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팟캐스트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 김동희 팟빵 대표
    입력 2018.08.10 09:23

    짧은 콘텐츠가 대세라고 한다. 실제로 그런 모양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들에 오르는 영상 대부분이 5분을 넘지 않는다. 카드뉴스도 마찬가지다. 독자가 1분 이내에 모든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끔 제작된다. 그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남아 있는 독자가 없기 때문이다. 분량만 짧은 것은 아니다. 콘텐츠 소비 방식도 단편적으로 변했다. 한 번 소비된 콘텐츠는 극소수를 제외하곤 다시 소비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오히려 콘텐츠가 점점 길어지는 분야가 있다. 1시간은 기본이고 3시간 내외의 콘텐츠도 부지기수다. 이용자들이 제작자들에게 분량을 더 늘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바로 팟캐스트다.

    팟캐스트는 2012년 ‘나는꼼수다’가 유례없는 인기를 구가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엔 인터넷 라디오 정도로 평가 절하 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기존 라디오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7년 한 해 동안의 팟캐스트 재생 요청수는 13억회에 이른다. 국내 대표 오디오 플랫폼인 팟빵에서 집계된 데이터만 그렇다. 청취 시간을 보면 더욱 놀랍다. 최근 6개월 동안 팟빵 앱에서 재생된 오디오 시간만 무려 155년이다. 공중파 3사 라디오 앱에서 재생된 시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오디오 시장의 대표 콘텐츠 격인 라디오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데, 왜 유독 팟캐스트는 인기를 끌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포맷의 신선함에 있다. 공중파 라디오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함과 특별함이 팟캐스트에 있다. 기성 라디오 콘텐츠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진행자 및 패널이 근황을 나누고, 음악을 듣고, 청취자의 사연을 듣고, 이를 해설하고, 다시 음악을 듣는 식이다. 반면 팟캐스트에는 그런 류의 약속된 형식이 없다. 구성, 내용 등 모든 게 제작자 마음대로다. 근황을 말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시사 문제를 이야기하고 거기서 또 근황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기존 방송에서 금기시되는 행위도 흔하게 일어난다. 두 명의 사람이 동시에 말하느라 음성이 겹친다든지,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끊어버린다든지, 혹은 자기도 모르게 비속어를 사용하게 된다든지, 방송이라면 모두 NG로 분류되는 것들이지만, 팟캐스트 청취자들은 오히려 이런 날것과 같은 콘텐츠에 열광한다.

    진부한 틀에서 벗어난 낯섦에 환호하는 것이다. 이 현상은 지식 분야 방송에서 더 두드러진다. 동일한 전문 패널이라도 공중파에 출연하는 것과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것에 따라 청취자의 반응이 천지차이다.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중파에 출연하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제한이 생긴다. 출연 전부터 어떤 내용의 질문이 나올지,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로 해 줘야 하는지 미리 협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도 얼마 주어지지 않는다. 특정 질문에 대한 답을 몇 분 이내로 정리해 줘야 한다는 등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팟캐스트는 다르다. 큰 틀의 주제만 설정되어 있을 뿐, 패널이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 발언하게 하는 게 보통이다. 진행자들의 돌발성 질문도 난무한다. 공중파였다면 절대 물어봐선 안 됐을 민감한 주제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지식이 많고 말솜씨가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5분 이내에 협의된 범위 내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을 깊이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전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이 1시간이든 2시간이든 제한이 없고, 표현 수위 등을 개의치 않으면서 자유롭게 설명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형식에서 자유로워진 전문 패널은 청취자들에게 아낌없이 지식을 선물하고, 청취자는 기성 미디어에서는 접하지 못할 디테일한 정보에 열광하게 된다. 팟캐스트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팟캐스트 시장 초기 콘텐츠들이 유독 정치·시사 분야에 많이 몰려 있던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레거시 미디어가 가장 경직된 방식으로, 제한된 정보만을 전달해 온 것이 바로 이 분야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청취자들이 공신력 있는 공중파 라디오 대신 팟캐스트를 찾는 게 단지 음모론을 좋아하기 때문은 아니란 소리다.

    음성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팟캐스트는 이제 한국 콘텐츠 판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전망을 마냥 밝게만 봐서는 안 된다. 팟캐스트의 최대 강점인 자유로운 형식은 언제든 진부한 것으로 바뀔 수 있는 상대적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팟캐스트식 문법’이 정립되면 현재의 레거시 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 될 것이다. 실험적인 형식 파괴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 어떤 분야든 익숙해지면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게 생리 아니던가.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동희 대표는 한양대학교 금속공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 취득 후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를 거쳐 엔터테크 총괄이사에 이어 한국가상현실 마케팅 및 개발부문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2011년부터 전자상거래 통합솔루션 메이크샵 운영 업체 코리아센터에서 태크스토리사업실 총괄, 메이크샵교육사업부 총괄 그리고 오디오 콘텐츠 ‘팟빵’ 대표이사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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