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찾은 아다 요뉴세(Ada Jonuse) 림포 공동 창업자 인터뷰

"연습용 유니폼에 새 로고가 붙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셨나요? 림포 앱(LympoApp)에 대해 더 알아보세요."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구단 댈러스 매버릭스(미국 텍사스 주)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2장의 사진과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림포는 운동 데이터를 제공하면, 토큰을 보상으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있다. 지난 2월 ICO(가상화페공개)를 마친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다. 2011년 우승을 자랑하는 NBA 구단이 신생 기업과 3년간 제휴를 맺고 유니폼에 기업 로고까지 새긴 것이다.

림포가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에 자리 잡은 기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한국을 찾은 아다 요뉴세(Ada Jonuse) 림포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타다스 마우루카스 최고전략임원(CSO)도 리투아니아인이다. 리투아니아는 인구 300만명, 고유 언어를 쓰는 나라다. 1918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가 1940년 구소련에 합병됐고 1991년 다시 독립했다.

기업 홍보차 이역만리 한국을 찾고 미국 최고 스포츠 구단주를 상대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림포를 보면서, 기자는 블록체인이라는 무대는 그야말로 국경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5월 31일 아다 요뉴세 CEO와 타다스 마우루카스 CSO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7월 23일 이메일을 통해 추가 질의도 보내 답변을 받았다.

[데스크 칼럼] 토큰 이코노미 세계를 누비는 30세 리투아니아인

요뉴세 CEO는 원래 정치가가 꿈이었다. 요뉴세 CEO는 "정치가로 세상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점과 기업가가 세상을 바꾼다는 사실을 동시에 깨달아 정치가의 길을 그만두고 창업가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영상 = 이재범 PD, 편집 = 김민정 인턴 기자

― 창업한 계기는.

"정치학을 전공하고 유럽 의회에서 일했다. 의회에서 IT, 보안, 데이터보호 등 디지털 정책과 관련된 일을 맡았고 자연스럽게 스타트업과 IT 대기업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이 일으킨 사회 변화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 림포는 어떤 기업인가.

"원래 림포는 최적의 퍼스널 트레이너를 찾아주는 일반적인 IT 스타트업이었다. 리투아니아에서 600여명의 퍼스널 트레이너들이 림포 앱에 등록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블록체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림포 사업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리투아니아 정부와 중앙은행 모두 블록체인에 우호적이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사업 전략을 다 뜯어고쳤다. 현재 직원은 약 40명이다."

― 사업 전략을 어떻게 바꿨나.

"림(LYM) 토큰을 만들고 사용자 보상 체계를 만들었다. 또 지난 2월 림 토큰을 공개하고 판매에 돌입했다.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 현재 개발 중인 림포 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토큰을 이용해 운동 동기를 부여하는 건강 관리 앱이다. 림포 앱에는 ‘자전기 타기'와 같은 ‘림포 챌린지’ 알람이 수시로 뜬다. 이 알람을 본 사용자가 미션을 완수하면 림 토큰을 받을 수 있다.

‘구글 헬스’ ‘삼성 헬스’ ‘핏빗’ 등 다른 건강 관리 앱에서 쌓인 데이터와 수면 측정 앱의 건강 데이터도 림포 앱으로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사용자는 이 운동 데이터를 기업이나 기관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토큰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림포 앱이 ‘개인의 데이터 주권 회복’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품화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데이터의 당당한 주인으로서, 자신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제적 보상을 얻는 시대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림 토큰 배포 및 용처
림 토큰 배포 및 용처
― ICO로 1만5000 이더(당시 약 15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요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프라이빗 세일(private sale)’로 모금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빗 세일이란 보통 펀드, 기업 등에 토큰을 대량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토큰 가격을 크게 할인해 준다.)

우리는 소수의 ‘큰 손'에게 토큰을 파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림포는 전 세계 1만명의 개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전 세계에 크고작은 림포의 팬이 퍼져 있는 셈이다. 실제로 어떤 국가, 어떤 기업과 파트너십을 추진할 때, 림포 투자 커뮤니티 내 현지인 투자자가 꼭 있다. 그들이 도움을 많이 준다.

총 10억 개의 토큰 중 65%를 대중에 판매했고 3%는 토큰 판매를 위한 비용으로 썼다. 10%는 팀원들과 고문(advisor)들에게 배포되고 22%는 사업 추진에 쓰여진다. 팀원과 고문은 토큰을 2년간 팔 수 없다"

― ICO 성공 비결은.

"용감하게 ICO에 나섰지만, 사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ICO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이게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고 ICO를 한 달 연기했다. 백서(white paper)도 새로 썼다.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ICO 중단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다시 ICO에 나섰을 때 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했다.

ICO 프로젝트는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 투자자를 만나고 홍보 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텔레그램에서 만난 투자자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림포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설명하는 짧은 영상도 공개했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인 덕분에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ICO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림포의 영어 텔레그램 방에 1만3000명, 중국어 방에 2700명 정도의 투자자가 있다. 한국어 방에는 150명의 투자자들이 있다."

― 이더리움 ERC-20 기반으로 토큰을 만들었나.

"그렇다. 높은 수수료, 느린 속도, 확장성 이슈 등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을 선택한 이유는 이더라움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토큰 발행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ICO를 진행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앞서 지적한 문제가 계속 나온다면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할 수도 있다. 고민하고 있다."

― 림 토큰은 어디에 쓸 수 있나.

"림포 장터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는데, 림 토큰을 쓸 수 있다. 가령, 림포와 파트너십을 맺은 댈러스 매버릭스 팀의 경기 티켓이나 유니폼, 기념품 등을 구매하는 것이다. 퍼스널 트레이너의 수업료도 림 토큰으로 낼 수도 있다.

