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가상현실(VR) 기술과 관련 시장은 지난 2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인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내로라하는 ICT 선도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제조, 의료,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VR 및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산업계의 높은 관심에 비해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VR에 대한 관심은 다소 소강된 상태다. 새로운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이 쉽고 편하게 접하기에는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로 시작된 e스포츠 시장은 이제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종목도 더욱 다양해졌으며 참가 팀 수와 국가, 상금 규모, 현장 참관객 및 온라인 시청자 수 등도 기존의 인기 스포츠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VR과 e스포츠의 결합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최근 들어 사그라진 일반 소비자들의 VR 및 AR(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떠오를 전망이다.
GDF 2018의 둘째 날인 20일 열린 ‘VR e스포츠 쇼케이스’는 지난 6월 21일 경기도와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의 주도로 국내 e스포츠 전문가와 해설진, 유명 프로게이머 등 20여 명이 참여해 발족한 전문 연구 그룹 ‘VR e-스포츠 아카데미아’가 준비한 행사다. VR 콘텐츠를 e스포츠화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한데 모으고, 그 중간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가능성 측면에서는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VR 콘텐츠를 잘 포장한다면 충분히 e스포츠의 소재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재발견했다. VR 콘텐츠의 특성에 맞춰 숙련된 전문 캐스터가 적절한 해설과 멘트로 분위기를 고양하고, 가상 현실 속에서 활약하는 게이머의 액션을 화면으로 멋지게 전달할 수 있다면 관중들의 시선을 끌고 환호를 불러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제3의 캐릭터가 아니라 게이머 자신이 게임 속 캐릭터가 되는 VR 콘텐츠의 특성상 현실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선수 자신의 상품가치를 더욱 잘 살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일단 운영의 미숙함은 새로운 시도인 만큼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축적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VR 콘텐츠 자체가 e스포츠에 어울리지 않아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다면 해설진과 선수가 열심히 활약해도 호응을 끌어내기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쇼케이스에 앞서 진행된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에서 언급한 대로 VR 환경 및 콘텐츠에 맞는 카메라 워킹, 스토리 텔링, 효과적인 중계 및 옵저빙(관측) 솔루션 및 인터페이스 개발 등도 숙제로 남았다.
e스포츠의 사례로 드러난 것처럼 VR 기반 e스포츠 역시 잘 키우고 활성화할 수 있다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VR e스포츠의 성공은 VR·AR 기술에 대한 관심이 식은 일반 소비자들의 이목을 다시 끌어모을 좋은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이번 쇼케이스와 같은 ‘실험’이 꾸준히 이어지고, 문제점은 개선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은 물론 ‘VR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올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