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소 393호] 디자인의 진화 그리고 프론트엔드 디발자

입력 2018.07.25 08:00

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최신호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웹 페이지, 모바일 등 프론트엔드(Front-End)를 주제로 담았습니다. 자바스크립트, 타입스크립트, 리액트, 뷰, 앵귤러, 일렉트론, 아이오닉 등 마소 393호의 주요 기사들을 IT조선 독자에게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디자이너와 개발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우스갯 소리지만 개발자는 디자이너를 매번 충동적으로 물감을 흘리고 다니는 어린아이로, 디자이너는 개발자를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앞에서 컵라면을 먹는 오타쿠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필자는 카이스트에서 산업 디자인학을 전공했다. 학부 생활을 마친 후, 코딩을 요구하는 관심연구주제를 위해 제품 디자이너의 길을 떠나 웹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우선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HTML, CSS 그리고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로 웹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디자이너는 그래픽 툴만 다룰 줄 알면 한 사람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자 범람하는 정보는 현대인을 지치게 했고,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다양한 기기 환경에 보다 쉽게 대응하도록 요구받기 시작했다.

콘텐츠가 그래픽 디테일보다 중요해진 것과는 별개로, 변화하는 화면 크기에 맞춰 반응하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코드에 대한 이해가 디자이너에게 기본교양이 됐다. 인사 담당자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때 간단한 프로토타입 구현 능력을 보기 시작했다. 동시에 HTML과 CSS가 성숙해졌다. 각종 UI 프레임워크가 생기며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시각 디자이너의 도움이 없어도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개자이너’와 ‘디발자’, 이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발자, 디자이너 그리고 프로젝트 매니저가 서로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3호 발췌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은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3D프린터 등의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 일환인 생성적 디자인(Generative Design)에서 볼 수 있듯, 기존에는 인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던 기술이 이제는 사용자의 목표와 제한사항에 맞춰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달했다.

필자가 학부 때 배웠던 ‘100:10:1 방법론’은 100개의 아이디어에서 10개, 그리고 다시 그중 1개를 추려내는 디자인 방법론이다. 그런데 이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 생성적 디자인의 도움을 받아 공학적으로도 견고한 디자인을 재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생성적 디자인은 기존 산업혁명처럼 더 많은 업무를 자동화해 디자이너 역할을 생산자에서 큐레이터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생성적 디자인에 3D 프린터처럼 작은 공간에서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Additive Manufacturing, AM)을 더해, 한때 사람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에만 그쳤던 컴퓨터 프로그램은 이미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와 상상을 초월하는 성능을 지닌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더 리빙(The Living) 스튜디오의 바이오닉 파티션(Bionic Partition)이 대표적인 예다. 에어버스 항공기 격벽에 사용되는 부품을 재디자인한 것인데, 기존 부품 대비 절반 정도 무게만 나가지만 강도는 더 올렸다. 이렇듯 생성적 디자인은 기존 산업혁명처럼 더 많은 업무를 자동화해 디자이너 역할을 생산자에서 큐레이터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더리빙 스튜디오의 바이오닉 파티션(Bionic Partition).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3호 발췌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관리업무를 포함한 ‘단순 업무’가 줄어든 대부분 직종은 컴퓨터에게 내준 자리를 창의적인 생각으로 채워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디자이너처럼 생각할 것을 요구하며 결과적으로는 디자인 사고를 추구하게 된다.

필자는 어떤 커리어를 쌓을 것인지 다시 고민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여행을 가는 것이 한 방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에 교환학생으로 파견 나갔다. 한 학기 동안 하나의 부전공 과정을 모두 마치는 프로그램에 등록했다. 상호작용을 하는 환경 부전공 프로그램(Interactive Environments Minor Program)은 주어진 학기 동안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과과정이다. 상호작용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디자인 사고가 주가 되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를 넘겨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다양한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었던 터라, 프로젝트의 사용성 테스트가 의외의 결과를 낳았을 때의 상실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사용자와의 직관적인 상호작용을 위해 사용성 개선이 최우선시되자, 프로젝트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재미가 사라졌다. 자연에서는 복잡할 수밖에 없는 상호작용인데 구현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순해져야 한다니!

제품 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 디자인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나 참여자만이 이해하는 언어의 가치를 부정하고 있었다. 물론 제품이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이 챗봇처럼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면 제품에 사람을 투영한 입장에서 바라본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자연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직관적인 것은 생각할 필요를 줄여주는 만큼 해당 부분을 이해했을 때 얻는 성취감도 줄어들어 재미가 없다. 사용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곧 효율을 위해 무미건조함을 선택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로 생계를 유지하며 동시에 일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원하는 분야를 연구하며 개척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필자의 관심 분야는 제품과 사용자의 감성적인 소통을 통한 관계 형성이었다. 이 주제에 매력을 느껴 석사과정을 권한 교수도 있었지만, 연구자가 된다고 해도 실용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코딩 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시대를 심심한 디자이너로 사느니 차라리 개발을 배우고 싶었다.

이승민 필자의 프론트엔드 디발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웨어 393호(https://www.imaso.co.kr/archives/340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