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여전한 애플, 배터리게이트 소장 송달 거부

입력 2018.08.20 17:53

애플의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이하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 국내 최대 규모로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이 애플의 ‘꼼수’로 제자리 걸음 중이다. 법원이 지정한 변론기일과 최종 판결일도 연기될 전망이다.

20일 법무법인 한누리는 "주된 피고인 애플 본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외송달(영사송달)이 수취거부로 무산됐다"며 "유수의 다국적 기업인 애플이 영문 소장의 원고명단 누락을 구실로 재판 개시를 위한 필수요건인 소장 송달을 거부한 것은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손상된 아이폰. / 애플인사이더 갈무리
한누리는 3월 30일 아이폰 고객 6만3767명을 대리해 애플 본사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127억5340만원으로 원고 1인당으로 따지면 20만원이다. 원고는 아이폰 손상 피해와 함께 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한누리에 따르면 애플은 소장에 첨부해야 하는 원고 명단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취를 거부했다. 6만명에 달하는 원고의 이름과 주소를 영문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집단소송의 허점을 잡고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창 한누리 변호사는 "영사송달에 포함될 소장 영문본에 원고 6만명 명단을 보충한 후 이를 재차 송달하도록 법원에 신청한 상태다"라며 "애플이 같은 이유로 수취를 거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5월 17일 애플본사에 대한 영사송달을 위해 잠정적으로 변론기일과 최종 판결일을 지정한 바 있다. 1~3차 변론기일은 각각 9월 20일·11월 22일·2019년 1월 24일이며 최종판결일은 2월 21일이었다.

하지만 애플의 수취거부로 변론기일과 판결 일정은 예정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영사송달에 걸리는 시간과 기일 준비시간을 감안하면 1차 변론기일이 2019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변호사는 "법원이 새롭게 기일을 지정하면서 소송 일정은 전체적으로 지연될 수 있다"며 "애플이 먼저 소송을 제기한 미국 내 소송 추이를 지켜보며 한국에도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사송달 규칙상 상대방이 수취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한누리는 향후 절차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영사송달 대신 공시송달을 고려하고 있다. 공시송달이란 피고인 소재가 파악되지 않을 때 소환장 등을 법원게시판에 게재하고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송달 방법이다.

한편 한누리 외 국내에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휘명,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 역시 아직 애플 본사의 답변서를 받지 못했다. 애플코리아는 소송을 대비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5명의 공동변호인단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3월 답변서를 통해 "원고는 피고의 행위 일체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등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도 피고 애플코리아의 책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아이폰 성능저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애플코리아와 무관하며 본사와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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