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은 높은 매출로 영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2013년작 ‘겨울왕국’의 경우 미국에서만 4억달러(4476억원), 전 세계 12억7648억달러(1조4283억원)의 극장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IT조선은 디즈니가 원작으로 어떻게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작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우리가 아는 동화 ‘빨간모자’는 엄마의 부탁으로 숲 속 할머니 집으로 나선 후 커다란 늑대에게 할머니와함께 잡아먹힌다. 이후 할머니 집 근처를 지나는 사냥꾼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사냥꾼은 늑대 뱃속에 돌을 집어 넣어 강물에 빠뜨려 복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독일 화가 칼 오프타딩거가 19세기 그린 ‘빨간모자’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독일 화가 칼 오프타딩거가 19세기 그린 ‘빨간모자’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하지만,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민화 속 빨간모자는 사냥꾼에게 구출받지 못한 것은 물론, 할머니의 피와 고기를 와인과 말린 고기로 속여 먹는다는 잔혹한 내용을 담았다.

◇ 빨간모자의 원작이라 평가 받는 스웨덴 민화

‘빨간모자’를 동화책으로 먼저 집필한 사람은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다. 페로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를 어린 소녀로 만들었고, 민화에는 없었던 ‘빨간모자’를 주인공 머리에 씌웠다. 또, 처절한 결말로 끝나는 민화에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가미했다.

빨간모자 이야기는 다채로운 버전으로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다. 이야기의 기원은 11세기 벨기에의 한 시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중국에서 사람의 입을 통해 유럽으로 전달됐다는 설이 있으나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

유럽 민화 중 빨간모자 원작으로 유명한 것은 스웨덴 민화 ‘검은 숲의 처녀’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무도회장으로 가기 위해 저녁이 될 무렵 숲을 지나간다. 하지만 소녀는 불행하게도 잿빛 늑대와 만난다. 소녀는 셔츠와 은으로 장식된 구두, 금으로 만든 머리 장식 등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하나씩 던져 늑대를 따돌리기 위해 몸부림 친다.

늑대는 소녀가 던진 옷가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녀의 피와 살을 차지하기 위해 소녀에게 달려든다. 소녀는 오크 나무 위로 도망치고 늑대는 나무 밑에서 소녀를 노려본다. 소녀는 공포에 가득차 비명을 친다. 소녀의 비명은 연인의 귀에 전달된다. 남자는 말을 타고 새 처럼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하지만 그곳에 남겨진 것은 넘어진 오크 나무와 피로 물든 소녀의 팔 하나 뿐이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또 다른 민화에는 늑대가 아닌 식인족이 등장한다. 늑대 역할의 식인족은 주인공 소녀에게 할머니의 피와 살을 와인과 말린 고기로 속여 먹인다. 그리고 소녀가 입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 벗겨 화로에 던져 넣는다.

영국 예술가 월터 크레인의 ‘빨간모자’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영국 예술가 월터 크레인의 ‘빨간모자’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제공
1697년 출간된 샤를 페로의 동화책에는 민화의 잔인한 묘사가 모두 삭제됐다. 페로 버전 빨간모자가 민화와 같은 것은 주인공 빨간모자가 구원받지 못하고 잡아먹히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는 것이다.

빨간모자 이야기에 사냥꾼이 등장한 것은 독일 작가 루드비히 티크가 1800년에 선보인 희곡 ‘소녀 빨간모자의 삶과 죽음(Tragödie vom Leben und Tod des kleinen Rothkäppchens)’에서다. 희곡 속 사냥꾼은 늑대를 쏘아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녀는 구출하지 못한다.

소녀와 할머니를 늑대로부터 구해낸 것은 그림 형제의 책에서다. 1812년 출간된 동화책에서 빨간모자는 늑대의 뱃속에서 산채로 나오며, 다시 살아난 것은 물론 복수까지 한다. 재미난 점은 그림동화 초판 빨간모자에는 2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할머니에게 과자를 전하기 위해 또 다시 숲 길을 걷던 빨간모자는 늑대를 만나지만 곧장 할머니 집으로 달려간다. 빨간모자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집의 문을 굳게 잠그고 소시지로 늑대를 유인해 통 속에 빠뜨려 죽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제리히만 프롬(Erich Seligmann Fromm)’은 빨간모자의 빨간색은 가임기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했고, 미국 심리학자 ‘브르노 베텐하임(Bruno Bettelheim)’은 붉은색을 ‘멈출 수 없는 성(性)적충동’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