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의 현대·기아차 적용을 공식화 했습니다. 2015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현대·기아차에는 이미 제공되는 기능이지만 국내는 지원이 조금 늦었습니다. 업계는 커넥티드 기능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 음성비서의 한국어 인식과 구글맵의 활용이 국내에선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법규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제라도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70%가 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커넥티드 서비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흐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기아차는 전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에는 이미 애플 카플레이가 들어가 있었다. / 현대차 제공
현대·기아차는 전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에는 이미 애플 카플레이가 들어가 있었다. / 현대차 제공
이보다 먼저 현대·기아차는 애플 카플레이를 신차에 넣었습니다. 2017년 내비게이션 정기 업데이트를 통해 2015년형 이후의 순정 내비게이션과 모니터를 장착한 차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구글의 경우 영어 외의 언어로 된 안드로이드 오토는 한국 사례가 처음이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애플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애플 아이폰의 사용 비중도 낮아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두 IT 대표 기업의 커넥티드 기능은 차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하나의 통신 디바이스로 자동차가 진화(이미 진화는 시작됐습니다)할 것이라는 미래 시대에 있어 ‘연결성(커넥티비티)’은 매우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단초를 스마트폰과 자동차, 또 그 둘을 연결하는 서비스로서 구현하는 것이죠.

◇ 사용 준비가 필요한 구글과 단자만 꽂아도 되는 애플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카플레이 둘 다 ‘폰 프로젝션’이라는 기능을 활용합니다. 자동차에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하는 기술 중에 ‘미러링’이라고 부르는 것도 있는데, 스마트폰 화면을 디스플레이에 띄운다는 점에서 비슷하나 폰 프로젝션은 자동차에 최적화 된 UI로 나타납니다. 미러링이 단순히 ‘화면 띄우기’라면 폰 프로젝션은 ‘보기좋게 화면 띄우기’라고 이해하면 편합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 안에서 보기 좋게 화면을 띄울려면 몇가지 준비 과정이 필요합니다. 현대·기아차를 예로 들면 차 내 USB 단자를 통해 처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자동차 모니터에 경고 메시지가 뜨고, 스마트폰에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수 앱을 다운로드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성질 급한 사람은 화가 날 수 있는 부분이다. / 박진우 기자
안드로이드 오토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성질 급한 사람은 화가 날 수 있는 부분이다. / 박진우 기자
앱 설치 과정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저 스마트폰이 이끄는대로 설치하면 됩니다. 필수 앱은 ‘안드로이드 오토’, ‘구글’, ‘카카오 내비’, ‘구글 TTS(텍스트 음성변환)’ 등입니다. 앱 설치가 끝나면 자동차 모니터에는 안드로이드 오토 아이콘이 활성화 됩니다. 이 아이콘을 클릭하면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애플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연결만 하면 끝이다. / 박진우 기자
애플은 그런 거 없다. 그냥 연결만 하면 끝이다. / 박진우 기자
애플 카플레이는 준비 과정이 없습니다. 케이블로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하면 바로 활성화가 됩니다. 때문에 따로 설치과정을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연결이 확인되면 안드로이드 오토와 마찬가지로 아이콘에 색이 들어옵니다. 설치의 간편함으로 따지면 애플 카플레이의 압도적인 승리입니다.

◇ 어떤 기능 쓸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는 전화, 메시지, 지도, 음악감상 정도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탄생배경 자체가 차 안에서 전화나 메시지 등을 스마트폰을 통해 쓰다가 운전 주의가 흐트러져 일어나는 사고를 줄이는 것에 있기 때문에 활용 기능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음악감상은 들어가 있으나, 영화감상이 없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음악감상은 있으나, 영화감상은 없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다. / 박진우 기자
음악감상은 있으나, 영화감상은 없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다. / 박진우 기자
향후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 차 안에서 쇼핑이나 콘텐츠 감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은 그 시점까지의 과도기로 보면 타당합니다. 두 시스템 모두 유선연결만 허용한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시스템 안정성을 위한 조치이나, 어차피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의 주요 기능이 음악감상인 것을 떠올려보면 블루투스 연결이 훨씬 간편하고, 쓰기 좋습니다.

