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 삐에로 쑈핑, 재미는 있지만 편의성은 '글쎄'

입력 2018.07.09 06:00

고객끼리 몸을 부대끼며 쇼핑해야 하고, 제품이 어디 진열돼 있는지 조차 쉽게 알 수 없도록 사전에 설정된 독특한 상점이 한국에 문을 열었다.

이마트는 6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지하 1·2층에 만물상 잡화점 ‘삐에로 쑈핑’을 열었다. 2513㎡(760평) 규모로 마련된 삐에로 쑈핑에는 4만개 이상의 상품이 빼곡히 들어섰다.

삐에로 쑈핑 외부 모습. / 차주경 기자
삐에로 쑈핑이 문을 연 직후에는 탕진잼(몇천원 단위 금액을 마음껏 쓰며 소비 만족을 느끼는 것)을 느끼려는 소비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등 상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삐에로 쑈핑에 방문해 한시간쯤 탕진잼을 느껴봤다. 방문 소감은 ‘제품 종류가 많고 쇼핑하는 재미는 있지만, 편의성은 정말 나쁘다’였다.

삐에로 쑈핑 가는 길. / 차주경 기자
삐에로 쑈핑은 코엑스 지하 1층, 별마당도서관을 지나 메가박스 영화관 인근에 있다. 코엑스 내부는 매우 복잡한데, 바닥과 천정에 설치된 삐에로 쑈핑 안내 스티커 및 지도를 참조하면 찾아가기 쉽다.

삐에로 쑈핑 내부. / 차주경 기자
삐에로 쑈핑 매장 내부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제품 종류별로 정돈된 것이 아니라, 사방에 상품이 흩어져 배치된다. 바닥이며 벽, 매대에는 형형색색 삐에로 쑈핑 캐릭터가 배치된다. 가요를 개사한 로고송도 반복 재생돼 매우 어수선한 분위기다.

삐에로 쑈핑 내부. / 차주경 기자
상품은 일관성 없이 흩어져 배치되는데, 보고 있노라면 묘한 구매욕이 생긴다. 주워담기 편하도록 바닥 혹은 임시 매대에도 상품이 배치되는데, 가격대도 대개 수천원쯤이라 구매욕을 일으킨다.

매장 직원도 재품 위치를 모른다고 답했다. / 차주경 기자
맥주를 사고 싶어 맥주 코너 위치를 매장 직원에게 물었으나, ‘헤메다보면 찾으실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매장 직원의 복장에는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멘트가 쓰여졌다.

정돈된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바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흐트러진 매장을 헤메다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상품을 구입하는 재미를 느끼라는 것이 이마트측의 계산이다.

삐에로 쑈핑 내 식료 코너. / 차주경 기자
매장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상품을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산물 및 식료 코너였다. 삐에로 쑈핑은 잡화점으로,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식료품도 다룬다. 전용 냉동·냉장실에서 냉동 식품에 수산물까지 다룬다는 점이 돋보였다.

담배 코너. 한켠에는 흡연실도 마련된다. / 차주경 기자
담배 코너도 눈에 띄었다. 연초 담배 외에 전자담배, 파이프 담배 등 기호품이 여러 종류 배치됐다. 담배 코너 옆에는 흡연실도 마련된다. 매장 내부에 화장실이 없는데, 정작 흡연실이 마련된 점이 엉뚱하게 느껴졌다.

삐에로 쑈핑 내 성인용품점. / 차주경 기자
삐에로 쑈핑은 기호품, 주류뿐 아니라 성인용품도 다룬다. 코너 내부에는 여러 성인용품이 있다. 삐에로 쑈핑 내부 계산대는 3곳쯤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성인용품 코너 내부에는 구매자를 판별하기 위해선지 별도 계산대가 마련됐다.

삐에로 쑈핑 내 가전 제품 판매 코너. / 차주경 기자
수천원대 스낵, 액세서리 코너 바로 옆에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 가전 제품 코너가 배치됐다. 외국인 방문을 고려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홍보물도 마련됐다. 고가 가전 제품은 구입해서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삐에로 쑈핑에서 구매 후 택배 배송된다.

동전 소진용 캡슐토이 코너도 마련된다. / 차주경 기자
매장 구석에는 캡슐토이 코너가 마련된다. 이마트측은 삐에로 쇼핑 기획 시 일본 만물상·잡화점 ‘돈키호테’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쇼핑 중 생긴 동전을 소진하는데 알맞은 캡슐토이 코너 역시 일본 돈키호테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삐에로 쑈핑 의류 코너. / 차주경 기자
만물상·잡화점인 만큼, 삐에로 쑈핑에는 의류 코너도 마련된다. 매장 입구에는 심지어 명품 액세서리·시계 판매관도 배치된다. 매대가 작아선지 의류 상품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그래선지 원하는 의류를 찾기 어려웠고, 의류를 입어볼 수 있는 피팅 룸 개수도 적었다.

삐에로 쑈핑 공구 코너. / 차주경 기자
삐에로 쑈핑을 30분쯤 돌아다녀보니, 제품 보는 재미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 재미를 채 10초도 느낄 수 없었다. 방문자는 많은 데 비해, 매대 사이와 통로가 너무 좁아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워서다.

삐에로 쑈핑 액세서리·피규어 코너. / 차주경 기자
이마트측은 삐에로 쑈핑의 주 동선 범위를 1.8m, 매대 사이 동선을 0.9m로 일부러 좁게 설정했다고 밝혔다. 매대 사이와 통로가 너무 좁은 나머지, 두명 이상 지나가기 어렵다. 누군가 매대 상품을 보고 있거나, 쇼핑 바구니만 들고 있다면 사실상 그 위치로는 이동할 수 없다.

삐에로 쑈핑 일본 인기상품 코너. / 차주경 기자
좁은 동선에 대한 방문자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삐에로 쑈핑을 방문한 40대 커플은 동선이 좁아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교복을 입은 10대 여학생들은 내부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손에 닿는 저가 상품을 쓸어담는 등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상품 배치 및 동선이 복잡해 붐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일부러 의도한 것이다”라며 “역발상으로 상품을 찾고 부대끼는 과정에서 재미를 이끌 수 있다고 계산해서다”라고 말했다.

또 “개장 초기지만, 삐에로 쑈핑의 매출은 기대 이상이다”며 “현재 동대문에 삐에로 쑈핑 2호점을 준비 중이며 올해 안에 매장을 3곳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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