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는 삐에로쑈핑이 문을 연지 50일쯤 됐다. 삐에로쑈핑은 소비자에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대체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고객 수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삐에로쑈핑은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돈키호테와 달리 타깃층이 불명확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상품이 어디 진열돼 있는지 직원조차 알지 못한다는 점이 독으로 작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역 상가와의 상생 문제, 성인용품 관리 부실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삐에로쑈핑이 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정용진 부회장의 책임론까지 거론된다. IT조선은 오픈 50일째를 맞이한 삐에로쑈핑의 현황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주]

일본 유통 업계는 ‘돈키호테’가 차별화된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파격적인 가격도 소비자를 모시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이 진두지휘해 만든 삐에로쑈핑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이 없다. 이마트가 ‘노브랜드’를 내세운 것과 비교해 대비된다. 돈키호테의 성장을 이끌었던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제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유통 업계에서는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달리 유통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삐에로쑈핑. / 김형원 기자
삐에로쑈핑. / 김형원 기자
◇ 돈키호테, 저렴한 PB 상품으로 ‘관심집중’

돈키호테의 자체 브랜드 상품 핵심 전략은 특정 카테고리 상품을 특화시켜, 경쟁사 매장과 차별화한다. ‘저렴한 가격’은 기본이며, 여기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소비 니즈에 발 빠르게 움직여 구매자의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

일 예로, 돈키호테는 2017년 6월 PB 상품인 ‘정열가격 플러스(情熱価格プラス)’ 신상품으로 UHD 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의 화면 크기는 50인치에 달하지만, 가격은 5만4800엔(55만원)으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일본 트위터에는 ‘50인치 파격가 UHD TV’가 화두가 됐다. 관심은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50인치 UHD TV는 출시 후 1주일도 안돼 초기생산분 3000대가 완판됐고, 추가 수요로 8월 1400대를 더 팔았다.

돈키호테에 따르면 자체 브랜드 ‘정열가격’ 매출 비율은 2017년 기준 전체 매출 대비 11%에 달하며, 전체 순이익 중 15.9%가 자체 브랜드 상품을 통해 창출됐다. 2017년 기준 2000개 이상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매장에 배치했으며, 스포츠 패션 브랜드 ‘액티브기어’, 트렌드 캐쥬얼 웨어 브랜드 ‘리스토레이션(Restoration)’ 등 자체 브랜드를 늘린다.

돈키호테 마스코트 캐릭터 ‘돈펜’과 자체 브랜드 ‘정열가격’ 로고. / 돈키호테 갈무리
돈키호테 마스코트 캐릭터 ‘돈펜’과 자체 브랜드 ‘정열가격’ 로고. / 돈키호테 갈무리
◇ 정용진 부회장, 1년 준비했다고 하지만…
하지만,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의 신성장 동략이라 평가받는 자체 브랜드 상품 자체가 없다. 매장에 진열된 상품도 이마트에서 판매되던 것이 많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3월 "1년간 삐에로쑈핑(오픈)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벤치마킹 대상의 가장 핵심은 가져오지 못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1년이라는 시간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기획·개발해 실제 상품까지 내놓는데 무리가 있다고 평가한다.

삐에로쑈핑은 돈키호테를 모방했지만, 정작 돈키호테의 핵심인 ‘저렴한 가격’은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의 경우 대부분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전자제품의 경우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측은 삐에로쑈핑과 이마트 상품이 겹치는 비율이 30%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조사해보니 보수적으로 봐도 50%가 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