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전자부품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모양새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부품 업체의 상반기 부진이 계속되는 반면, 특정 고객사나 제품군에 국한되지 않고 거래선을 다변화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극명한 대비를 보일 전망이다.

애플 아이폰X. / 애플 제공
애플 아이폰X. / 애플 제공
18일 전자부품 업계에 따르면, 통상 계절적 비수기인 상반기에는 실적이 주춤하고 신제품이 활발히 출시되는 하반기에 실적이 반등하는 소위 ‘상저하고' 흐름을 보인다. 부품 업계의 최대 먹거리 중 하나인 스마트폰의 경우 최근에는 여러 제조사에서 연중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는 편이지만, 다른 대부분 전자기기는 연말 성수기 수요에 대비한 세트 업체의 재고 조절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품 업계의 ‘큰 손'인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시기는 물론이고, 전략 스마트폰의 흥행 성적에 따라 후방산업의 희비가 엇갈린다.

대표적인 예가 디스플레이 업계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상반기 갤럭시S9과 아이폰텐(X)이 예상보다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2분기 실적 전망이 어둡다. 증권 업계가 전망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이익은 500억~1000억원 초반대로, 1분기 영업이익 4100억원과 비교해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매 분기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급변했다.

LG디스플레이는 분위기가 더 나쁘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최대 고객사였던 애플이 지난해부터 OLED를 주력으로 삼기 시작했고, TV용 대형 LCD 패널 시장은 치킨게임(한쪽이 살아남을 때까지 벌이는 출혈경쟁)에 가까운 중국의 물량 공세에 가격이 바닥을 쳤다. 이 때문에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온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적자 전환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 탈출이 요원할 전망이다. 증권 업계는 2분기 LG디스플레이가 1분기보다 2000억원쯤 적자가 늘어 29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카메라 모듈 등 스마트폰용 주요 부품 사업에서 경쟁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기의 경우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성장한 17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LG이노텍은 이 기간 100억원대 적자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다.

2016년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크게 휘청인 후 갤럭시 의존도 낮추기에 주력한 삼성전기는 최근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사업이 주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0억원대에 달했지만, 올해는 200억원대로 줄었다. 대신 MLCC 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해 2600억원대에서 올해 8900억원대로 크게 뛰었다. 삼성전기는 이 덕에 스마트폰 시장 부진에도 2분기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LG이노텍은 여전히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과 3D 센싱 모듈 등을 생산하는 광학 솔루션 사업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애플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LG이노텍은 지난해 말 아이폰X 출시 효과로 14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아이폰X의 흥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저물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68억원을 지나 2분기에는 100억원대 중반대 적자가 예상된다. 상반기 출시된 LG전자의 G7 씽큐도 부진을 극복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한편, 전자부품 업계는 하반기 삼성전자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실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어 당분간 상저하고 실적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커질대로 커진 스마트폰 시장이 더는 극적인 성장은 힘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만큼 매출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