◇ 음성비서는 어떻게 활용되나?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은 구글과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스템인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 시리를 차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려면 “OK! 구글”이라고 부르거나, 모니터 내 마이크 아이콘을 클릭하면 됩니다. 시리도 “시리야”라고 호출하거나 아이콘 등을 누르면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차 안에서 이 두 인공지능 비서들이 사람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OK 구글’을 불러봤자 감감 무소식입니다. 시리 역시 자기를 부르는지 좀처럼 알지를 못합니다. 열번 부르면 두어번 인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 경험에 의한 단편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음성호출을 원활하게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알고보니 구글 어시스턴트는 미리 설정한 음성이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개개인이 스마트폰을 각자 소유하고 있다보니, 내 스마트폰의 음성비서는 내 목소리에만 반응하도록 해놓은 겁니다. 그러다보니 사용자 본인이 그래도 반응을 합니다. 그러나 다음 명령에 대해서는 ‘수행이 어렵다’는 식이 답변이 돌아옵니다.

시리를 통해 백승현 인턴기자에게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 / 박진우 기자
시리를 통해 백승현 인턴기자에게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 / 박진우 기자
시리는 사용자 음성을 미리 사용할 필요가 없지만, 가끔 라디오 소리 등에 활성화 되는 오작동 사례가 있습니다. 전혀 의도치 않게 호출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 부분은 향후 소프트웨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활성화 이후에 음성을 인식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거침이 없습니다. 인식률도 굉장히 뛰어나고, 대부분의 명령을 다 알아 듣습니다.

◇ 내비게이션은?

안드로이드 오토는 카카오 내비를 식구로 맞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최근 구글맵을 활용한 3D 내비게이션이 고급차를 중심으로 장착이 확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법규 문제로 구글맵을 활용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대안으로 삼은 것은 국내 소비자가 익숙한 모바일 내비게이션, 그리고 구글과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 내비였습니다.

카카오 내비가 자동차 모니터에 나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 박진우 기자
카카오 내비가 자동차 모니터에 나오는 건 대단한 축복이다. / 박진우 기자
카카오 내비가 스마트폰이 아닌 자동차 모니터에 최적화된 형태로 나타난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입니다. 내비 사용을 위한 사전 교육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모바일 버전에서 사용하던대로 안드로이드 오토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라이언 캐릭터와 육각형 아이콘이 모니터에 나타나니 반갑기까지 했습니다.

시리야, 오늘 저녁 약속있는데, 집으로 길을 안내하면 어떡하니? / 박진우 기자
시리야, 오늘 저녁 약속있는데, 집으로 길을 안내하면 어떡하니? / 박진우 기자
애플은 폐쇄적인 것으로 유명하죠. 내비게이션도 자신들의 것을 활용합니다. 이미 해외에서 애플 사용자는 애플 지도 사용이 익숙하나, 우리나라 사용자는 아니죠. 역시 법규 문제입니다. 그래도 아이폰 사용자의 생활패턴이 미리 학습돼 있기 때문에 행선지 등이 자율적으로 표시되고, 길 안내를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용 내비게이션이 아니다보니 기능은 떨어집니다.

◇ 안정성은 애플이, 확장 가능성은 구글이 승리

애플 카플레이는 안정성이 돋보였습니다. 사전준비도 필요없고, UI도 완전히 아이폰의 그것입니다. 이미 모바일폰, 태블릿PC, 랩톱, 데스크톱 등으로 자신들의 UI 경험치를 쌓아온 애플이기에, 자동차에서 구현되는 화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아이폰의 홈버튼을 화면에 표시한 것도 조작에 직관성을 부여합니다. 음성으로 메시지를 보낸다거나, 날씨 확인 등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깔끔한 화면구성이 애플답다. / 박진우 기자
깔끔한 화면구성이 애플답다. / 박진우 기자
다만 폐쇄성은 다소 아쉽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기능적으로, 시각적으로 훌륭한 모바일 내비게이션이 많은데, 그 모두를 열어놓고 있지 않습니다. 카카오 내비를 사용하는 구글과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확장성이 무궁무진합니다. 다양한 서드파티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안전운행에 방해되지 않는 메시지앱, 음악감상앱 등으로 제한될 예정이지만, 내 스마트폰에서도 주로 활용했던 앱을 차 안에서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만으로도 고무적입니다.

다양한 메시지앱과 음악감상앱을 쓸 수 있다지만, 항상 사용한 건 한정적이다. / 박진우 기자
다양한 메시지앱과 음악감상앱을 쓸 수 있다지만, 항상 사용한 건 한정적이다. / 박진우 기자
실제로 구글은 API를 앱 개발자에게 열어 다양한 앱이 안드로이드 오토에 실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카이프, 왓츠앱 등을 바로 사용할 수 있고, 향후 카카오톡의 안드로이드 오토 입성을 예상해볼 수도 있습니다. 모바일 앱 개발회사가 안드로이드 오토에 의지만 있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