, 먼지를 청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 조선일보DB
멀티탭을 여러 개 연결해 사용하거나, 먼지를 청소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 조선일보DB
멀티탭에는 지원 가능한 전력 제한량(합계전력)이 있다. 멀티탭을 여러 개 이어 사용하거나, 가전제품을 너무 많이 연결하면 제한량을 넘어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과부하 시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멀티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화재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냉방가전제품을 24시간 내내 사용하면 안된다. 본체와 부품이 발열하며 화재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밤새, 혹은 8시간쯤 사용한 후에는 기기를 꺼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발열을 줄이고, 외출 시에는 전원 콘센트를 빼두는 것이 좋다.

선풍기는 모터를 사용하는 냉방가전이다. 모터에 먼지가 끼면 동작 효율이 떨어지고, 불이 붙어 화재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선풍기를 보관할 경우 먼지가 끼지 않도록 커버를 씌워 보관하고, 여름철 선풍기를 사용하기 전 모터에 낀 먼지를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선풍기 모터에 낀 먼지를 제거할 때, 절대 본체를 분해하면 안된다. 압축 공기 캔 스프레이를 선풍기 본체 및 조작부 환풍구에 분사하면 손쉽게 청소할 수 있다. 선풍기는 환풍구를 통해 열을 배출하므로, 이곳이 먼지나 옷 등 장애물로 막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에어컨 실외기 내부. 전선 단락, 열 배출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 한국소비자원 제공
에어컨 실외기 내부. 전선 단락, 열 배출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 한국소비자원 제공
여름에는 에어컨 화재도 잦다. 눈여겨볼 것은 에어컨 본체가 아닌 실외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발생한 에어컨 화재 사고 472건 가운데 289건(63%)이 실외기 관련 사고였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 시, 열이 빠져나갈 공간을 10㎝ 이상 만들어야 한다. 배선이 꺾이지 않도록 설치하고, 전선이 비바람에 손상되지 않도록 견고하게 절연 처리해야 한다. 에어컨 사용 전 실외기와 에어컨 본체의 전선을 눈으로 확인, 단락 유무를 꼭 확인해야 한다. 에어컨을 켤 때 실외기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타는 냄새가 날 때에도 점검은 필수다.

빨래를 말리기 위해 제습기를 사용할 경우, 기기와 빨래 사이는 30~50㎝쯤 거리를 둬야 한다. 빨래 바로 아래 제습기를 설치하는 것은 금물이다. 빨래의 습기나 물방울이 제습기로 흘러들어가 고장이나 합선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습기 역시 장시간 사용은 금물이다. 송풍구가 막혀도 모터 과열과 화재를 유발하니 주의해야 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한 관계자는 “가전제품 화재 원인은 대부분 전기배선 문제다”라며 “콘센트나 전선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전제품은 과부하 위험이 크니 24시간 내내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