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식의 밀리터리 프라모델 세계] ⑱다용도 기관총과 분대 지원 화기

  • 유승식 회계사·프라모델 애호가
    입력 2018.09.08 08:18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보는 영화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총이 등장한다. 형사물 같은 것에는 대부분 권총이 사용되지만, 액션 영화나 전쟁 영화에서는 대부분 연발총이 등장하게 된다.

    2차대전후 미군의 제식 GPMG로 등장한 M60 기관총. 여러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전 미군을 상징하는 기관총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 구글 갈무리
    영화에서야 연발총으로 그냥 "드르륵~" 갈겨버리면 악당들이 다 나가떨어지고 탄약도 무한정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연발총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로보캅의 연발권총인 오토 나인. 실은 베리타 M93을 개조하여 만든 가상의 권총이다. 이런 총은 로보캅이 사용하면 백발백중이겠지만, 일반인이 쏘게 되면 거의 명중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 KGC 제공
    연발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로보캅이 사용하는 연발 권총인 ‘오토나인(Auto 9)’이나 1990년대 거의 모든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기관단총인 ‘MP5’ 시리즈는 위력이 낮은 권총탄을 연발로 쏘는 총이다.

    1990년대까지 세계 최고의 기관단총으로 불린 MP5. 사진은 소음기를 장착한 MP5SD 모델이다. 연사병기이지만 위력은 일반 기관총보다 훨씬 떨어진다. / H&K 제공
    이런 총은 연발총이긴 해도 위력이 크지 않고 명중률도 그리 높지 않다. 또 차량의 대공화기 등으로 사용하는 구경 12.7㎜(3인치)가 넘는 중(重)기관총이 있는데, 이런 중기관총은 크기 자체가 거의 사람 키만해서 쉽게 다루기는 어렵고, 탄약도 별도의 전용 탄약을 사용한다.

    위 두 가지 연발총의 중간적인 존재가 바로 보병 전투에서 사용하는 경기관총과 중기관총인데, 이번 회에서는 이들 기관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 다용도 기관총(GPMG)

    기관단총이 권총탄을 연발로 쏘는 병기인데 비해 ‘기관총(Machine Gun)’이란 위력이 큰 소총탄을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병기다.

    보통 총기들이 탄약 클립이나 탄창을 이용해 탄약을 공급한 데 비해 기관총은 탄약벨트로 지속적해서 탄약을 공급하게 된다.(일부 기관총 중에는 신속한 이동을 위해 탄창을 사용하는 것도 있다)

    기관총은 크게 두 가지 모순점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로 총탄을 연발로 쏘기 위해서는 총신이 연발 사격에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총도 묵직해 탄약이 안정적으로 발사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안정적인 지속 사격능력을 갖추려면 총의 무게가 최소한 30~40㎏이상 돼야 하므로 신속한 이동이 불가능하고, 특히 공격 작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지속 사격도 가능하고, 경량화되어 신속한 이동도 가능하도록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문제를 가장 먼저 지혜롭게 해결한 것이 바로 2차 세계대전의 독일군이었다. 독일군 병사의 기본 화기는 5발 클립을 장탄해 한 발씩 수동으로 장전해 쏘던 ‘Kar98k 소총’이었지만, 분대 화력의 중심을 소총이 아닌 기관총으로 한다는 진보된 사고에 따라 독일군은 7.92㎜ 구경의 ‘MG34’라는 기관총을 대량으로 도입해 부족한 분대 화력을 보충하게 된다.

    이 기관총은 벨트 급탄으로 사격하는 여느 기관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당시로써는 혁명적인 기관총으로 평가받고 있다. MG34는 벨트 급탄 뿐만 아니라 50발들이 탄창도 사용할 수 있고, 무게도 11㎏쯤이라 신속한 이동이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장에서 총신을 바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당한 지속 사격 능력을 확보했다.

    게다가 무게 약 19㎏의 3각대에 MG34 기관총을 얹으면 총 무게 30㎏의 중(重)기관총으로 변신할 수도 있었다.

    같은 기관총이 받침대 하나 놓는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기관총으로 사용할 때는 사정거리가 800m에 불과한 것이 3각대에 얹게 되면 유효사거리가 1800m로 늘어나고, 때에 따라서는 3000m 밖의 적도 공격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관총 사격에서 거치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바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MG34는 각종 차량에 얹어 차재 기관총으로도 사용할 수 있었고, 대공용 거치대에 얻어 대공화기로도 사용하는 등 글자 그대로 만능 기관총이었다.

    이 기관총의 탄생을 계기로 개인 화기인 소총탄을 사용하면서 경기관총과 중기관총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기관총을 ‘다용도 기관총(GPMG-General Purpose Machine Gu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해변에 상륙하는 미군들을 쓸어버렸던 MG42 기관총. 사진은 바이포드를 이용하여 경기관총으로 사용 중인 상태다. / 구글 갈무리
    그리고 독일군은 이어서 MG34를 개량해 생산성을 높이고 발사 속도가 분당 1200발이나 되는 다용도 기관총을 등장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히틀러의 전기톱’이라고 불리우는 ‘MG42’ 기관총이다.

    이 기관총은 2차대전이 끝난 뒤에도 7.62㎜ NATO 표준탄을 사용하도록 개량해 서독 육군을 거쳐 통일 독일 연방군에 이르기까지 MG1, MG3이라는 명칭으로 계속 사용되었고, 차세대 기관총인 MG5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인 지금도 사용 중이다.

    3각대에 실어 중기관총으로 사용되는 MG42. 영화 ‘철십자훈장’의 한 장면으로서, 경기관총인 MG42가 중기관총으로 변신하고 있다. / 에미 갈무리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첫 장면에서 해변으로 상륙하는 미군들을 쓸어버리던 기관총도 바로 MG42 기관총이다. MG42에 혼쭐이 난 미군은 대전 중 MG42를 카피 생산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하는데,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다.

