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동영상 감상과 멀티 태스킹(다중 작업)에 최적화된 18대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가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포털 사이트 대신 동영상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이른바 ‘Z세대’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갤럭시S8의 18.5대1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강조한 광고의 한 장면.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갤럭시S8의 18.5대1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강조한 광고의 한 장면. / 삼성전자 제공
2017년 처음 등장한 18대9 화면비 디스플레이는 등장한 지 1년여 만에 기존 16대9 디스플레이를 압도하며 주요 스마트폰의 주력으로 각광 받는다. 18대9 디스플레이는 화면을 둘러싼 베젤을 최소화하고, 전면부 디스플레이 비중을 극대화하며 풀 스크린 트렌드를 열었다. 텍스트보다 동영상으로 소통하는 게 더 익숙한 일명 ‘Z세대'의 니즈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8대9 이상의 화면비를 채택한 스마트폰 출하량 비중이 올해 하반기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LG전자가 ‘G6’에 처음 18대9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18.5대9 디스플레이를, 애플은 ‘아이폰텐(X)’에서 19.5대9 화면비 디스플레이를 각각 채택했다.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가 18대9 이상 화면비를 따르는 추세다. 아이폰X의 경우 상단 노치 부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화면비는 18.5대9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의 화면비는 주로 TV 방송 화면비를 따랐다. 초기 스마트폰은 대부분 4대3 화면비였고, 아이폰의 경우 2011년 4S 모델까지 사진에 최적화된 3대2 화면비를 고수하다 2012년 아이폰5부터 본격적으로 16대9 화면비를 적용했다. 당시 애플은 아이폰 화면을 키우기 위해 세로로 단말기 길이를 늘렸는데, 이를 두고 차세대 아이폰이 갈수록 길쭉한 디자인을 띨 것이란 비아냥 섞인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독특한 화면비에 대한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LG전자는 2009년 ‘뉴 초콜릿 폰'에서 21대9의 파격적인 화면비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당시는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기 전이었고,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었던 탓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2013년 풀HD 기반 디지털 방송이 대중화됐는데, 한국에서도 스마트폰은 물론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대부분의 기기가 16대9 화면비를 따르기 시작했다.

16대9 화면비 스마트폰에서 풀HD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면 여백 없이 꽉 찬 영상을 볼 수 있다. 화면비가 다른 영상의 경우 디스플레이 위아래 또는 좌우에 검은 여백이 생긴다. 최근 방송에서 참고자료로 과거 4대3 화면비의 영상을 틀어줄 때 화면 좌우에 여백이 생기는 것도 이런 영향이다.

반면, 극장 상영 영화의 경우 촬영 장비에 따라 1.85대1이나 시네마스코프로 불리는 2.35대1의 화면비를 따른다.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좌우로 길쭉해 보이는 이 영상을 16대9 화면비의 스마트폰에서 재생하면 화면 위아래가 텅 비게 된다. 이렇게 화면 위아래에 생기는 여백을 레터박스, 좌우에 생기는 여백을 필러박스라고 한다. 21대9 화면비를 다르게 표현하면 2.37대1이라는 점에서 LG 뉴 초콜릿 폰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제품이었던 셈이다.

21대9와 16대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에서 각각 다른 화면비의 영상을 재생했을 때 생기는 레터박스와 필러박스의 예. / avsforum 제공
21대9와 16대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에서 각각 다른 화면비의 영상을 재생했을 때 생기는 레터박스와 필러박스의 예. / avsforum 제공
레터박스나 필러박스가 보기 싫다면 강제로 화면에 영상을 맞출 수 있는데, 이 경우 영상이 위아래로 길어지거나 좌우로 늘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영상 비율을 유지하면서 화면에 가로나 세로 길이를 맞춰 전체화면으로 재생할 경우 영상 위아래나 좌우 일부분이 잘려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원본 영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꽉 찬 화면을 보고 싶다면 주로 시청하는 영상에 최적화된 화면비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18대9 화면비의 디스플레이는 이렇듯 다양한 비율의 영상 콘텐츠를 두루 소화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이나 영화 모두 레터박스와 필러박스의 크기를 최소화하고, 전체 화면으로 보더라도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만 잘려나간다. 다만, 18대9 비율로 제작된 영상이 아니면 현재로서는 어떤 영상을 보더라도 약간의 레터박스나 필러박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유튜브는 2017년 말 16대9 영상을 18대9 디스플레이에 최적화해주는 ‘스냅 줌' 기능을 업데이트했으나, 이 역시 영상 위아래가 약간 잘려나가는 단점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18대9 화면비가 아직은 과도적인 비율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지만, 눈에 크게 거슬리지 않고 화면을 더 크게 보는 효과가 있어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상당하다.

현재 16대9 화면비의 디지털 방송 표준이 향후 18대9(2대1) 화면비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트라로는 전자기기에서 보기 편한 2대1 화면비를 ‘유니비지엄(이미지의 통합)’이라고 칭하며, 이를 표준으로 정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부합해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2대1 화면비로 만들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IHS마킷은 “기존에는 풀 스크린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려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해 주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18대9 화면비가 채택됐다”며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액정표시장치(LCD)에서도 18대9 화면비를 구현하며 중저가 모델로 트렌드가 확대되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