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⑭현대의 3.5세대 전차들

  • 유승식 회계사·프라모델 애호가
    입력 2018.08.11 07:50

    이전 칼럼에서 군비축소 경향과 현대전의 변화에 따라 전차가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차를 대체할 마땅한 병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세계의 각국에서 사용 중인 최첨단 전차들은 모두 제3세대 전차로 분류된다. 제3세대 전차가 처음으로 실전 배치된 것은 1970년대 중반의 서독 ‘레오파드2’ 전차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제3세대 전차를 선보이며 개량을 거듭하면서 요즘은 3세대 전차의 발전형이라는 뜻으로 ‘3.5세대 전차’라 불리고 있다.

    M1A2 에이브람스 전차. / 유튜브 갈무리
    세계 각국에서 일선 배치된 대표적인 3.5세대 전차는 미국의 ‘M1A2 에이브람스’를 비롯한 영국의 ‘챌린저 2’, 독일의 ‘레오파드 2A6/A7’, 프랑스의 ‘르끌레어’,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Mk/4’, 일본의 ‘10식 전차’, 러시아의 ‘T-90’ 후기형과 ‘T-14 아르마타’ 등이 있고, 한국에서 운용 중인 ‘K2 흑표’ 전차도 3.5세대에 속하는 우수한 전차다.

    ◇ 3.5세대 전차의 특징

    3.5세대의 전차는 어떤 특징들을 가졌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주포로는 구경 120㎜급 이상을 장비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NATO 국가들은 모두 120㎜ 전차포를 채용하고 있는데, 절반 이상은 독일의 명문 병기회사인 라인메탈사가 개발한 120㎜ 전차포의 라이센스판을 채용하고 있다.

    레오파드2 전차. / 유튜브 갈무리
    다른 나라의 전차들은 독자 개발한 120㎜포지만 탄약은 라인메탈제 전차포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다만 모든 국가가 포신 내부에 강선이 없는 120㎜ 활강포를 장비한 데 비해 영국만은 포신 내부에 강선이 있는 120㎜ 라이플포를 장비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제 전차만은 다른 NATO 국가들의 전차와 탄약이 호환되지 않는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일부 전차들은 같은 120㎜ 포지만 포신 길이를 늘여 관통력을 향상시킨 주포를 장비하고 있다. 한국의 K2 흑표전차도 포신 길이를 늘인 120㎜포를 장비한다.

    러시아 전차는 주포로 125㎜ 활강포를 장비했다. 서방국가의 120㎜포보다 구경이 크지만 탄약 기술의 차이로 실제 장갑관통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편, 현재도 전차 주포의 강화를 목적으로 세계 각국에서는 140㎜급 주포에 대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K2 흑표 전차. / SBS 갈무리
    두 번째 특징은 복합장갑을 장비한다는 점이다. 복합장갑은 대전차 미사일 같은 보병용 대전차 화기에 대비하기 위해 장갑을 2중으로 만들고 그 안에 특수한 재질을 삽입해 대전차 화기의 관통력을 감소시키도록 만든 장갑을 말한다.

    안쪽의 장갑 재질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에서나 전혀 발표하고 있지 않으며, 내부의 재질을 개량해 계속 방어력이 향상되고 있다. 일설에 따르면 최근 일부 3.5세대 전차의 전면 복합장갑은 대전차미사일에 대해 ‘균질압연강판’으로 환산해 1.5m~2m의 두께에 해당하는 방어력을 갖추었다고도 한다.

