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 해 만들었다는 삐에로쑈핑이 문을 연지 50일쯤 됐다. 삐에로쑈핑은 소비자에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고객 수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삐에로쑈핑은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돈키호테와 달리 타깃층이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상품이 어디 진열돼 있는지 직원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 독으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역 상가와의 상생 문제, 성인용품 관리 부실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삐에로쑈핑이 자리를 잡지못할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론까지 겨론된다. IT조선은 오픈 50일째를 맞이한 삐에로쑈핑의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주]

삐에로쑈핑은 일본 돈키호테를 모티브로 만든 오프라인 매장이다. 상품은 직원조차 어떤 제품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울 만큼 무질서하게 제품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불명확한 타깃 고객층과 무질서함이 오히려 삐에로쑈핑에 독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 제품 대부분이 직매입 상품인 만큼 재고 관리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며 “명품도 재고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삐에로쇼핑은 수익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너무 많은 상품을 취급하면 도난·파손 등 상품소실(로스)이 발생하기 쉽다”며 “재고 문제에 더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 1호점 간판. / 김형원 기자
삐에로쑈핑 1호점 간판. / 김형원 기자
◇ 삐에로쑈핑, 돈키호테 ‘카피’ 했지만…곳곳에 ‘오류’ 투성이

삐에로쑈핑의 원조인 일본 돈키호테는 간판에서부터 ‘놀라움(驚)’과 ‘저렴함(安)’을 강조하는 일본의 할인잡화점이다. 매장 크기는 대형마트에 비해 턱없이 작지만, 대형마트에 버금갈 만큼 다채로운 상품을 갖췄다. 일본에서는 돈키호테가 ‘슈퍼마켓·편의점·만물상’ 같은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돈키호테 연간 매장 방문객 수는 1억8234만명, 상품수는 12억8605만점에 달한다.

돈키호테 매장은 ‘압축진열(圧縮陳列)’이라 부르는 상품 진열 방식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상품 진열대는 물론 소비자 머리 위에도 상품을 빼곡히 채우는 이 방식은 물건을 사는 소비자에게 ‘보물찾기’와 비슷한 재미를 준다.

매장의 상품 구성도 지역과 매장 형태에 따라 다르다. 역 주변에 위치해 주차장이 없는 돈키호테 매장의 경우 소비자가 쉽게 들고 갈 수 있는 식료품·잡화·생활용품 등의 비율이 높고, 시 외곽에 있는 매장은 TV 등 부피가 큰 대형 상품의 비중이 높다. 기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을 돈키호테로 개조한 매장에서는 육류나 생선 등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한다.

하지만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딱 한 곳에만 있다. 신세계 측은 추후 삐에로쑈핑 매장 수를 늘려가겠다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미래 전망일 뿐이다.

코엑스몰점에는 의류·잡화·신선간편식·의약외품은 물론 성인용품에 이르기까지 4만개 이상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콕 집어 코엑스몰점이 어떤 특징을 가진 곳이라는 성격 구분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일본의 돈키호테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내부 직원이 일일이 매장 관리에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비효율적인 운영을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은 상품 관리에 직원 손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형태다”며 “주차장 길목부터 시작해 매장 내부까지 직원을 직접 투입해 일일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라면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 해도 업무 효율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타깃 소비층부터 명확해야 ‘승산’

유통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삐에로쑈핑 자체 만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세계가 삐에로쑈핑을 연 것이 코엑스 내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처럼 소비자 집객을 위한 앵커 매장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차라리 주요 쇼핑 타깃층을 일본의 돈키호테처럼 외국인 관광객으로 돌리는 등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국 방문 중이나 고국으로 돌아갈 때 필요한 상품을 한번에 구입하는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잡는다면, 외국인이나 삐에로쑈핑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이 카피한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 스타일이 한국의 소비 스타일과 맞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차라리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고객층으로 확보한다면 모를까, 상품을 구입하러 갔을 때 보물찾기 같은 재미를 주는 유행은 한국에서 오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