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가 블랙베리의 기술 철학 위에 설계된 플랫폼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20일 IT조선과 만나 이렇게 얘기했다. 사실 많은 사람에게 ‘블랙베리’는 단순한 휴대전화 제조사일지 모르나, 블랙베리는 이미 22년 동안이나 자동차 보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회사다. 아니, 자동차 보안 분야의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름이 높다.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 / 박진우 기자
카이반 카리미 블랙베리 테크놀로지 솔루션 영업 마케팅 수석 부사장. / 박진우 기자
최근 자동차에는 다수의 전자장비(전장)가 장착되고 있다. 이 각각의 전장을 제어하기 위해 ECU(전자식 제어 유닛·Electronic Control Unit) 역시 중형세단 기준으로 100대에서 130개 정도가 들어간다. 지금의 기술 추세를 본다면 다수의 ECU는 10분의 1정도로 숫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메가 ECU를 통해 대규모 통합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장치 하나당 제어 장치가 필요했으나, 이제는 카테고리 별로 하나의 ECU가 여러 개의 장치를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카리미 부사장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포드 F-150의 소프트웨어에는 약 1억5000줄의 코드가 사용됐다. 이는 다른 분야의 소프트웨어 코드보다도 현저하게 많은 숫자다. 이를 모두 관리하고, 제어하려면 시스템의 보안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카리미 부사장은 “현재 자동차 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는 어떤 산업에서 보다도 많은 양의 코드가 작성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보안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특히 커넥티드카가 보편화될 수록 네트워크 원격 해킹에 취약해 소프트웨어 보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도로 위를 달리는 대다수의 차는 보안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모든 기기의 안전요구에 대한 상황이 달라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그만한 전문성을 가진 회사는 블랙베리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완벽한 보안 시스템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충분한 자원과 시간만 있다면 어떤 시스템이든 뚫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리미 부사장은 “선제대응이 중요하고, 이것이 블랙베리가 특히 강점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블랙베리는 현재 내부 해커 집단을 운영 중인데, 이를 둔 이유도 보안성을 위한 선택이다. 실제로 블랙베리 시스템을 내부 해커팀이 뚫고, 보완점을 피드백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간다.

그렇다면 블록체인이 블랙베리 시스템의 보안성을 더 높일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카리미 부사장은 “아직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부가 되지 않았다”며 “자동차의 관점에서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을 사용하긴 어렵기 때문에 현재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연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베리 QNX. / 블랙베리 제공
블랙베리 QNX. / 블랙베리 제공
최근 자동차 회사가 각종 IT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랙베리 역시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는 모든 기술을 갖고 싶어하고, 자동차 보안은 향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직까지 블랙베리는 매각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는 않다. 이와 관련 카이반 카리미 부사장은 “블랙베리 QNX에 대한 인수 제안이 많았으나, 현재까지 회사에 매각 의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독립 회사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그 자체로는 부가가치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는 이를 올려서 작용하는 하드웨어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자율주행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로는 부가가치가 생기지 않고, 이를 직접 올릴 자동차가 꼭 필요하는 의미다.

카리미 부사장은 “우리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스위스(중립적 위치라는 의미)로, 모든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고, 차별화점”이라며 “우리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는 정보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스템을 더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블랙베리 QNX의 미래는 어떨까?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꿈꿀까? 문득 블랙베리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카리미 부사장은 “우리는 플랫폼에서 사용이 가능한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절대로 그 이상의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의사결정이 필요한 자율주행 AI의 개발은 우리의 몫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향후 ADAS 혹은 커넥티비티 등에서 물리적이나 소프트웨어적 버그, 보안 문제에 보다 안전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방향성으로, 이를 위해 자율주행의 기반이 되는 여러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며 “블랙베리 QNX의 시스템을 사용하면 다른 기업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는데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이반 카리미 수석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으로, 글로벌 완성차 회사를 보유한 국가이자 LG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즉각 대응하는 회사가 있고,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가 있다”며 “블랙베리는 기존 파트너 회사들이 ADAS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제품에 안전을 보장하는데, 한국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