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⑪스텔스기 F-117A 나이트 호크의 활약

  • 유승식 회계사·프라모델 애호가
    입력 2018.07.14 08:45

    이번 회에서는 스텔스 전투기 중 가장 먼저 실전에 투입된 ‘F-117A 나이트 호크’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 F-117A는 어떤 비행기인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텔스기가 왜 그리 위력적인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자. 물론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적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F-117A는 공중전 능력이 없고(기관포나 미사일 같은 공대공 병기 자체가 없다) 폭탄이라야 달랑 2발을 탑재하는데, 그 위력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것이었다.

    F-117A 나이트 호크. / 더내셔널인터레스트 갈무리
    폭격 작전에 사용되는 정밀유도폭탄 등 각종 병기는 병기 자체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발사하는 항공기의 상황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레이저 유도폭탄은 폭탄이 목표물에 명중할 때까지 계속 레이저를 발사해주어야 하고, 다른 병기들도 발사하는 위치와 고도가 적절하지 못하면 명중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적의 대공포화가 강력하다면 정밀유도병기의 명중률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스텔스 병기가 위력적인 것은 적의 레이더에 안 잡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한 상황에서 병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마치 저격수처럼 일격필살을 할 수 있으니 병기 2발만 탑재하고서도 엄청난 전과를 올릴 수 있었다.

    F-117A는 1977년에 실험기체가 첫 비행 했고, 시제기가 1981년에 처음 비행한 뒤 1982년 4월에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이후 1990년까지 59대가 생산됐다. 무장은 이미 설명한 대로 동체 하부 폭탄창에 2000파운드급 폭탄 2발을 실을 수 있다. 만일 크기가 작은 폭탄이라면 여러 발 실을 수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2000파운드급 폭탄 2발을 탑재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F-117A의 실전투입은 양산 14호기가 공군에 인도된 시점이던 1983년 10월 미군의 그레나다 침공 때 처음 이루어질 뻔했지만, 출격 45분전에 취소됐다고 한다. 이후 1986년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한 리비아 공습작전에서도 투입될 뻔했으나 역시 이륙 1시간전에 출격이 취소됐다.

    F-117A 나이트 호크의 옆모습. 기체 모든 부분에서 둥근 부분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 와이어드 갈무리
    F-117A가 처음 실전 투입된 것은 1989년 12월 파나마의 독재자 노리에가를 제거하기 위한 미군의 파나마 침공작전에서였다. 작전 첫날 F-117A는 2대가 출격하여 파나마군 정예부대 막사에 각기 2000파운드 레이저 유도폭탄 1발씩을 투하했다. 그리고 별도로 4대가 출격하였으나 병기투하 없이 그대로 귀환했다고 한다.

    F-117A의 본격적인 실전투입은 역시 1991년 걸프 전쟁이었다. 당시 이 지역에 전개한 F-117A는 모두 42대였으며,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의 성능을 살려 이라크 중요 목표물의 대부분을 공격했다.

    개전 첫날 F-117A는 바그다드 남서쪽 등 여러 곳의 이라크군 지휘 관제센터와 이라크 서부의 비행장, 바그다드 시내의 통신센터, 공군 사령부, 대통령 관저 등에 레이저 유도폭탄을 투하하여 파괴하는 등 이라크 전략 목표의 31%를 파괴했다.

    전쟁 전 기간 중 미군이 동원한 전술기 대수의 불과 2.7%밖에 안 되는 42대의 스텔스기는 미군이 설정한 주요 목표물의 40%를 파괴했다. 전쟁 기간에 총 출격 횟수는 1299번, 투하한 폭탄 수는 2065발이었으며, 80%가 목표에 명중했다. (명중하지 못한 20%는 조준장치의 부조화나 구름 등으로 인한 레이저 유도장애, 기타 파일럿의 조작 실수, 폭탄 자체의 고장 등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스텔스기의 위력에 대해 미 공군이 공개한 작전이 있는데, 바그다드 교외의 원자력 발전소 공습 작전이었다.

    이 발전소를 파괴하기 위해 미 공군은 공격기 32대, 제공전투기 16대, 방공망제압기 12대, 공중급유기 15대의 총 75대로 편성된 폭격부대를 출격시켰으나 이라크군의 대공포화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 공군은 F-117A 스텔스기 4대와 공중급유기 1대를 출동시켜 원자로 2기를 파괴하고 1기에 손상을 입혔다. 미 공군은 같은 날 F-117A 스텔스기 4대와 공중급유기 1대를 재출격시켜 원자력 발전소를 완파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75대 규모의 폭격부대가 성공하지 못한 일을 F-117A 8대와 공중급유기 2대로 해결한 것이다. 이 사건은 스텔스기에 의한 폭격작전의 새로운 장이 열렸음을 뜻하는 일이었다.

