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앞두고, 글로벌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5G 단말 확보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과거 4G LTE 상용화 당시 세계 최초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하나 없이 전파를 쏘아올리는 데 급급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스마트폰 이미지. / 에릭슨엘지 제공
스마트폰 이미지. / 에릭슨엘지 제공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국내 첫 5G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며, LG전자는 북미 이통사와 손잡고 일찌감치 해외에서 5G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여기에 최근 스마트폰 시장 판도 변화 중심에 선 중국도 세계 첫 5G 스마트폰 타이틀에 노골적인 야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 말뿐인 ‘상용화' 그만…5G 서비스·단말 동시 출격 노린다

‘뉴 라디오(NR)’로도 불리는 5G는 국제 이동통신표준화단체(3GPP)가 개발한 새로운 규격으로, 올해 6월 최초의 국제 5G 표준인 릴리즈-15가 공개됐다. 5G NR 릴리즈-15는 6기가헤르츠(㎓) 이하 주파수 대역(2.5㎓·3.5㎓·4.5㎓ 등)과 밀리미터파(㎜Wave)로 불리는 초고주파 대역(26㎓·28㎓·39㎓ 등)을 활용해 통신하는 기술로, 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지연 없는 통신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4G(LTE)가 고속 인터넷 및 실시간 스트리밍에 집중했다면, 5G NR은 초고해상도 영상, 홀로그램, 실시간 인공지능(AI) 처리, 자율주행 등 모바일을 넘어 사물인터넷(IoT)와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주역으로 주목받는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러한 혁신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생활밀착형 단말이 5G를 지원해야 한다. 실제 2011년 7월 1일 국내에서 4G LTE가 처음 상용화될 당시에는 정작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없어 시장 체감 반응이 느렸다. 이통사는 4G LTE 모뎀과 휴대용 라우터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사용자는 미미했다. 이후 3개월 만인 9월 말 삼성전자가 ‘갤럭시S2 LTE’를 출시하면서 4G LTE 가입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글로벌 이통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이전과 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한편, 최초의 5G 스마트폰 출시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3월 국내에서 첫 5G 스마트폰을 선보일 전망이다. 내년 3월은 우리 정부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못박은 시점이자 국내 통신 3사가 일제히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한 시점이기도 하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9 언팩 행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3월 국내에서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것은 이통사와 협의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언급한 5G 스마트폰이 ‘갤럭시S10’은 아니다. 5G 상용화 초기에는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초고주파 대역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 구현이 힘들기 때문에 일부 서비스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한정판 형태의 제품이 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5G가 적용되는 것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때맞춰 5G NR 릴리즈-15 표준을 적용한 5G 통신 칩 ‘엑시노스 모뎀 5100’도 공개했다. 엑시노스 모뎀 5100은 하나의 칩으로 5G는 물론, 2G에서 4G LTE까지 모두 지원하는 멀티 모드 통신을 지원해 내년 4G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5G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통신 칩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주파 칩(RFIC), 전력관리 칩(PMIC) 등 부수적인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엑시노스 모뎀 5100 모듈의 본격적인 공급 시점은 올해 말이 될 전망이다.

◇ ‘최초' 타이틀 두고 내년 3월 전후 치열한 속도전 예고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타이틀에 가장 목매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를 비롯해 레노버, 원플러스 등은 일제히 내년 상반기 중 5G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의 5G 상용화 시점인 3월을 전후로 치열한 속도전이 예상되는 이유다.

창청 레노버그룹 부총재는 지난달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레노버가 5G 통신 칩을 탑재한 세계 첫 5G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에서 레노버의 5G 스마트폰 등장 시점을 내년 초로 내다보는 만큼 최초 타이틀을 두고 삼성전자와 촌각을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는 내년 2분기 중 첫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6월 열린 MWC 상하이 2018 기조연설에서 "내년 3월 상용 5G 통신 칩과 관련 솔루션을 내놓고, 6월쯤 5G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최근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이라며 ‘모토 Z3’를 공개했으나, 이 제품은 아직 시제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일찍이 미국 연방통신국에 5G 주파수 사용 승인을 받았으나, 5G를 지원하는 아이폰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은 없었다.

미국 4위 이통사인 스프린트는 LG전자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중 북미 지역에 5G 스마트폰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프린트는 "LG전자 스마트폰이 북미 첫 5G 스마트폰이 될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스프린트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로, 미국 3위 이통사 T모바일과 합병 추진 중이기도 하다. 덩치를 키워 북미 이통시장 1위 버라이즌과 2위 AT&T를 위협하는 한편, 5G 스마트폰 초기 수요를 선점해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19년 5G 스마트폰 첫 출시 이후 2년 만인 2021년이면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 기존 통신 기술을 연동하는 방식에서 5G 단독 네트워크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증가세에 접어들고 그 중심에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