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는 비극적이거나 성관계나 폭력적인 내용으로 그려진 원작 동화를 손주부터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즐겨보는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원작이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맺음 되거나 성(性)적 혹은 폭력적인 묘사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작품이라 할지라도 디즈니의 손길을 거치면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작품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고전 동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디즈니 극장 애니메이션은 높은 매출로 영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달성한 2013년작 ‘겨울왕국’의 경우 미국에서만 4억달러(4476억원), 전 세계 12억7648억달러(1조4283억원)의 극장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IT조선은 디즈니가 원작으로 어떻게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었는지 디즈니 프린세스 애니메이션 작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영화 슈렉2에서 귀여운 눈망울로 적 병사들을 무장해체시킨 마성의 매력을 가진 고양이 ‘푸스(Puss in Boots)’는 동화 ‘장화신은 고양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캐릭터다.

슈렉2 속 장화신은 고양이. / 유튜브 갈무리
슈렉2 속 장화신은 고양이. / 유튜브 갈무리
평민 출신 주인을 왕족으로 만드는 비상한 머리를 가진 고양이의 활약상을 그린 이 이야기는 사실 1812년 그림형제가 펴낸 동화책에 실린 바 있지만, 1819년에 출간된 그림동화 2판에서는 삭제됐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그림동화에서 삭제된 것은 169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내놓은 ‘장화신은 고양이(Le Chat botté)’와 내용이 똑같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림형제는 동화책 초판에 실렸던 장화신은 고양이를 지우고 그 대신 ‘세 가지 말(Die drei Sprachen)’이란 이야기를 집어 넣는다. ‘세 가지 말’ 이야기는 귀족인 아버지가 바보라고 생각해 버린 아들이 로마 교황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내용을 담았다.

◇ 그림동화 초판에서 삭제된 장화신은 고양이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출간된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 또는 콩트(Histoires ou contes du temps passé. Avec de moralités Contes de ma mère l'Oye.)’ 책에 등장하는 ‘장화신은 고양이’ 이야기는 방앗간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죽기 전 셋째 아들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방앗간 주인은 자신이 죽기 전 장남에게 방앗간을, 차남에게 당나귀를, 막내 아들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남긴다. 형에 비해 유산이 보잘 것 없다 생각한 막내는 고양이에게 푸념을 늘어 놓는데, 이 고양이는 "나에게 장화와 주머니를 주면 당신이 얻은 유산이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한다.

장화와 주머니를 받은 고양이는 숲에서 토끼를 잡아 왕에게 "내 주인인 카라바 공작이 사냥해 잡은 동물 일부를 왕에게 바치고 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며 숲에서 잡은 토끼를 왕에게 바친다. 그러자 왕은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라고 말한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숲에서 사냥한 동물을 왕에게 갖다 바쳤고, 왕과 고양이는 친근한 사이로 발전했다.

왕에게 환심을 샀다고 판단한 고양이는 주인인 방앗간 막내 아들에게 길 가에서 목욕할 것을 권한다. 주인이 몸을 씻자 장화신은 고양이는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왕과 공주에게 가서 주인인 카라바 공작이 몸을 씻는 동안 옷가지 등을 도둑 맞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평민 신분의 주인을 귀족 신분으로 탈바꿈시키는 동시에 궁전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다.

고양이의 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궁전 마차를 이끌게 된 고양이는 마을 곳곳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이 땅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거든 카라바 공작의 토지라고 말해야 되며, 이를 어기면 죽임을 당한다고 사람들을 협박한다.

고양이의 생각대로 왕은 밖을 다니며 땅의 주인에 대해 물었고, 백성은 고양이의 말 대로 땅이 카라바 공작의 것이라고 말한다.

고양이가 카라바 공작의 땅으로 둔갑시킨 곳에는 마법으로 몸을 자유자재로 변신시킬 수 있는 괴물 ‘오우거’의 성이 있었다. 고양이는 오우거를 상대로 제 아무리 대단한 변신술을 가졌어도 생쥐로는 변할 수 없을 것이라며 두뇌 게임을 펼친다.

고양이 꾀에 속아 넘어간 오우거는 생쥐로 변했고, 고양이는 그 틈을 타 생쥐로 변한 오우거를 먹어버렸다.

괴물의 성을 주인의 성으로 둔갑시킨 고양이는 왕을 불러들여 이 곳이 카라바 공작의 성이라고 말한다. 방앗간 막내 아들은 본래 성품이 좋았기에 공주의 마음을 샀고, 왕은 방앗간 셋째를 아들로 맞아들인다.

공주와 결혼해 진짜 귀족이 된 방앗간 셋째 아들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장화신은 고양이에게도 귀족 신분을 내린다.

◇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진 장화신은 고양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전래되는 이야기도 장화신은 고양이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탈리아판 장화신은 고양이(La volpe Giovannuzza) 주인공은 고양이 대신 ‘여우’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9년 일본에서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동화(東映動画·현재 토에이 애니메이션)는 동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69년 ‘장화신은 고양이’를, 1972년 ‘장화 삼총사’, 1976년 프랑스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 장화신은 고양이를 더한 ‘장화신은 고양이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제작한다.

2011년작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2011년작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세계적으로 장화신은 고양이 붐을 일으킨 작품은 2004년 공개된 영화 ‘슈렉2’다. 슈렉2에서 장화신은 고양이는 검사 조로와 마성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그려져 일약 스타 캐릭터 자리에 오른다.

슈렉2와 함께 인기가 높아진 장화신은 고양이는 2011년작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Puss in Boots)’로 전 세계 5억5000만달러(6185억원)의 수익을 거둬 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