    ◇ F-117A 격추사건

    구유고슬라비아의 코소보 자치주에서 분리독립을 추진하자 이들을 무력탄압한 세르비아를 응징하기 위해 1999년 3월부터 나토는 세르비아에 대한 공습작전을 벌였다.

    ‘얼라이드 포스(Allied Force)’라 이름 붙여진 이 작전은 물론 미국이 중심이었으며 니미츠급 원자력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 함의 함재기 및 서유럽 각지에서 출격하는 미공군기들이 대대적인 공습을 벌였다.

    이 공습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1999년 3월 27일 밤에 스텔스기인 F-117A가 격추된 것이었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강력한 이라크군 방공망 앞에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공습을 벌여 엄청난 전과를 올린 F-117A가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었다는 것은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사건이었다.

    세르비아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F-117A 스텔스기. 조종사는 비상 탈출로 생환하였다고 한다. / 야후재팬 갈무리
    군사적으로 첨단무기가 별로 없는 세르비아군이 어떻게 F-117A를 격추했는지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는 비밀 레이더가 동유럽에서 발명되어 세르비아가 이것을 입수했다든가, 우연히 맨눈으로 스텔스기를 보고 마구잡이로 미사일을 쏘아대 운 좋게 한발이 명중했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르러 당시 세르비아군 미사일 포대를 지휘하던 장교의 증언이 공개됨으로써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된다.

    F-117A가 걸프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고 나서 스텔스기에 대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 서적에서는 스텔스기가 폭격을 위해 폭탄창을 열었을 때 레이더에 포착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열린 폭탄창 자체가 하나의 큰 돌기물이 되고, 게다가 폭탄창 내부가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레이더파를 여러 방향으로 많이 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폭탄 2발을 떨어뜨리기 위해 잠시 여는 것이므로 이것이 실전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은 없었다

    F-117A의 폭탄창에는 레이저 유도폭탄 2발이 탑재된다. / fas 갈무리
    하지만 세르비아의 유능한 장교는 사전에 미군기들이 출격하는 이탈리아 기지 주변에 첩자를 심어 어느 시각에 어떤 기종 몇 대가 이륙했는지를 수시로 보고받으면서 공습에 대비했다. 미사일 기지 주변에서는 항공기의 폭음을 청취하여 적기의 접근을 파악하도록 하였고, 미사일 포대는 트럭에 실어 수시로 위치를 옮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방법으로 스텔스기의 접근을 알아챈 세르비아군은 스텔스기가 방공망 제압기의 호위를 동반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레이더를 켜고 F-117A가 폭탄창을 여는 순간을 포착, 짧은 순간 록온에 성공하여 SA-3 지대공 미사일 2발을 발사해 격추한 것이었다.

    ◇ 스텔스기 격추사건 그 후

    아무튼 이 대단한 스텔스기 F-117A는 한반도에도 여러 차례 순환 배치되다가 2008년 4월 22일자로 남은 53대(생산수 59대 중 사고손실 5대, 피격추 1대) 전기체가 퇴역했다.

    이후 F-117A의 뒤를 이어받은 스텔스 전투기는 F-22 랩터이다. F-117A와는 달리 본격적인 공중전 성능을 가진 F-22는 스텔스 성능과 함께 추력변향 엔진 노즐을 장비해 초(超)기동성까지 실현한 기체다.

    이와 함께 F-22를 보조하는 스텔스 전투기로서 최근 실전배치가 시작된 기체가 바로 한국에서도 도입하려고 하는 F-35다.

    F-22 랩터. / 애비애이셔니스트 갈무리
    미 공군이 F-117A를 퇴역시킨 표면상의 이유는 역시 F-22가 있으니 공중전 성능이 없는 기체까지 그대로 두면서 유지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서 언급한 스텔스기 격추사건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미군은 전쟁에서 자기편 기체가 단 한대도 격추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갖고 있는데,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미 공군이 전자전 공격기인 EA-18G 그라울러의 도입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전자전 공격기의 전력을 크게 확충하여 스텔스기의 출격에서도 지원용 SEAD 항공기(방공망 제압기)를 동행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

    비행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F-117A도 지원기체 전혀 없이 작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공중전 성능까지 갖춘 F-22나 F-35의 출격에 전자전 공격기를 지원기체로 투입한다는 것은 스텔스 성능에도 불구하고 구유고슬라비아에서의 피격추를 교훈 삼아 사전에 최대한 적 레이더를 때려 부수고 나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를 투입하겠다는 의도라고 해야 할 것이다. 역시 미국은 참 철저하고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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