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가 하반기 8K 초고해상도 패널,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프리미엄 TV 시장 경쟁의 기준을 한 차원 끌어올려 중화권 디스플레이 굴기에 기술력으로 대응하는 한편, 고부가 제품으로 수익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스플레이 해상도별 비교 이미지. /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디스플레이 해상도별 비교 이미지. /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당장 예고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격전지는 8월 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8’이다. 매년 IFA에서는 ‘가전의 꽃'이라 불리는 TV를 두고 글로벌 전자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이번 IFA 2018에서도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근 전자 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인공지능(AI)과 스마트 홈이 주류로 부각할 전망이다.

◇ 프리미엄 TV 시장서 4K 시대 6년…이제는 ‘8K’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IFA 2018에서 AI 기술을 적용한 8K QLED TV를 선보인다. 삼성전자는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8에서 85인치 크기의 8K QLED TV를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하반기 65~85인치 크기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IFA 2018은 실제 상용화 제품의 데뷔 무대가 되는 셈이다.

LG전자도 이에 대응해 88인치 크기의 8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연초 88인치 8K OLED 패널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는 현존하는 TV용 OLED 패널 중 가장 큰 초대형이자 초고해상도 제품이다.

8K는 현재 프리미엄 TV의 기준인 4K의 해상도 3840×2160보다 4배 세밀한 7680×4320 해상도를 말한다. 8K 패널은 7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의 성장세를 염두에 둔 액정표시장치(LCD) 진영을 중심으로 상용화됐다. 샤프가 2017년 10월 8K TV를 선보인 데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2018년이 8K TV의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신제품 출시 시기를 조율해왔다.

TV 시장은 6년 주기로 굵직하게 해상도 진화를 거듭했다. 2000년 HD(1280×760)에서 2006년 풀 HD(1920×1080), 2012년 4K, 2018년 8K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물론, 이는 제품 상용화 기준으로, 실제 대중화 시기는 이보다 몇 년 더 걸린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8K TV 시장이 100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2022년에는 54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5인치 이상 TV 시장에서 4K 제품 비중이 95%에 달한다. 영화 업계는 이미 4K를 넘어 6K, 8K로 촬영한 콘텐츠를 생산 중이다. 비록 아직 가정용 8K 콘텐츠는 거의 없지만, TV 제조사 입장에서는 미리 생태계를 선점하고 관련 표준에 대응해야 시장 선도 사업자라는 이미지를 꿰찰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8K 콘텐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신제품에 기존 풀 HD나 4K 해상도 콘텐츠를 8K급으로 업스케일링해주는 AI 기반 고화질 변환 기술을 적용했다. 애초부터 8K로 제작된 콘텐츠와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TV 크기가 커질수록 해상도에 민감한 소비자에게는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LG전자도 2018년형 OLED TV부터 AI 화질 엔진 ‘알파9’을 탑재했는데, 해상도 업스케일링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 LCD·OLED 이어 ‘마이크로 LED’까지 주도권 재확인

이번 IFA 2018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마이크로 LED’다. 마이크로 LED는 수십~100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크기의 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LED를 촘촘히 배치해 만드는 디스플레이로, 현존하는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이 기술을 적용한 146인치 초대형 디스플레이 ‘더 월'로 주도권을 잡았다. LG전자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 개발 중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상용화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마이크로 LED 기술을 개발 중인 LG디스플레이도 현 단계에서는 제작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 제품을 굳이 만들 수는 있지만,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LG전자는 6개월여 만에 마이크로 LED 기술에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전자 업계는 LG전자가 이번 IFA 2018에서 170인치가 넘는 초대형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LG전자가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제품 크기만 놓고 볼 때 우선 상업용 시장을 타깃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는 일정 크기로 제작한 모듈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크기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크기의 소비자용 제품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LG전자보다 한 발 먼저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는 IFA 2018에서 초기 상업용 시장을 타깃으로 선보인 더 월의 양산 제품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B2C 거래선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문장(사장)은 더 월의 소비자용 제품 브랜드가 ‘더 월 럭셔리'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가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 경쟁에 합류하게 되면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마이크로 LED의 경우 일찍이 중국과 일본 업체가 공공연히 기술 선점 의지를 드러낸 바 있어 기술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IFA 2018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술 현주소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