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클리오가 국내 출시 두달만에 1356대가 판매됐다. 의외의 인기다. 국내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인데다 선호도가 낮은 소형차와 해치백 형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차이기 때문에 국산차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약하다.

르노 클리오. / 르노삼성 제공
르노 클리오. / 르노삼성 제공
르노 클리오가 출시 두달만에 기록한 판매량(1356대)은 같은 기간 현대차 액센트(906대)를 앞선다. 클리오와 동일한 해치백 모델인 현대차 i30(467대)도 제쳤고, 완전변경 신형으로 시장에 다시 뛰어든 벨로스터(662대)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쯤되면 소형차 시장의 강자로 클리오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사실 르노 클리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판매량으로 인정을 받은 차다. 유럽 무대에서는 현대차 i20과 폭스바겐 폴로 등과 경쟁하는데, 이들도 클리오에게는 한 수 접었다. 경쟁 세그먼트에서 르노 클리오는 판매량으로 수년째 1위를 기록했다. ‘판매량=경쟁력’이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이미 입증된 상품성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국내 출시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매번 출시 일정이 밀리면서 ‘다음달차’라는 오명도 얻었다.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일찍 나오지 못한 것이 르노삼성에게 한스러운 일로 남을 듯하다. 르노 브랜드를 활용할지,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엠블럼을 장착할지도 출시가 임박할 때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르노’ 브랜드 선택이 유럽형 해치백이라는 이 차의 마케팅 전략에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다.

출시가 차일피일 늘어지면서 오히려 클리오는 부분변경을 맞았다. 그러니까 지금 국내에서 판매되는 클리오는 가장 최신 버전이라는 의미다. 이 버전은 최근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 LED 램프를 적극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자칫 존재감이 약할 수 있는 소형차지만, 밝은 LED로 또렷한 인상을 주고 있다. 여기에 르노의 디자인 기조에 의한 ‘ㄷ’자형 주간주행등을 특징으로 갖고 있다. 이미 SM6나 QM6 등으로 익숙한 형태다.

르노 클리오 실내. / 르노삼성 제공
르노 클리오 실내. / 르노삼성 제공
작은 차체가 다부지다. 길이 4063㎜, 너비 1732㎜, 높이 1448㎜, 휠베이스 2589㎜다. 길이는 현대 엑센트에 비해 300㎜ 가량 짧지만, 너비와 휠베이스는 각각 30㎜, 20㎜ 정도 크다. 높이는 낮다. 너비가 넓으면서 낮은 키는 소형차지만 역동적인 디자인이라는 의미고, 휠베이스가 긴 것은 실내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클리오의 문을 열고 들어가보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인상적이다. 특히 앞좌석의 경우 넉넉해 소형차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주행성능도 다부지다. 1.5리터 디젤 엔진을 얹어 90마력을 낸다. 수치만 놓고 보자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외의 경쾌함이다. 작고 가벼운 차체 덕분에 속도를 내는데 무리가 없고, 요리조리 핸들을 돌리는 맛도 상당하다. 유럽에서 온 차라는 게 성능에서 증명되는 셈이다. EDC 변속기는 궁합이 절묘하다. 가감속에 있어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알맞은 성능에 알맞은 감성이다. 스포티한 움직임에 주행이 즐겁다.

17인치 타이어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소형차는 으레 작은 타이어로 효율을 끌어 올린다거나 원가 절감을 하기 마련인데, 클리오는 아예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 운전자로 하여금 더 즐거운 드라이빙 라이프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르노의 의도로 보여진다. 17인치 타이어는 디자인에 있어서도 안정감을 주는 부분이다.

저중속에서 가속감이 상당하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인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지기 때문에 산뜻한 달리기 실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적절한 세팅이 이뤄진 서스펜션의 질감은 기대 이상이고, 탄탄하게 도로를 지치고 나가는 것이 영락없는 유럽차다. 주행 재미에 있어서는 흠잡을 구석이 많지 않다.

르노 클리오. / 르노삼성 제공
르노 클리오. / 르노삼성 제공
하지만 노면 소음 등이 실내로 유입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대중브랜드의 소형차가 넘지 못할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 반면에 단단한 하체 세팅으로 인해 진동 스트레스는 덜한 편이다.

연비도 수준급이다. 정부에 신고한 표시연비는 복합기준으로 17.7㎞/ℓ지만, 실제 주행으로 20㎞/ℓ 이상의 효율을 보였다. 연비운전이 능숙한 사람이라면 25㎞/ℓ도 가능할 법하다.

가격은 1990만~2320만원. 최고급형 기준으로 LED 램프 외에도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스마트 커넥트, 후방카메라, 전방추돌경고장치 등이 기본 적용됐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프랑스 현지 가격보다 1000만원이 싸다.

직접 운전해보고 나서야 이 차가와 왜 지금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중에 가장 관심을 받는지 알게 됐다. 르노 엠블럼은 아직 익숙하지 않았지만 신뢰도는 상당했고, 유럽 특유의 감성이 돋보였다. 왜 유럽인이 사랑하는 해치백이라는 별명이 붙었는 지가 몸으로 느껴졌다. 클리오는 스스로 베스트셀러임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