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또 중국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5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 장관 방한 시점에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우수 인증 업체에 포함되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번에도 희망고문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이 가동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이 가동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제공
중국 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7차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에는 순수 전기차 업체 110곳, 하이브리드차 업체 9곳, 수소연료 전기차 업체 6곳의 총 342개 차량이 이름을 올렸다.

배터리 업계는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 명단 발표를 앞두고, 처음으로 수혜를 입는 한국 업체가 나올 것인지에 촉각을 기울였다. 5월 22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와 자동차배터리산업혁신연맹이 발표한 기술력이 검증된 업체 추천 목록(화이트리스트) 1차 명단에는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모두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 자체가 보조금 지급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작은 변화에도 배터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비슷한 시점에 마오웨이 중국 공신부 장관이 방한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진 한중장관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 차량이 형식 승인을 통과했다고 언급하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형식 승인은 보조금 지급 전 단계에 해당하는 절차인 만큼 중국 당국의 금한령이 조만간 해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명단에서 국내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오웨이 장관이 언급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벤츠 차량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경우 이번 차수에서는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발표 이후에도 중국 당국에서 구체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은 만큼 신중하게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많았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미 보조금이 없어지는 2020년 이후를 내다보고 중국 업체와 활발히 대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내수 시장에서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 배터리 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올해 1~5월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집계를 보면, 중국 CATL이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여기에 비야디(BYD)까지 3위에 자리하며 중국 업체가 1·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CATL의 성장률은 무려 347.9%에 달한다. BYD도 158.4% 성장하며 두 중국 업체가 나란히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1~5월에는 각각 2위와 5위였던 LG화학과 삼성SDI는 CATL와 BYD에 밀려 1년 만에 4위와 6위로 내려앉았다. 두 업체 모두 30%대 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CATL와 BYD의 고공 성장에는 당할 수 없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은 여전히 한국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1년 내외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명환 LG화학 사장도 5월 자동차 업계 주최로 열린 한 포럼에서 “아직은 실력이나 경험 측면은 부족하지만, 향후 CATL이 가장 큰 경쟁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