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리걸톡] 풀러스 위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 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
    입력 2018.07.10 06:00

    카풀 중개 앱의 1위 업체인 풀러스가 지난 6월 20일, 기존 대표가 사퇴하고 직원 50여명 중 70%를 해고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국내 승차공유 스타트업체 중 하나인 풀러스의 갑작스런 경영 위기 소식은 스타트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풀러스는 2016년 창업해서 약 1년 만에 회원 수 75만명을 확보하고, 누적 이용 건수도 약 370만건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후 네이버 등에서 총 220억원을 투자받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던 터라 풀러스의 위기는 상당히 큰 뉴스였다.

    그런데, 풀러스의 위기를 들여다 보면, 그동안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해서 추진해오던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바로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풀러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사업용 자동차(일반적으로 노란색 번호판의 차량)가 아닌 자동차, 즉 자가용자동차를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 또는 알선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 단서 조항에 의해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제1호)에는 예외적으로 자가용자동차의 유상 운송이 허용되고 있다. 풀러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출근’ 시간을 오전 5시~11시, ‘퇴근’ 시간을 오후 5시~다음 날 오전 2시로 정해 그 시간 동안만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과 시행령이나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출퇴근 때’의 시간대나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고 있는 규정은 없다. 사실 전통적인 근로시간대의 개념이 많이 완화된 지금, ‘출근’을 오전 5시부터 11시가 아닌 시간대에 하는 사람도 많고, ‘퇴근’을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가 아닌 시간대에 하는 사람도 많다. 때문에 ‘출퇴근 때’의 개념은 특정 시간대를 지칭한다기보다 ‘출퇴근 용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많고, 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특정 시간대만을 한정해 출퇴근 시간으로 해석할 수 없기도 하다. 풀러스도 이러한 관점에서 2017. 11. 6.부터 24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대했는데, 그 직후 서울시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풀러스를 고발했다.

    이후 대한변호사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서울시의 고발 조치가 혁신성장과 네거티브 규제기조에 반한다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반대로 전국택시노조 등은 카풀 스타트업체들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규탄성명을 내는 등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그런데, 정작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출퇴근 때’의 의미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야 하는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눈치만 보면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국회, 서울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의 주최로 카풀 규제개선을 위한 ‘끝장토론’이 추진됐으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유상으로 카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인 ‘출퇴근 때’의 의미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사이 고객들은 카풀 서비스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풀러스의 경영 위기가 시작됐다. 풀러스는 2017년 영업손실만 114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풀러스에 위기가 찾아온 경위를 살펴보면, 공무원들에게 규제개혁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위와 같은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유권해석을 내리거나 행정처분을 내림으로써 법원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출퇴근 때’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에 대한 판단을 구했다면, 사회적인 혼란도 가중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 더구나 (필자의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국토교통부 등 각종 정부부처는 규제로 작용하는 법규의 의미와 범위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해석을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법률에 대한 최종적인 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법원에서 판단을 한다면 보다 유연한 해석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풀러스 사태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고, 일자리대책에 대해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활동하고 있지만, 실상 국가재정을 투입해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만을 보여주려는데 집착하고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고, 청년층의 고용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을 바탕으로 한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사실상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적극적이며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실업률 개선을 꾀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책이 아닐까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해석상의 논란만으로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풀러스의 사태가 정부의 규제개혁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사례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제41회 사법시험 합격 및 31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습니다. 법무법인(유)태평양(2005~2011)에 재직했으며, 플로리다 대학교 SJD in Taxation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법무법인 리걸인사이트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 스타트업규제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조화를 고민하며 기술을 통해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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