운동을 즐기는 사용자, 운동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나 기업(보험사, 헬스케어 업체),운동 제품 파는 장터(마켓 플레이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림 토큰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토큰을 계속 보유해 투자 이익을 노려볼 수도 있다. 토큰이 기존의 포인트 적립과 다른 점은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8년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구단 댈러스 매버릭스(미국 텍사스 주)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림포와의 사업 제휴를 알렸다.
2018년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프로농구(NBA)구단 댈러스 매버릭스(미국 텍사스 주)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림포와의 사업 제휴를 알렸다.
― 누가 왜 림포 챌린지를 개최하나.

"사용자의 운동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들이 챌린지를 만들 것이다. 조깅화 제조업체는 사람들이 주로 어디서,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는지를 연령별, 성별로 알고 싶어한다. 신규 고객 유치를 원하는 피트니스센터는 방문 및 1일 체험 참여를 미션으로 걸 수도 있다.

운동 습관을 지닌 사용자에게 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을 만든 보험회사나 운동과 신체 건강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는 기관들도 림포 챌린지를 설계해 참여할 것이다. 일반 기업들도 사원 복지 차원에서 피트니스 센터 이용권을 제공하고 직원들의 운동을 독려할 수도 있다."

― 이 아이디어를 복제하는 기업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라는 것은 아주 잠시 존재하거나 결국 존재하지 않고 항상 끝없는 경쟁과 맞서게 돼 있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편하게 쓸 수 있느냐, 얼마나 강력한 에코시스템(생태계)를 만느냐가 중요하다."

― 림포 앱은 언제 나오나.

"베타 버전이 9월에 나온다. 9월 9일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yus)에서 1만 5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마라톤 대회 ‘Danske Bank Vilnius Marathon’가 열린다. 림포는 이 행사의 메인 스폰서 기업 중 하나다.

이 행사에 맞춘 대규모 림포 챌린지도 계획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림포 앱을 다운받고 자신의 기록을 앱과 연동하면, 자신이 달린 거리만큼 림 토큰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매년 10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 열린다고 들었다. 춘천마라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참가자들에게 토큰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

― 림 토큰 가격이 ICO 당시보다 5배 넘게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림 토큰의 가격은 6월 초 정점을 찍고 내려갔다. 최근 한달 동안 이더리움과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기타 코인)이 (가격적인 측면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은 맞다. 여전히 림 토큰 가격은 ICO 당시보다 40% 이상 올라 있고 이것은 림포가 거둔 분명한 성취이다. 지금은 제품(앱) 개발에 더욱 집중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 ICO 기업이 많다보니,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시키는 게 매우 어렵다고 들었다.

"현재 림 토큰은 비트파이넥스(bitfinex), 하닥스(HADAX, 중국 거래소 후오비 관계사), 비트포렉스(bitforex), 게이트아이오(gate.io), 쿠코인(kucoin) 등에 상장돼 있다. 한국에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가 투자한 탈중앙화거래소 올비트(allbit)에 상장돼 있다. 모두 팀원과 고문(adviser)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인 캐롤린 워즈니아키(왼쪽)가 림포 홍보대사를 맡은 후 아다 요뉴세 림포 CEO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인 캐롤린 워즈니아키(왼쪽)가 림포 홍보대사를 맡은 후 아다 요뉴세 림포 CEO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 무엇보다 신생 기업인 림포가 슈퍼 스타, 슈퍼 구단과 제휴를 이끌어 낸 것이 놀랍다.

"처음에는 리투아니아의 원반던지기 챔피언, 미국의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 저자 등과 파트너를 맺었다. ICO 성공 후에는 더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슈퍼스타 캐롤린 워즈니아키(Caroline Wozniacki·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는 우리의 비전에 공감하고 홍보대사에 나섰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자수성가 백만장자 구단주 마크 큐번(Mark Cuban)은 최신 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다. 림포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매버릭스의 훈련 코트와 피트니스센터의 이름도 각각 림포 경기장, 림포 피트니스 센터로 바뀐다. 매버릭스는 림 토큰으로 경기 티켓과 각종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첫 번째 NBA팀이 될 예정이다. (큐번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으로도 매버릭스 경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업체와 제휴 맺은 NBA 구단주 마크 큐번은 누구?

― 림포는 회사 주식의 20%를 토큰 보유자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우리의 목표는 ‘커뮤니티 중심' 회사가 되는 것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최대한 회사 성장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회사 말이다. 조만간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 최근 유럽연합(EU)이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GDPRP)을 발효했다. 사용자가 요구하면, 데이터도 지울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에 올라간 데이터는 지울 수 없지 않나.

"GDPR는 기업들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함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들어졌다. 우리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리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기록한 후 삭제나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관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림포 챌린지'를 달성한 사용자에게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자동 보상해 주는 부분, 토큰을 주고받는 지갑 부분에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다."

―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달라진 분위기가 있나.

"EU 차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통일된’ 규제는 아직 없다. 그래서 국가 단위의 정책이 더 중요하다. 림포 본사가 있는 리투아니아의 경우, 암호화폐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규제 환경도 암호화폐 기업에 우호적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리투아니아를 ‘유럽의 암호화폐 붐 타운(Europe’s cryptocurrency boomtown)’이라고까지 불렀다. 수도 빌뉴스(Vil’nyus)에는 블록체인 전문 스타트업들이 입주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블록체인 센터 빌뉴스'가 있다. 우리도 여기에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