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CA 테크놀로지를 189억달러(21조2625억원)에 인수한다. 한때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인수를 시도했던 브로드컴이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에 나선 후 시장에선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브로드컴 주가는 5%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CA 테크놀로지를 주당 44.50달러(5만62원)에 인수한다. 이는 CA의 11일 종가(37.21달러∙4만1900원)에 20%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브로드컴은 인수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혹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 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혹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 / 브로드컴 홈페이지 갈무리
혹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인수로 브로드컴은 CA 테크놀로지의 소프트웨어 시장과 메인 프레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를 추가하게 됐다"며 "인프라 소프트웨어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애초 세계 3위 반도체 업체이자 세계 최대 모바일 칩 제조업체 퀄컴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에 들어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3월 퀄컴 인수를 포기했다.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에 실패한 지 4개월 만에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에 나선 셈인데, 시장에선 브로드컴의 시도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컴퓨터 및 네트워킹 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주로 제작한다. 반면,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CA 테크놀로지는 메인프레임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개발해 판매하는 등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IT 인프라용 대형 서버를 전문으로 한다.

로이터는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이질적이기에 브로드컴은 CA 테크놀로지와 시너지를 내기보다 CA 테크놀로지로 벌어들인 수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에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해당 소식이 알려진 11일 브로드컴 주가는 5% 하락했다.

한편, 두 회사의 이사회는 이번 인수를 승인했지만,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의 승인을 얻어야 인수가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