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의 기능 가운데, 스마트 S펜과 함께 음성인식·인공지능 서비스 ‘뉴 빅스비’를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빅스비에 ‘뉴’라는 명칭을 붙일 정도로 성능을 높였다며 자신있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9 언팩 행사에서 스마트폰·가전·스피커(갤럭시홈) 등이 유기적으로 엮여 동작하는 스마트 생태계를 선보였다. 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 뉴 빅스비다.

언팩 발표에서 뉴 빅스비를 소개한 이지수 삼성전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전략그룹 상무를 만났다. 그는 뉴 빅스비에 대해 말할 내용이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밝히며 언팩 이후의 즐거움으로 기다려 달라고 언급했다. 11월 열릴 삼성전자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뉴 빅스비의 능력이 더 자세히 공개될 전망이다.

이지수 삼성전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전략그룹 상무. / 삼성전자 제공
이지수 삼성전자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전략그룹 상무. / 삼성전자 제공
이 상무는 ‘문맥 이해’, ‘학습을 통한 개인 맞춤형 응답’,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 등 3요소를 통해 뉴 빅스비의 비전 ‘Get things done(작업을 마치다)’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질문,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답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필수 요소이지만 구현하기 매우 어렵다. 인공지능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용자는 수 차례 질문을 거듭해야 하고 결과 정확도도 떨어진다. 뉴 빅스비는 문맥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사용자의 다음 질문을 유도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날씨 어때?’라고 질문하면 뉴 빅스비는 단순히 그날 날씨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그 주변의 날씨를 알려준다. 이어 ‘내일은?’이라고 질문하면, 뉴 빅스비는 이전 질문의 ‘위치’와 ‘날씨’를 고려해 ‘사용자가 있는 곳’의 ‘내일 날씨’를 제시한다. ‘주말은?’이라는 질문에도 마찬가지 순서로 응답한다.

사용자의 질문 내용이 데이터베이스에 없다면? 뉴 빅스비는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얻은 정보와 음성 명령을 비교해 가장 근접한 답변을 도출한다. 질문 내용이 갑자기 바뀌면? 질문 속 단어와 문맥을 파악해 답변에 참조한다. 긴 질문이라면? 마찬가지로 질문 속 단어를 토대로 추론해 가장 가까운 답변을 내놓는다.

이들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하기 어렵거나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이 상무는 뉴 빅스비에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적용해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노출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라고 해서 무조건 음성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 화면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 화면으로 전달하는 것이 유용한 정보라면 화면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처럼 화면 크기가 큰 스마트폰이라면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뉴 빅스비의 첫 화면 하단에는 ‘이렇게 말해보세요’라는 지침이 제시된다. 사용자는 이 지침을 보고 뉴 빅스비의 기능을 쉽게 이해하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배우게 된다. ‘맛집 찾아줘’라는 명령을 들은 뉴 빅스비는 음성으로는 검색 결과를, 화면에는 맛집의 외관과 주요 메뉴, 찾아가는 길을 담은 지도 등 시각 정보를 표시한다.

뉴 빅스비와 IoT 계획을 발표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 / 뉴욕=차주경 기자
뉴 빅스비와 IoT 계획을 발표하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 / 뉴욕=차주경 기자
나아가 삼성전자는 뉴 빅스비에 예약, 결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한다. 검색 결과를 제시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결과를 직접 실행하는 인공지능인 셈이다. 맛집이나 콘서트를 검색하면 예약 여부를 묻고, 연락처를 검색하면 메시지를 전송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다. 결제는 삼성페이 혹은 국가별 주요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뉴 빅스비가 이처럼 방대한 기능을 처음부터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뉴 빅스비를 도울 파트너 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파트너 앱은 음식, 지역, 명소, 콘서트, 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가졌다. 이 정보가 뉴 빅스비를 살찌우는 양분이 된다. 질문을 알아듣고 검색하고 답변하는는데 이 정보가 쓰인다.

하지만, 파트너 앱은 뉴 빅스비에 있어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정보를 늘려주지만, 그만큼 답변 내용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 상무는 파트너 앱과 꾸준히 소통하며 호환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방대한 정보라는 장점을 강화하고, 앱 호환성을 활용해 잘못된 결론을 내는 단점은 보완하겠다는 계산이다.

뉴 빅스비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뿐 아니라 갤럭시노트8, 갤럭시S9 시리즈 및 S8 시리즈로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뉴 빅스비가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인 덕분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에 인공지능 엔진을 넣는 등 하드웨어 성능을 높이고 있다.

이 상무는 인공지능에 있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중요하지만, 우선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범용성을 갖출 수 있어서다. 물론, 하드웨어로 인공지능을 개선할 여지가 있으면 대응한다. 소프트웨어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같은 고성능 하드웨어가 있다면 시너지를 낸다는 결론이다.

이지수 상무는 “삼성전자 빅스비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과감한, 개혁에 가까운 시도를 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