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쏟아진다. 한낮 수은주는 이미 30℃를 훌쩍 넘었고, 밤에도 열대야(기온 25℃ 이상)가 기승을 부린다. 기상청은 장마가 끝난 후 찾아온 이번 무더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냉방 효과가 우수한 에어컨 수요가 폭증 중이다. 무더위가 시작된 7월 둘째주, 오프라인 유통가의 에어컨 판매량은 롯데하이마트 기준으로 직전 주 대비 135%,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쯤 늘었다.

2018년형 에어컨 신제품들. / 각 제조사 제공
2018년형 에어컨 신제품들. / 각 제조사 제공
에어컨 구매자가 늘어나는 만큼 피해를 입는 소비자 수도 수직상승 중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부당한 설치비 및 추가 요금 요구, 업체 폐업 등으로 인한 사후보장 불가 등 소비자 피해 사례는 2015년 127건에서 2017년 327건으로 늘었다.

◇ 에어컨 사기 전 ‘계약 조건’ 철저히 확인해야

에어컨을 살 때 피해를 막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에어컨 구성품이다. 가정용 에어컨은 반드시 실내기와 실외기 세트로 판매된다. 최저가라고 홍보하면서 실내기와 실외기를 따로 판매하는 곳은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 다음 살펴볼 것은 에어컨 설치 관련 계약 조건이다. 에어컨 설치비에는 기본 배관 가격, 배관 내 가스(냉매) 가격, 배관 진공 처리 가격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본 배관 길이는 제조사마다 다르나, 대개 스탠드형 7~8m·벽걸이형 5m다. 타공(벽에 배관 연결용 구멍을 뚫는 것) 비용도 일정 회수(보통 1~2회)까지 설치비에 포함된 기본 품목이다.

에어컨 설치비를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 쓱싹 홈페이지 갈무리
에어컨 설치비를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 쓱싹 홈페이지 갈무리
배관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즉 기본 배관만 사용한다면 연장비·가스 충전비·진공 처리비용이 없어야 정상이다. 일부 업체는 기본 설치 시에도 가스나 배관 연장이 필요하다며 추가 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단 ▲에어컨 실외기 거치대나 바람막이 등 액세서리 가격 ▲고층 거치대 설치 시 위험수당 ▲배관 매립 용접비 등은 설치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설치 환경에 따라 따로 청구될 수 있다.

에어컨 배송비도 자주 논란거리가 된다. 에어컨 실내기와 실외기, 기본 배관 등은 부피가 커 트럭으로 운반된다. 따라서 일반 택배보다 배송비가 비싸고, 지역이나 거리에 따라 할증 요금이 붙는다.

에어컨을 살 때 배송비를 사전에 파악하되, 계약 시 협의되지 않은 예외 배송비는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인력이나 거리가 추가됐다며 배송비를 더 받는 행위, 배송 및 설치 시간이 규정보다 오래 걸렸다며 웃돈을 요구하는 행위가 예외 배송비의 예다.

에어컨 배송비에는 고가 사다리차 혹은 엘리베이터 사용 요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는 곳, 아파트 규약에 따라 엘리베이터 사용 시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에어컨 설치 및 배송비 옵션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사야 한다.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에어컨 설치 및 배송비 옵션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사야 한다. / LG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설치 및 배송비는 반드시 제품 주문 전 파악하고 예외 및 특이 사항이 있을 경우 판매자와 사전 협의를 마쳐야 한다. 예상 외 추가 설치 및 배송비가 발생해 제품을 환불하려 해도 현행 법률(전자상거래법 18조9항)상 반품비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 에어컨 설치는 믿을 수 있는 업체·인력 통해

에어컨 설치 기사가 방문·작업할 때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보는 것이 좋다. 에어컨 배관이나 전선을 잘못 시공하면 제품 고장 혹은 사고로 이어진다.

시공 후 정상 동작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냉매나 가스가 새지는 않는지, 냉방 성능은 제대로인지, 실외기에서 떨림이나 소음이 생기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물을 배출하는 배수 호스 혹은 배관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점검도 필수다.

에어컨 제조·판매사가 제품 설치와 배송을 함께 담당하는 경우, 사후보장도 제조사가 맡는다. 하지만, 제조·판매사와 설치사가 다를 경우(외주 설치사를 이용하는 경우) 설치하자에 대한 보증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에어컨 설치 후 설치 접수 자료를 비롯한 증빙을 신청해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담당 기사의 신원과 경력을 미리 알아두거나, 에어컨 설치기사 자격증 유무를 파악해도 도움이 된다.

한국소비자원 한 관계자는 “매년 여름 에어컨 설치 및 배송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며 “에어컨 설치 및 배송 시 계약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설치 기사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설치 후 작동 여부 확인과 자가점검도 필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