    다만 전차의 주포에서 발사하는 철갑탄, 즉 운동에너지탄에 대한 방어력은 대체로 균질압연강판 환산 500~700㎜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3.5세대 전차의 세 번째 특징은 우수한 전자장비에 있다. 이동 간 사격 능력이나 야간투시장비 등 정교한 사격통제장치는 기본이고, 네트워크화된 차내 정보 시스템에 의해 다른 전차와 위치정보를 공유하면서 통합된 전투를 벌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자신의 11시 방향에 있는 적을 발견했을 때 당장 사격하기가 곤란하면 좌측에 있는 아군 전차에 육성으로 ‘네 전차의 1시 방향에 적이 있다’는 식으로 알려주어야 했지만, 3.5세대 전차는 모니터 위에 표시된 적의 위치를 다른 아군전차가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바로 조준하여 사격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포화가 난무하는 정신없는 전장에서는 정말로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로서, 아군끼리의 오인 사격의 염려도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차량끼리의 정보공유뿐 아니라 사령부에서도 실시간으로 각 차량의 위치와 적의 위치, 각 차량의 탄약과 연료 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고, 미군에서는 이런 정보들을 전차대대의 각 전차뿐 아니라 공격헬기와 보병전투차들까지 공유하도록 하여 진정한 공지합동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전자장비는 항공기의 전자장비에 필적한다고 하여 차량(Vehicle)과 전자장비(Electronics)를 합한 단어인 ‘베트로닉스(Vetronics)’라 부르고 있다. 단 베트로닉스 시스템은 전차 자체뿐만 아니라 최소한 전차대대 단위의 통합전투를 벌일 수 있는 상위 시스템이 모두 갖추어져야 하므로 세계 각국의 모든 3.5세대 전차가 도입한 것은 아니다.

    ◇ 3.5세대 전차의 위력

    제2차대전 당시만 해도 전차전을 벌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적인 우위였다. 독일의 전차부대가 소련군에게 결국 패한 것도 수적인 열세가 가장 컸다.

    하지만 현대전에서 제3세대 또는 3.5세대 전차와 구식인 2세대 전차의 전투에서는 수적 우세가 통용되지 않는다. 1991년의 걸프 전쟁에서 미군의 M1A1 에이브람스 전차는 이라크군이 장비한 구소련제의 1~2세대 전차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투를 벌였다.

    전체적으로 수백 대 규모의 에이브람스 전차는 이라크군의 T-72, T-62, T-55 전차들을 상대로 벌인 ‘100시간 지상전’에서 무려 3000대 이상을 격파하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이에 비해 미군의 에이브람스 전차의 손실은 겨우 8대였고,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완파된 전차는 단 1대뿐이었다.

    ◇ 어느 전차가 세계 최강인가?

    그럼 세계 각국의 3.5세대 전차 중 어떤 전차가 가장 강력한 전차일까? 유튜브에 나오는 동영상들을 보면, 세계 각국 전차들의 순위를 매긴 것들이 상당수 되는데, 이런 동영상들은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체로 본다면 걸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라는 실전에서 능력을 입증한 미군의 에이브람스 전차와 전통적인 전차대국인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 러시아에서 최근에 선보인 ‘T-14 아르마타’ 전차, 그리고 우리나라의 ‘K2 흑표’ 전차가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전차들은 그야말로 동영상 별로 순위가 제각기 다르다.

    T-14 아르마타 전차. / 야후재팬 갈무리
    중요한 것은 전차 기술이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그 기술이 미국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3.5세대 전차의 능력은 대부분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전차들에 대해 성능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터키군이 장비한 독일제 레오파드2의 초기 모델이 대 IS 전에서 여러 대 격파된 사례가 있지만 아직 3세대에서 3.5세대 전차끼리 전투를 벌인 사례는 없다. 만일 본격적인 전차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2차대전 당시처럼 전차의 우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 3.5세대 전차의 프라모델

    현재 앞서 소개한 각국의 3.5세대 전차들은 메이커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프라모델로 상용화됐기에 시중에 모형 전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특정 메이커에서만 출시되는 전차도 있지만 인기 있는 미군의 에이브람스 전차 같은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메이커에서 모형 제품이 등장했다. 한국의 K2 전차는 아카데미과학 등 국내 메이커에서 35분의 1 스케일 프라모델이 등장했다.

    K2 흑표 프라모델 패키지 일러스트. / 아카데미과학 갈무리
    지난번 칼럼에서도 설명했듯이 가장 조립이 쉽고 일정 수준 이상의 모양이 나오는 것은 일본제이고, 국내 메이커 제품도 일본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편하게 조립할 수 있다.

    중국제나 대만제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재현한 키트들이 많은데, 이런 키트는 어디까지나 ‘덕후’들에게 알맞은 키트로서 초보자가 구입하게 되면 3분의 1도 채 만들지 못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M1A2 에이브람스 전차 16분의 1스케일 프라모델. / 타미야 제공
    요즘은 온라인 샵이 대세지만 실제로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여 골라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실제로 만들어 놓은 견본품들도 많이 있고 매장 직원에게 설명을 들을 수도 있어 제품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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