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국의 신용평가사 에퀴팩스는 오픈소스 보안 취약점을 이용한 해킹 피해로 1억5000만명에 달하는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 에퀴팩스 사고 후 오픈소스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의 대응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소프트웨어 및 보안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치 스트러츠. / 포지티브테크놀로지 제공
지난해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서 소프트웨어 및 보안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파치 스트러츠. / 포지티브테크놀로지 제공
에퀴팩스 해킹에 사용된 ‘아파치 스트러츠’는 포춘 100대 기업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많이 쓰이는 오픈소스 개발 프레임워크다. 에퀴팩스가 해킹당하기 두 달쯤 전 아파치 스트러츠의 취약점이 공개되면서 자바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치명적인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오픈소스 진영은 즉각 아파치 스트러츠의 보안 취약점을 해결한 패치를 내놨다. 하지만, 에퀴팩스와 같은 대기업도 패치를 제 때 적용하지 않고, 보안 취약점을 방치했다 해킹을 당했다.

오픈소스 보안 취약점에 대한 패치가 나오더라도 내부 시스템 최적화를 이유로 패치를 차일피일 미루다 해킹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해커도 이 점을 노리고 이미 알려진 보안 취약점이라 하더라도 이를 끊임없이 공격 통로로 삼는다.

6일 SK인포섹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 그룹 이큐스트(EQST)에 따르면, SK인포섹 통합 보안 관제센터에서 올 상반기 동안 2000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유입된 157만건의 공격 시도를 분석한 결과, 아파치 스트러츠 취약점을 노린 공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치 스트러츠 취약점을 노린 공격에 이어 갠드크랩 등 신·변종 랜섬웨어 공격이 빈번히 발생했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대량으로 감염시켜 분산 서비스 거부(DDoS, 디도스) 공격을 펼치는 악성코드 ‘사토리 봇넷' 등에 의한 공격 시도도 다수 포착됐다.

이광형 이큐스트 그룹 책임은 “해커 입장에서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소스가 공개돼 있어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흥미로운 먹잇감 중 하나다"라며 “기업들도 이제는 대부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만, 기본적인 보안 조치를 소홀히 해킹에 노출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새로 발견된 취약점은 7341개에 달했는데, 이 중 43%인 3157개가 오픈소스 관련 보안 취약점이었다. 특히, 해커가 관리자 권한을 획득해 원격으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고위험군 취약점도 다수 포함된다.

공격 유입 경로는 단연 중국발 공격이 가장 많고, 웹 사이트를 통한 악성코드 유포에 의한 사고 비중이 가장 높았다. 유포된 악성코드 대부분은 랜섬웨어로,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최근 해킹 공격의 경향을 잘 보여준다.

랜섬웨어와 함께 암호화폐(가상화폐) 채굴 악성코드 비중이 높아진 점도 눈에 띈다. 이큐스트 그룹에 따르면, 실제로 클라우드 서버 300대가 채굴 악성코드에 감염돼 가상화폐 채굴에 동원된 사례도 발견됐다. 특정 웹 페이지에 코드만 삽입하면 불특정 사용자가 해당 페이지 방문 시 가상화폐 채굴에 동원되도록 만든 공격도 등장했다. 비율만 놓고 보면 전체 악성코드의 80%가 가상화폐와 연관된 셈이다.

이재우 이큐스트 그룹장은 “오픈소스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국내에서는 빅데이터 관련 솔루션에서 오픈소스를 많이 쓰는데, 보안에 소홀할 경우 그만큼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