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해 만들었다는 삐에로쑈핑이 문을 연지 50일쯤 됐다. 삐에로쑈핑은 소비자에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고객 수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삐에로쑈핑은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돈키호테와 달리 타깃층이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상품이 어디 진열돼 있는지 직원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 독으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역 상가와의 상생 문제, 성인용품 관리 부실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삐에로쑈핑이 자리를 잡지못할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론까지 겨론된다. IT조선은 오픈 50일째를 맞이한 삐에로쑈핑의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주]

없는 것이 없는 만물 잡화점 ‘삐에로쑈핑’ 개장 후 코엑스 주변 중소 상인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낸다. 의류·잡화·신선간편식·의약외품·성인용품 등 4만개 이상의 상품을 다루는 삐에로쑈핑이 문을 연 후 매출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입을 모아 신세계가 중소·골목상권과의 상생이 아닌 시장 장악을 노린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삐에로쑈핑 매장 입구. / 차주경 기자
삐에로쑈핑 매장 입구. / 차주경 기자
코엑스몰 인근 상인들은 의류·잡화 부문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한다. 삐에로쑈핑측에 따르면, 개장 열흘간 세번째로 많이 판매된 품목은 의류와 잡화 등 패션 상품이다. 삐에로쑈핑의 패션 상품 판매량은 고스란히 주변 중소 매장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디자인과 색상 등 개성을 갖춘 브랜드 의류 매장의 피해는 비교적 적지만, 티셔츠나 바지 등 일반 의류 매장, 모자나 양말을 판매하는 잡화류 매장의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잡화점 점주는 삐에로쑈핑 개장 후 매출이 적어도 30% 이상 줄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삐에로쑈핑 내 의류 코너. / 차주경 기자
삐에로쑈핑 내 의류 코너. / 차주경 기자
16일 코엑스 의류 매장 한 관계자는 “여름 불볕 더위를 피하려 소비자들이 코엑스로 많이 몰린다고 하는데, 특수는 남의 이야기로 들린다”며 “외부 인구가 들어오면 우선 크기가 큰 삐에로쑈핑부터 방문하는데, 그 곳에서 셔츠며 바지 등을 사고 돌아가 버리니 상황이라 손님과 매출 모두를 뺏긴 셈이다”라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도 삐에로쑈핑을 달갑지 않게 보는 눈치를 보인다. 삐에로쑈핑은 과자·음료·아이스크림은 물론 간편식·신선식품·냉장식품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대부분의 물건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과 겹친다.

한 편의점 직원은 “삐에로쑈핑 개장 후 직접 방문해봤는데, 식품류 가격은 편의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비싼 수준이지만 종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었다”며 “기습 할인 품목도 많아 장기적으로 편의점 식품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주변 약국도 삐에로쑈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삐에로쑈핑은 밴드와 파스 등 의약부외품과 상비약, 의료보조기, 건강식품 등을 판매한다. 국산이 대부분이지만 생소한 외산 제품도 다량 유통된다.

삼성역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삐에로쑈핑이 의약외품 및 보조기를 판매하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간단한 상비약이나 의약외품을 살 때는 약사의 투약지도를 받는 것이 좋다”며 “사용법이 외국어로 쓰인 외산 제품이라면 오남용이나 부작용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측은 “기존에도 코엑스몰 내 의류·잡화점이 많았기에, 삐에로쑈핑 매장 하나 때문에 경쟁이 심해지거나 매출이 줄어든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외산 의약외품 및 상비약은 검증 절차를 거쳤기에 제대로 사용한다면 부작용 우려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