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도 정부와 아이폰 스팸 방지 앱 설치를 놓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인도 정부는 애플이 스팸 방지 앱 설치를 거부하자, 인도 시장에서 아이폰 승인 취소 카드까지 내밀며 압박하는 중이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애플이 거의 2년 동안 인도 통신 규제 당국(Telecom Regulatory Authority of India·TRAI)이 개발한 스팸 방지 앱 거부 의사를 밝혔고, 이에 TRAI이 7월 인도 통신 네트워크상에서 아이폰을 승인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애플 로고. / 조선일보DB
애플 로고. / 조선일보DB
TRAI가 개발하는 안티 스팸 앱은 스팸 전화 발신자를 표시하고 신고하는 앱으로, 스마트폰 사용자의 통화 내역과 문자 기록에 접근한다. 2016년부터 인도에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기기에는 ‘디앤디(DND)’라는 이름의 안티 스팸 앱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애플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며 아이폰에 iOS용 안티 스팸 앱 설치를 거부해왔다. 그러자 TRAI은 애플에 아이폰의 인도 통신 네트워크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TRAI이 애플 아이폰의 인도 내 네트워크 승인을 취소하면, 인도에서 아이폰을 산 사용자는 무선 통신망을 사용할 수 없다. 사실상 아이폰이 인도에서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TRAI이 인도 통신사에 보낸 서신에는 “만약 애플이 계속해서 TRAI의 안티 스팸 앱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아이폰의 네트워크 승인을 취소할 계획이다”라며 “그럴 경우 6개월 전에 통신사에 이 사실을 공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쿨린 상비(Kulin Sanghvi) 애플 인도지사 공공정책 담당자는 TRAI에 승인 취소 항목 삭제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 상비는 서신에서 "우리는 TRAI과 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며 "TRAI이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하겠다는 애플의 약속을 존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알에스 샤르마(R.S. Sharma) TRAI 회장은 애플의 서신에 답변으로 "네트워크 승인 취소와 같은 문제는 서신으로 요구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TRAI와 애플의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해결 방법은 법정에 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애플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1% 미만이지만, 애플은 인도 현지에서 아이폰SE와 아이폰6 시리즈를 생산하는 등 인도 시장 잡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