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전 세계 1위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 공동창업자 얀 쿰이 아직도 회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얀 쿰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힌 후 페이스북 주식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면서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권한 행사 때문에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이하 현지시각) 얀 쿰이 5월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건물에 최소한 매월 한 번 이상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얀 쿰은 4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이 됐다"며 왓츠앱 최고경영자(CEO) 자리뿐 아니라 페이스북 이사회 멤버 자리에서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얀 쿰 왓츠앱 공동창업자 겸 CEO. / 페이스북 갈무리
얀 쿰 왓츠앱 공동창업자 겸 CEO. / 페이스북 갈무리
얀 쿰은 데이터 사용, 암호화 정책을 놓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이견을 보여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얀 쿰과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공동창업자는 2014년 페이스북에 왓츠앱을 매각할 당시 사용자 데이터 독립과 보호 정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인수한 지 18개월 만에 왓츠앱 서비스 사용 조건을 변경해 왓츠앱 사용자 전화번호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다. 또 사용자의 장치와 운영체제를 들여다보는 방식을 추가했다.

하지만 얀 쿰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페이스북에 머무르고 있다.

WSJ은 "얀 쿰은 페이스북으로 퇴사를 알린 다음 날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면서도 "7월 중순에 마지막으로 사무실에 들렀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얀 쿰이) 다양한 프로젝트와 왓츠앱 리더십 전환을 위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얀 쿰이 페이스북으로부터 약속받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2014년 2월 19일 왓츠앱을 160억달러(18조88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40억달러(4조 5220억원)는 현금으로, 120억달러(13조5660억원)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왓츠앱 직원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 30억달러(3조3915억원)어치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총 190억달러(21조4795억원)에 왓츠앱을 인수했다.

왓츠앱이 페이스북과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할 당시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는 얀 쿰이 2485만개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을 받기로 돼 있다. 이 주식은 분기별로 발행되며, 올해 11월 중순까지 발행되도록 설정돼 있다.

WSJ에 따르면 얀 쿰은 5월 중순 페이스북 주식 250만주(당시 주가로 4억5800만달러∙5177억6900만원 상당)를 받았고, 8월 중순에 250만주(당시 주가로 4억5000만달러∙5087억2500만원 상당)를 추가로 받았다. 해당 주식은 얀 쿰이 페이스북에 고용된 기간에만 지급된다.

WSJ은 "얀 쿰은 한 달에 한 번 페이스북 본사에 나타나 요구사항을 충족시켰다"며 "얀 쿰이 사무실에서 일했는지,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만약, 얀 쿰이 8월 안에 페이스북을 떠난 다면 11월에 받기로 예정된 210만주를 포기해야 한다. 이는 15일 주가 기준으로 3억7500만달러(4239억3750만원) 어치에 해당한다.

WSJ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은 실리콘밸리 기업이 임직원에게 보상하는 전형적인 형태다"라며 "회사에 근무하지 않는 동안 주식 및 보상금을 주는 조직은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액턴 왓츠앱 공동창업자는 2017년 9월 회사를 떠나면서 9억달러(1조174억5000만원) 상당의 페이스북 주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짜 뉴스 논란이 일었을 때 페이스북 삭제 운동을 주도하는 등 반(反)페이스북 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