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산 자동차가 밀려온다

입력 2018.07.10 17:17 | 수정 2018.07.10 17:38

볼보차가 중국에서 만든 플래그십 ‘S90’을 한국에서 판매하겠다고 밝히며 자동차 원산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소비자들은 ‘중국산’은 믿을 수 없다고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자동차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평가다. 곧 소비자들도 중국산 자동차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볼보자동차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에서만 플래그십 세단인 S90을 만든다. 시장 규모를 고려해 세운 중국공장에서 S90을 생산해 해당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S90의 경우 2018년 4월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2만565대가 팔려나갔는데, 이중 56%에 해당하는 1만1564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왜 볼보차가 중국공장에서 S90을 만들겠다고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1만대가 넘는 S90이 판매되는 동안 겨우 441대가 판매된 매우 작은 시장이다. 아무리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자동차를 싫어한다 한들, 볼보의 결정은 생산·판매 효율면에서는 매우 타당하다.

볼보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S90의 가격을 이전 국내 판매가보다 600만원 내렸다. 물류비용이 줄어든 만큼 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중국공장의 생산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이미 1년전부터 중국산 S90을 타는 미국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한다.

볼보차 중국 공장. / 볼보차 제공
중국산 자동차를 한국으로 들이려는건 볼보 뿐만이 아니다. 9일(현지시각) BMW그룹은 중국 화천중화자동차(華晨中华汽車·브릴리언스차이나)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전기차 iX3를 중국에서 만들어 세계 무대에서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무대 가운데에는 물론 한국도 포함됐다. BMW그룹코리아의 경우 전기차 제품군을 늘릴 방침이기 때문에 iX3의 국내 출시도 충분히 가능하다. 결국 중국에서 만들어진 iX3가 우리 도로를 누비게 될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시장규모를 고려해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웠으나, 성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내수 자동차 시장규모는 2888만대로, 2016년 대비 3% 정도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 판매대수 역시 1.4% 늘어났을 뿐이다. 2016년 전년대비 전체 자동차 판매는 14%, 승용차 판매의 경우 15%가 증가했다는 것을 살펴보면 중국 시장도 마냥 확장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뜻이다.

각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 인근의 나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자사의 공장이 위치하지 않은 시장으로 중국에서 만든 차를 내보내려는 것이다.

‘중국 자동차’ 자체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Made in China’ 딱지가 붙은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이 우리나라에 판매될 여지가 있다.

중국산 자동차를 타게 될 이유도 또 있다. 다국적 자동차업체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의 공장 대신 중국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해외 생산 제품의 숫자가 국내 생산품의 숫자를 넘어섰고,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국내 공장에서는 차세대 소형 SUV, CUV 등을 비롯해 3~4종의 생산을 유지할 뿐인데, 이들도 언제 다른 지역으로 생산지를 옮길지는 모를 일이다. 수년간 한국GM을 괴롭히던 공장 생산성 문제가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말이다.

르노삼성도 수출물량이 전체의 50%를 넘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품의 내수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보이는 시점이다. 따라서 르노삼성은 스페인 공장에서 QM3를 들여와 판매하고 있고, 터키에서 만드는 르노 클리오를 최근 출시했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역시 해외생산품이다. 여기에 2018년 하반기에는 경상용차도 수입해 내놓는다.

현대기아차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긴 하다. 해외공장에서 만든 차를 우리나라에서 팔려면 노조 협의가 필수여서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사기업이 존재하는 최대의 목적은 이윤추구다. 그렇게 본다면 중국공장 생산품의 한국 판매는 이윤을 최대화 하기 위해 회사가 충분히 결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공장은 스스로 얼마나 경쟁력을 높이고 있을까. 이대로라면, 중국산 차종이 우리 앞마당에 밀물처럼 들이닥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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