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파괴] ⑦그림동화 '리뉴얼'에도 잔혹함 유지한 '노간주 나무'

입력 2018.08.18 06:00

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은 높은 매출로 영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2013년작 ‘겨울왕국’의 경우 미국에서만 4억달러(4476억원), 전 세계 12억7648억달러(1조4283억원)의 극장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IT조선은 디즈니가 원작으로 어떻게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작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1812년 초판이 출간된 그림동화는 성서 만큼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폭넓게 읽힌 책이다. 지금까지 160개 언어로 번역됐다.

초판의 일부 이야기는 잔인하면서도 성(性)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어린이용 동화책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인 그림 형제는 총 일곱 번에 걸쳐 그림동화 리뉴얼 버전을 내놓았고, 내용도 지속적으로 순화했다.

하지만, 그림동화 초판부터 7판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잔혹함을 유지한 작품이 있다. 바로 그림동화 47번째 이야기인 ‘노간주나무(Von dem Machandelboom·KHM47)’가 그 주인공이다.

◇ 자신 죽인 계모에 대한 복수극 그린 ‘노간주나무’

노간주나무는 계모가 전처의 아들을 죽이고, 아들의 몸을 잘게 토막 내 만든 고기로 스튜를 만든 후 아들의 친아버지에게 먹인다는 잔인한 내용이 담겼다. 전체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옛날 사이가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부부가 살던 집 앞마당에는 노간주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부인은 나무 아래에서 사과 껍질을 깎다 손가락을 벤다. 부인의 피는 한 겨울 나무 아래 쌓인 눈에 떨어진다.

부인은 땅에 떨어진 피를 보며 피처럼 붉고 눈처럼 새하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 뒤 부인은 남자아이를 낳지만 출산 충격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은 부인의 살아생전 유언에 따라 노간주나무 아래 사랑하는 부인을 묻는다.

노간주나무 동화책 일러스트. / 자비나기 갈무리
부인의 죽은 후 남자는 새 아내를 맞이하고, 둘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난다. 새엄마는 남편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지만, 자신의 딸은 소년을 잘 따르며 사이가 좋았다.

소년의 집에는 사과 등 식품을 보관하는 철 자물쇠가 달린 큰 상자가 있었는데, 계모는 전처의 아들을 상자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년에게 상자 속 사과를 하나 꺼내달라고 하는데, 소년이 사과를 찾기 위해 상자에 머리를 넣는 순간 새엄마는 강한 힘으로 덮개를 닫는다. 이와 함께 소년은 목이 떨어져나가며 그 자리에서 죽는다.

계모는 소년의 몸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올린 뒤 하얀 천으로 떨어져 나간 목을 감아 고정시킨다. 자신의 살인죄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다. 집에 돌아온 딸은 오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말을 걸었지만 대꾸가 없었다. 엄마의 요구에 따라 오빠의 빰을 때리는데, 그 순간 소년의 머리가 굴러 떨어진다. 계모는 겁에 질린 딸을 달랜 뒤 소년의 몸을 토막낸 후 살을 발라 스튜를 만든다.

집에 돌아온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없는 이유를 묻지만, 친척 집에 갔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후 아버지는 식사로 나온 스튜를 맛있게 몇 그릇을 먹는다.

노간주나무 동화책 일러스트. / 위키피디아 갈무리
오빠의 죽음으로 슬픔에 가득 찬 여동생은 오빠의 뼈를 모아 비단 천으로 감싼 뒤 노간주나무 아래에 뭍는데, 그 때 오빠의 뼈가 아름다운 새로 환생한다. 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뒤 하늘 높이 날아간다. 새가 된 오빠의 노랫소리에 여동생은 비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새가 된 소년은 귀금속 세공 기술자의 집으로 날아가 "어머니가 나를 죽이고 아버지가 나를 먹었네. 여동생이 내 뼈를 비단 천에 감싸 노간주나무 아래에 묻었네"라는 노래를 부른다. 금세공 기술자는 새에게 노래를 한 번 더 들려줄 것을 부탁하자 새는 금목걸이를 요구한다. 기술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욕심에 금목걸이를 흔쾌히 건넨다.

새는 구두 가게로 날아가 같은 노래를 부른다. 새의 아름다운 노래에 반한 구두 장인은 새에게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선물한다. 새는 방앗간으로도 날아가 노래를 부르고 노랫 값으로 맷돌 하나를 받는다.

금 목걸이와 빨간 구두, 맷돌을 얻은 새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날아가 같은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반해 소년의 아버지가 집을 나서자 새는 금 목걸이를 선물한다. 여동생에게는 빨간 구두를 준다.

노간주나무 동화책 일러스트. / 올리비아 코드레이 갈무리
노랫말을 듣고 겁에 질린 계모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지만, 남편이 금 목걸이를 받고 딸이 빨간 구두를 받는 것을 보며 마음을 바꾼다. 새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새엄마의 머리 위로 무거운 맷돌을 떨어뜨리고, 맷돌에 깔린 계모는 몸이 뭉개져 즉사한다.

그 때였다. 계모가 죽은 자리에서 불빛이 피어 오르고, 그 빛 속에서 새가 된 소년이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자신을 죽인 계모에게 복수하고 일상의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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