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근의 붕붕드론] 드론 테러를 이해하는 방법

  • 박승근 드론 전문가
    입력 2018.08.12 06:00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노린 것으로 알려진 드론 테러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세계의 미디어는 예고된 위험, 테러위협 증가, 불특정 민간인 피해 우려, 대책 마련 시급 등의 프레임으로 사건을 보도 중이다. 드론 테러가 아니라는 추측과 자작극이라는 의견도 제법 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영상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영상에 드론이 보이지 않는다. 드론 테러인지 살짝 의심된다.

    드론 테러이든 아니든, 공공안전의 위협 요소로 드론이 부상했다는 점이다. 설사 자작극에다가, 드론이 아닌 급조폭발물이라고 해도, 드론이 그런 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 차용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테러이든 자작극이든 테러를 목적으로 한 드론의 현실성이 누구나 공감할 만큼 높아졌다는 점은 정확한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대중의 집단정서가 드론을 무작정 위험한 객체로만 인식하는 패턴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 테러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의식적인 ‘드론 밟기’가 횡횡할 수 있다. 드론은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로 판단할 수 없는 객체다.

    사용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존재성이 달라질 뿐이다. 칼이 살인자의 도구로 쓰였다고 해서 칼 자체를 없애자다. 주방으로 들어가야 되는 칼의 아름다운 역할마저도 그 입구에서 제지당한다면 어떨까.

    의도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드론과 테러에 비전문가 집단인 미디어가 과장과 확대해석으로 드론을 다루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드론 산업계와 국민에게 돌아간다. 자극적인 제목과 추측성 기사, 카더라 통신으로 드론 테러를 읽어내는 미디어는 최소한 이 땅에는 없길 기대한다.

    실제로 우리 드론 산업계의 제조 경쟁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미디어와 여론의 엉뚱한 시너지로 공공안전을 이유로 한 불필요한 제약이 ‘밀어내기’식으로 나타나면 그 후유증을 견딜 기업은 거의 없다. 이럴 때일수록 반대의 관점으로 드론 테러의 현실성과 마주해야 한다.

    기술적 관점으로만 보자면 드론은 테러에 최적화된 장비일 수 있다. 이를 창이라고 한다면 방패를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산업이자 기회다. 문명은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 ‘창’으로서의 드론과 ‘방패로서의 드론이 산업을 일으키는 기회라는 뜻이다.

    테러의 목적성으로 보자면 드론 테러는 운용 시스템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전략목적형 고도도 정밀 타격은 직접적, 물리적 타격이 전술 운용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복잡하고 무거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도도 영역은 우리 눈에 감지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저고도 테러 상황은 우리 눈으로 목격가능하다. 테러 의도 역시 직접 타격보다 위력 시위와 심리전이 1차 목표다. 수준급 저격수 1명이 대대병력의 발을 묶을 수 있듯이, 저고도 드론 테러의 위협은 그 자체로 상대의 경계소요를 증가시켜 피로도를 높인다.

    안보 기관들은 드론 테러의 물리적 피해보다 사회심리적인 동요상태를 걱정한다. 탄저균이 아니라 밀가루를 실은 기체가 불특정 다수가 밀집한 지역에 의도적인 추락한다고 생각해보자. ‘밀가루가 아니라 탄저균이었다면’,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식으로 불안 심리는 확대되고 최종적으로 경제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어떤 관점에선 베네수엘라 드론 테러는 적절한 시기에, 일어나야 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창과 방패의 산업으로 이끌어 낼 지, 호들갑과 과도한 딴지 걸기로 산업 성장의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릴지는 전적으로 대중의 냉정한 인식에 달렸다.

    앞으로의 드론은 더욱 더 소형화 고도화로 발전 할 수밖에 없다. 탑재되는 항법장비의 수준이 높아지고 비행자유도가 증가하면서 드론 테러는 정치적 목적 외에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장에 놓이게 된다.

    드론 테러를 걱정하려면 무작정 드론에 반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명과 암의 속성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암을 명으로 끌어오려는 진지한 노력이 요구된다.

    조종사 및 기체 등록제를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려는 방법이라고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안녕을 위한 최소한의 대비책으로 이해하는 시선도 필요하다.

    세계의 흐름으로 보자면 제법 선제적 대응이 산업을 이끌고 있다. 그에 반해 한국만큼 드론을 마음대로 날리기 좋은 나라도 없다. 이런 상황도 모르면서 무조건 규제 때문에 산업 발전이 막혀 있다고 주장할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드론 테러는 신산업의 명확한 카테고리가 될 수 있다. 고개만 돌리면 모두가 드론산업전문가를 자처하는 한국이 아닌가, 이들이 진짜 전문가라면 드론 테러를 예고된 위협, 방치된 항공안전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산업적, 사회적 화두로 풀어내야 한다.

    그나저나 유튜브를 아무리 살펴봐도 베네수엘라에 드론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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