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만 수입차 시장에서 가솔린 인기를 벤츠 E클래스가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디젤차 인증이 까다로워지면서 2000㏄ 미만 디젤차의 판매를 포기하거나 보류하는 수입차 회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2000㏄ 미만 수입 가솔린 비중 전체보다 높아…벤츠 E클래스가 이끌어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0㏄ 미만 수입차의 5월 누적 판매량 가운데 가솔린은 3만1056대를 기록, 수입차 전체 판매량의 50.2%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3만798대의 디젤을 눌렀을 뿐만 아니라, 수입차 전체 시장에서의 가솔린 점유율 45.7%도 앞서는 것이다. 비교적 작은 엔진에서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디젤 인기가 줄어드는 대신 가솔린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면 가솔린 판매량은 더욱 늘어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 200. / 다임러 제공
메르세데스-벤츠는 E 200. / 다임러 제공
하지만 단순하게 수치만으로 가솔린 차종의 인기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한 차종의 비약적인 판매 증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벤츠 E클래스로, 1만2663대를 판매해 올해 2000㏄ 미만 가솔린 판매 중 40.8%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벤츠 E클래스의 판매량이 시장 판도를 좌우한 셈이다. 2000㏄ 미만 가솔린 엔진을 얹은 E클래스의 2017년 5월 누적 판매량은 7695대에 불과한데, 1년만에 5000대가 더 팔린 셈이다.

이같은 E클래스의 2000㏄ 미만 가솔린의 약진은 2018년초 시장을 뒤흔든 ‘파격적인 할인판매’가 꼽힌다. 당시 1000만원 이상 할인이 이뤄진 E200의 판매량은 3월 2736대로 수입차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벤츠는 2018년 1분기 2만대 판매 돌파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 역시 수입차 최초의 기록이다.

◇ 디젤 판매 왜 줄까?…인증 못받아 팔 수 없고, 계속되는 실책으로 ‘자승자박’

2000㏄ 미만 디젤차는 점차 위세가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 판매를 위한 배출가스 인증이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로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다수의 수입차 회사는 ‘디젤차 인증’을 반쯤 포기한 상태다. 최근 SUV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디젤 SUV를 선보이려고 하는데, 환경부 인증이 더뎌서다. 수입차 업계는 올해 내놓기로 한 디젤 SUV 대부분의 출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입차 업계가 올해 출시한 다수의 SUV는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얹고 있다. 디젤보다 상대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인증이 쉽기 때문이다. 밖으로 디젤 인증의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환경부에 미운털이 박힐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여기에 환경부가 독일에서의 리콜명령을 계기로, 벤츠와 아우디 디젤 엔진의 SCR(선택적환원촉매장치) 내 요소수 분사 조작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시험 때는 정상작동하게 해놓고, 정작 실제 주행 때는 요소수 분사량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SCR과 요소수는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환경규제가 엄격해짐에 따라 장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벤츠와 아우디는 이미 배출가스 문제로 여러차례 환경부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불거지자 ‘자승자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이들로 인해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다른 회사의 디젤차까지 오해를 받는 상황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디젤차를 판매하는 회사 모두가 부도덕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우리가 아닌데, 우리차 인증에 걸리는 시간까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억울하다”고 전했다.

◇ 오르는 기름값 변수되나?…가솔린과 경유가격 200원 차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기름값은 디젤차 인기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유가에 민감한 소비자가 디젤차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SUV=디젤’이라는 공식에 따라 디젤차 판매량이 올해 늘어날 여지도 크다. 여기에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본격적인 판매 궤도에 오르면서 디젤차 비중은 1분기 대비 2분기 크게 늘었다.

석유가격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7월 9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가솔린 평균가격은 1694.72원으로 경유 1496.73원보다 약 200원 비싸다. 5만원을 주유한다고 했을 때, 경유가 더 많은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디젤차(경유차)의 연료효율이 가솔린보다 높기 때문에 실제로 1회 주행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더 벌어진다. 몇년간 디젤차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으로, 지금과 같은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다시 디젤차 관심이 늘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박재용 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오르는 유가에 SUV 인기 등으로 다시 디젤차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며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한 판매량을 보였던 아우디, 폭스바겐 역시 디젤차를 앞세워 시장에 다시 돌아온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