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리얼 엔진 유통 및 게임 제작사인 에픽게임즈가 배틀로얄 총싸움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를 구글 앱마켓에 런칭하지 않고 오픈플랫폼 방식으로 직접 서비스한다고해 관련 산업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코리아는 지난 10일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버전 서비스 운영 정책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이날 이 회사는 포트나이트를 즐기려면 오픈플랫폼인 안드로이드 OS에서 클라이언트 앱(APK)을 이용자가 직접 받아 설치해야 한다고 국내 첫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모바일로 즐기는 포트나이트 플레이 화면. / IT조선 DB
모바일로 즐기는 포트나이트 플레이 화면. / IT조선 DB
에픽게임즈의 이번 시도는 그동안 구글과 애플이 주도해온 모바일 유통 생태계를 과감히 벗어났다는 점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기업들이 ‘탈 구글’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예의주시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에픽게임즈가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턱대고 ‘탈 구글’을 선언해 홀로서기가 지금의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는 여간 어렵기 때문입니다.

에픽게임즈가 구글 마켓을 배제하고도 당당한 핵심 이유를 확인하고 분석이 필요합니다.

◇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구글 마켓 배제...핵심은 이용자 수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를 구글 마켓을 배제하고 오픈플랫폼으로 선보인 큰 이유는 두가지로 나눠 분석할 수 있는데요.

굳이 마켓을 거치지 않아도 될만한 수많은 게임 이용자를 확보 했다고 회사는 판단한 것이고, 중국 텐센트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자리를 잡고 있기에 더욱 가능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트나이트 이용자 증가 추세 그래프. / 에픽게임즈 제공
포트나이트 이용자 증가 추세 그래프. / 에픽게임즈 제공
특히 에픽게임즈코리아는 10일 게임 서비스 일정 발표에 앞서 포트나이트 이용자 숫자를 공개했습니다.

이 회사는 게임 출시 6개월 만인 지난 6월까지 전 세계 1억2500만명의 폭발적인 이용자를 확보했는데요. 8월 현재까지 계산한다면 더 많은 게임 이용자가 포트나이트를 즐기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동시접속자 숫자는 이날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래프 평균 증가 속도를 고려했을 때 600만명(추정)에 달하는 이용자가 포트나이트를 동시에 즐기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추정치이지만 6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한 만큼 에픽게임즈는 구글플레이 등 기존 모바일 앱 유통망 없이도 상당한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 듯 보입니다. 특히 이미 확보된 진성 이용자라면 어떤 플랫폼이든 게임을 직접 다운로드 받아 즐기는 방식이 어렵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포트나이트 공식 이미지. / 에픽게임즈 제공
포트나이트 공식 이미지. / 에픽게임즈 제공
또한, 포트나이트 게임 플랫폼 방식은 구글 마켓 배제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이유로 보이는데요.

이용자 숫자 공개에 앞서 포트나이트는 똑같은 콘텐츠를 PC 및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에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고 계속 강조했습니다. 즉 플랫폼별 유동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인데, 이는 개발 초기부터 기존의 마켓을 최대한 배제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은 아닌지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희욱 에픽게임즈코리아 국내 마케팅 담당은 “만약 애플 앱스토어도 안드로이드처럼 오픈 플랫폼 방식이었다면 같은 방식(APK 설치)의 서비스를 고수했을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가 게임이 주력 사업이 아닌것도 탈 구글을 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에픽게임즈의 메인 사업은 언리얼 엔진 게임 제작툴 유통입니다. 이 때문에 구글 마켓 의존도가 거의 없던 만큼 이번 선택으로 구글에게 불이익(피처드 선정)을 받을 일도 없습니다.

◇ 최대 게임 시장 중국...에픽게임즈 최대주주 ‘텐센트’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에픽게임즈가 중국 텐센트라는 든든한 파트너를 갖고 있다는 건데요. 텐센트는 에픽게임즈의 버팀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텐센트는 에픽게임즈 주식 48.4% 가진 최대주주입니다. 또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 최고의 게임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에픽게임즈의 최대주주인 텐센트 입장에서 글로벌 경쟁 상대인 구글에게 30%나 달하는 마켓 수수료를 떼어주는 것 자체도 싫어할 수 있을 상황이고, 포트나이트 APK 다운로드 유통 방식 역시 중국 진출에도 최적화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는 좋은 시도로 보고있습니다.

현재 구글은 중국 시장 진출을 못하는 상태입니다. 중국내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구글마켓 자체가 없습니다. 이에 에픽게임즈의 탈 구글 마켓 시도는 곧 진출을 앞둔 중국 시장을 고려했을 때 알맞는 서비스 전략을 구축한 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텐센트와 구글 사옥 이미지. / 각사 제공
텐센트와 구글 사옥 이미지. / 각사 제공
특히 중국 게임 시장은 APK를 다운로드 받아 즐기는 문화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텐센트 및 여러 게임 기업들의 중국 정식 마켓 유통은 물론 블랙마켓까지 앱 파일이 유통된다면 그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언급한 블랙마켓은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재도 '가짜'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앱 주의가 나오는 상황이고, 변종된 앱 클라이언트를 받아 각종 핵이나 해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에픽게임즈가 정한 공식 홈페이지에서 게임을 받는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에픽게임즈는 관련 대비책을 마련했는데요. 핵 이용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 정책을 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제재 전략은 APK 유통 방식에 따른 문제점을 최대한 막고 없애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됩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게임에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마련해 한번의 핵을 사용하면 게임을 즐기지 못하도록 대응합니다. 또한 실명 인증 계정까지 모두 차단시켜 게임을 못하게 하는 강력한 운영 정책입니다.

에픽게임즈의 탈구글 오픈플랫폼 마켓 대응 전략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그간 수수료 30%를 앉아서 챙기며 제작사에게 큰 부담감을 줬던 구글에게는 든든한 이용자수와 텐센트를 기반한 에픽게임즈가 시장 변화를 이끌 큰 한방을 날린 셈이며, 막강한 구글을 상대로 더욱 당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