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BMW의 전방위 화재 대응, 자동차 제조사의 사고 책임 기준 높이게 될 것

입력 2018.08.09 07:44 | 수정 2018.08.09 07:53

BMW 디젤 엔진의 화재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BMW는 지난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독일 본사 담당 임원이 문제 원인을 설명하고, BMW코리아 회장의 대국민사과를 전했습니다. 또10만6000여대의 리콜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한편, 8월 14일까지 하겠다는 긴급안전진단의 완벽한 이행 등도 다시 한번 약속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국민 사과 중인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 / 조선일보 DB
우선 BMW가 파악한 원인은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문제입니다. EGR은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냉각한 뒤, 다시 연소과정에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배출가스의 완전연소와 오염물질 저감을 목표로 합니다. 그런데 이 EGR에 포함된 냉각기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BMW의 설명입니다. 누수가 발생했고 침전물이 쌓여 냉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으며, 과열로 인해 불이 났다고 전합니다. BMW는 모 대학 교수가 제기한 소프트웨어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BMW 측은 글로벌에서 화재 원인이 되는 부품의 결함율은 0.12%, 한국의 경우 0.1%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초기에는 한국에서만 보고됐다고 알려진 이 화재가 사실은 유럽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MW는 리콜을 전세계 시장으로 확대했습니다. 규모는 32만대 정도입니다. BMW 독일 본사는 2016년부터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했고 원인 파악을 위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했으며, 2년여간 조사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결론이 났던 것은 2018년 6월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BMW의 설명입니다.

BMW의 대응을 보면, 과거 전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응이 전방위적입니다. 원인이 어느 정도 파악되자마자 공식적인 리콜과 후속조치, 보상, 사고처리 등에 대한 내용 등을 빠르게 전했습니다. 대국민 사과나 본사 임원의 해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화재나 급발진 등의 원인이 불분명한 사고에서 BMW처럼 발빠르게 대응한 회사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없었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개별 소비자에 대한 배상이나, 대응방식에 부실이 발견된 경우도 있습니다. 콜센터 전화 먹통도 있었습니다. 긴급안전진단을 받은 차가 내부 직원의 착오로 ‘문제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후, 화재가 나는 어이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비판 받아 마땅한 부분입니다.

다만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회사가 무턱대고 보상이나 손해배상을 언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리콜 역시 주관 부처인 국토부와의 협의가 필수입니다.

자동차 리콜 과정은 간단할 것 같지만 복잡합니다. 문제가 발견된다고 해서 바로 리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이것이 결함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유사한 결함 사례를 모아야 하고, 조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또 리콜을 위한 부품 수급도 이뤄져야 하는 등 전반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국토부는 자동차 회사의 리콜 시행 전에 ‘리콜 계획서’를 받게 되는데, 이 리콜 계획서를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단 이번 BMW 사례 뿐 아니라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엇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불에 탄 BMW 520d. / 경기 여주소방서 제공
국토부는 비판 여론이 치솟자 장관까지 나서 ‘BMW 운행 중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자동차에 대한 ‘운행 중지’는 자칫 재산권 침해와 맞물릴 수 있으므로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 지적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제도의 도입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가해자의 고의적·악의적 불법행위로 인명이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도입니다. 제도의 이름처럼 발생한 손해 범위 안에서만 배상하는 일반적인 손해배상과는 달리 가해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영국이나 미국은 이 제도를 오래전 부터 도입해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처음 선보이게 됐는데, '살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4월 제조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은 사용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3배의 손해배상을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BMW 문제 부품을 설명 중인 김경욱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 / 국토부 제공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7월 31일까지 자동차 화재는 총 2695건입니다. 이는 전년 같은기간의 2671건보다 24건 늘어난 것입니다. 이 중 승용차 화재는 1329건으로 전년(1275건)대비 45건이 증가했습니다.

교통사고에 의한 화재를 제외해도 하루에 승용차 3~4대는 불에 타고, 화물차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늘어나게 됩니다. 화재가 난 제조 차량 중 어느 회사도 BMW 같은 대처(즉각적인 사과, 24시간 콜센터 운영이나, 렌터카 제공, 찾아가는 서비스 등)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 중인 기아차 2005년식 그랜드 카니발. / 유튜브 갈무리(게시자 : 윤재식)
우리는 그동안 특정 사고에 대해 원인을 잘모른다는 자동차 회사의 변명과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기관의 모르쇠를 숱하게 봐왔습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 회사의 변명은 놀랍게도 꽤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원인불명’, 혹은 ‘관리소홀’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모든 결함 의심 사례에 대해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고 전합니다. 우리 법에는 이 결함의 원인을 자동차 회사가 밝혀낼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함으로 보상을 받으려면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은 소비자가 해야 합니다.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전문적인 영역인 자동차 결함을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맡긴다니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오른쪽)이 8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화재가 난 BMW 차량의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국토부 제공
자동차는 소비자가 알지 못하는 크고 작은 문제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0% 완벽한 기계장치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화재라는 극단적인 사고로 발현됐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초기에 드러났고, 제조사의 대처도 빨랐습니다.

앞으로 BMW의 전방위적인 대응과 이에 따른 국토부 장관과 관련부처의 문제 해결 방식은 자동차 제조사의 안전 사고에 대한 책임 기준을 크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토부가 검토한다는 징벌적 손해배상 방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BMW 때문에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도요타,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한국GM 등 국내서 활동하는 모든 자동차 회사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BMW 사태가 BMW를 넘어서서 자동차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막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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