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용진 삐에로쑈핑 또 베끼기 논란…'차별화' 없으면 성공도 없다

입력 2018.08.24 11:39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공을 들인 요지경 만물상 ‘삐에로쑈핑’에 대한 설왕설래가 멈추지 않는다. 삐에로쑈핑이 일본 만물상 돈키호테와 거의 똑같다는 ‘베끼기 논란’이 나오는 가운데, 차별화 없는 운영 탓에 미래가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삐에로쑈핑은 ▲잡화와 식품에서 성인용품에 이르기까지 수만개가 넘는 제품 ▲상품을 노출하기 위해 일부러 복잡하게 구성한 내부 구조와 동선 ▲B급 감성을 자극하는 매장 분위기 등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은 돈키호테를 판에 박은 듯 닮았다. 삐에로쑈핑의 베끼기 논란에 대해 정 부회장은 벤치마킹(타사의 성공 사례를 재현해 배우는 것)을 했다고 밝혔다.

벤치마킹은 엄연한 경영혁신 기법인 만큼 정 부회장의 시도를 폄훼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벤치마킹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만의 ‘차별화’ 요소다. 차별화 없는 벤치마킹은 베끼기 논란만 가중시킬 뿐 성공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

수많은 삐에로쑈핑 방문 후기를 보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 대부분은 대형 마트에서도 구입할 수 있고 가격 역시 저렴하지 않다는 지적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장을 직접 방문해 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별화 없이 일본 돈키호테의 외양과 재미만 따라한 삐에로쑈핑의 인기는 개장 초기와 달리 한풀 꺾인 모습이다. 삐에로쑈핑은 개장 열흘만에 11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붐볐지만, 두 달이 지난 8월 매장 분위기는 한결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 돈키호테는 개성과 가격이라는 차별화를 앞세워 해마다 8조3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삐에로쑈핑 매장 한 관계자는 "개장 당시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크게 붐비지 않는다"고 말했다. 삐에로쑈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 상품이나 저렴한 가격 등이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가의 성장은 이미 멈췄다는 평가다. 출점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 규제에 이어 무섭게 성장한 온라인 유통망이 오프라인 업체의 목을 조르는 형국이다.

정 부회장은 성공한 해외 유통가를 벤치마킹해 오프라인 상점의 난국을 타개하려 했다. 신세계가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따라한 사례는 삐에로쑈핑에만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는 영국 대규모 쇼핑몰 웨스트필드를 닮은 스타필드, 캐다나 PB(Private Brand) 노네임과 빼다박은 이마트 PB 노브랜드, 일본 무인양품을 연상케 하는 이마트 자주 등도 내놓았다.

하지만, 철저한 연구·분석을 토대로 차별화를 가미하지 못한다면 벤치마킹 노력은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특히 삐에로쇼핑의 경우 지금과 같은 안이하게 운영한다면 베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삐에로쑈핑은 이제 겨우 첫 매장을 열었을 뿐이다. 이마트측은 서울 동대문을 비롯해 두세곳에 삐에로쑈핑을 추가로 열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마련될 삐에로쑈핑 2, 3호점이 그저 그런 일본 돈키호테의 카피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느냐 아니면 정 부회장의 야심대로 혁신적인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되느냐는 차별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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