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2주만에 깜짝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LG그룹 주력 계열사인 LG와 LG유플러스의 최고경영자(CEO) 부회장 자리를 서로 맞바꾼 겁니다. 이에 앞서 그룹 인사 담당자 역시도 교체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4세 경영 체제를 조기 안착하기 위한 결단이자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를 앞둔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구광모 회장. / LG 제공
구광모 회장. / LG 제공
16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습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LG 이사가 아닌 관계로 오는 8월 29일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권 부회장의 LG 사내이사 선임할 예정입니다. 이후 권영수 부회장은 LG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논의하는 절차가 진행됩니다.

같은 날 LG유플러스 역시 이사회를 열고 하현회 LG 부회장을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습니다. 두 부회장의 자리가 뒤바뀐 겁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LG화학 인사팀장이었던 이명관 부사장에게 LG 인사팀장을 겸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구광모 신임 회장이 인사 개편을 실시해 그룹 내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구 회장이 인적 쇄신을 이루기에 시간이 부족해 고(故) 구본무 회장의 인맥을 활용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선 재계는 사실상 그룹 최고인사 책임자를 맡은 이명관 부사장에 주목합니다. 이 부사장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LG 인사팀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그는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인사 업무를 책임져온 인사통으로 알려졌습니다.

 왼쪽부터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 / 조선일보DB
왼쪽부터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 / 조선일보DB
권영수 부회장 역시 고(故) 구본무 회장 신임을 받은 핵심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권 부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각별한 애정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인물로 다양한 주력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위기 해결사 역할을 했습니다. 권 부회장은 LG 대표이사 겸 COO로 계열사 경영 현안을 조율하고 미래 먹거리를 맡으면서 LG 그룹 미래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로봇,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 입장에서 빠른 시간 내에 인적 쇄신을 이루기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라며 “선친 때부터 믿고 맡겼던 인사 라인을 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하현회 부회장은 LG 시너지팀장 재임 시절 구광모 회장(당시 상무)과 인연이 맺은 데다가 최근 ‘구광모 호가 출항하는데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 그 누구보다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의외로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일각에서는 하 부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 영향을 받아 그룹 지주회사 대표에서 계열사 CEO로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계열분리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하 부회장은 구본무 회장보다는 구본준 부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부회장의 LG필립스LCD 설립 당시 신임을 쌓았습니다. 하 부회장은 2012년 LG시너지팀장을 맡았고 이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승장구합니다. LG 시너지팀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강력한 요구로 신설된 조직으로 전해집니다.

LG는 계열 분리를 하면서 LG의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와 겹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을 분리해 왔습니다. 1999년 LIG 그룹 분리시에는 금융계열을, 2002년 LS그룹 분리시에는 전선, 가스, 제련 등 사업이 분리됐습니다. 2004년에는 정유, 유통 홈쇼핑 등 서비스 분야를 분리해 GS그룹을 분리했습니다.

현재 전자와 화학으로 대변되는 LG 그룹에서 떼어낼 수 있는 계열사는 통신과 바이오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LG이노텍, LG CNS, LG 상사, LG화학 바이오 부문 등이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현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맡게된 것도 이런 계열분리 밑그림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사업 확대(CJ헬로 인수 등)가 제대로 이뤄지고 분리될 경우, 구본준 부회장은 확실한 캐시카우를 챙기게 됩니다.

반면 그룹 내에서 가장 입지가 단단한 LG유플러스를 분리할 가능성은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또 하 부회장은 구본무 부회장의 신임을 얻어 지주사 대표까지 맡았던 인물인데다 그룹 내 성장동력 이해도가 가장 높아 통신을 기반으로 한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리 이동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립니다.

LG 고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5G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 핵심 계열사가 될 것이다”라며 “계열 분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연말 대대적인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이 자리를 맞바꾼 만큼 총 6명의 전문 경영인 부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LG 한 관계자는 “연말 인사 준비가 생각보다 빨리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차원에서 계열 분리 이슈와 성장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