    2차대전후 미군은 다시 차분하게 신형 다용도 기관총의 개발에 착수해 새 기관총을 만들게 되는데, 이 기관총이 바로 우리가 보통 ‘엠육공’이라고 부르는 M60 기관총이다. M60은 베트남전에 투입되어 널리 사용되었고, 베트남 미군의 수호신이 되었다.

    하지만 M60은 여러 가지 결함도 있었다. 총신 교환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총신을 교환할 때 총구 앞에 달린 바이포드(양각대)까지 같이 바꾸어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총신 교환 핸들이 없어 정신없는 전쟁터에서도 꼭 석면 장갑을 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총신 교환은 상당히 자주 해주어야 하는데, 매뉴얼 상 분당 150발을 사격하게 되면 5분에 한 번씩 총신을 바꾸어 주어야 하고, 분당 250발을 사격하면 2분에 한 번씩 총신을 바꾸어 주어야 하므로 이처럼 총신 교환이 불편한 점은 중대한 약점이었다.

    미군이 M60을 퇴출시키고 채용한 M240기관총. 벨기에 FN사에서 개발한 총으로, 미국 말고도 영국 등 여러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 밀리터리 투데이 갈무리
    이런 결함 말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M60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미군은 1980년대 후반 M60을 퇴출시키고 제식 다용도 기관총을 벨기에의 명문 총기회사인 FN사에서 만든 ‘FN/MAG’라는 기관총을 ‘M240’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하게 된다.

    ◇ 현대의 분대 지원화기

    2차대전 후 M60을 도입해 미군도 다용도기관총(GPMG)의 시대를 열었지만 베트남전에서 월맹군과 베트콩이 사용하던 소련제 AK-47 돌격소총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당시 미군의 제식소총이었던 7.62㎜ 구경 ‘M14 소총’은 2차대전 당시의 주력 소총이던 M1 개런드 소총의 연발 형에 해당하는 소총으로서, 너무 무겁고 다루기가 어려워 베트콩의 AK-47에 비해 너무나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 바로 드러났다.

    그래서 미국이 부랴부랴 도입한 것이 5.56㎜ 고속탄을 사용하는 그 유명한 M16 돌격소총이다. 돌격소총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또 하게 되겠지만, M16 소총과 AK 소총 시리즈는 이후 전 세계 돌격소총의 양대산맥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M16의 도입으로 분대 화력을 지원하는 M60 기관총은 7.62㎜ 구경의 탄약을, M16 소총은 5.56㎜ 탄약을 사용하게 되어 보급의 비효율성이 생겨났다.

    게다가 M60 기관총의 구경이 큰 탄약은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했고 탄약의 위력이 커서 정확한 사격도 어려웠다. 베트남전에서 M60은 분대화력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활약을 보였지만, 그만큼 단점도 많았다.

    결국 미군은 M60 같은 GPMG로 분대 화력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돌격소총탄과 같은 탄약을 사용하는 지원화기를 도입하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보병이 장비하는 ‘분대 자동화기(SAW-Squad Automatic Weapon)’다.

    미군의 현대 분대지원 기관총 M249 미니미. 각 분대당 2정이 지급되고 있다. 사진은 영화 ‘블랙호크다운의 한 장면이다. / 콜롬비아픽처스 제공
    미군은 1970년대말부터 분대 자동화기 선정 사업을 시작해 800m 거리에서 병사의 헬멧을 관통할 수 있는 경기관총을 요구했다. 여기에 여러 총기 회사가 참여해 경쟁한 끝에 벨기에의 FN사에서 개발한 미니미(Minimi)라는 경기관총이 선정되어 M249 SAW로 제식채용되게 된다.

    미니미는 무게 10㎏으로 병사 1명이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경기관총이다. M16 계열의 5.56㎜ 탄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급할 때는 M16 소총의 30발 탄창을 그대로 꽂아 쓸 수도 있다. 보통은 200발 탄약 벨트를 담은 플라스틱제 또는 캔버스제 탄창을 사용하고 사격속도는 분당 700발과 1100발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총신 교환 핸들로 간단하게 조작해 8초만에 총신을 교환할 수 있고, 3각대에 얹어 안정적인 사격을 할 수도 있다. SAW 1정은 돌격소총의 20배에 해당하는 화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미군은 1개 분대당 2정의 SAW를 보급하고 있다.

    미군이 M249 미니미를 채용한 이후 다른 나라들도 분대 자동화기를 도입하게 된다. 많은 나라가 미니미의 라이선스판 또는 카피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한국도 미니미와 비슷한 K3 경기관총을 도입하고 있다. 미니미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서는 제식 돌격소총의 몸체에 더 길고 두꺼운 강화형 총신을 채용한 분대 자동화기를 도입하였다.

    하지만 인간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 돌격 소총과 SAW의 콤비로 보병 화력을 정비한 미군은 2003년 이라크전 이후 약간 생각을 바꾸게 된다. 이라크에서 10년 동안 전투를 벌인 미군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많은 환경에서 5.56㎜탄을 사용하는 분대 지원화기가 너무 위력이 약하다는 것을 통감했다.

    SAW의 도입 이후에도 M240 GPMG를 완전히 내버린 건 아니었지만, 이라크전을 계기로 7.62㎜탄을 사용하는 GPMG를 다시 중시하게 되면서 장비 수량을 확대하고, 일부 분대원은 베트남전의 유물인 M14 소총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 병사 피규어 프라모델과 소화기

    차량이든 전차든 비행기든 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프라모델에 있어서 병사 피규어는 각종 차량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여러 프라모델 제조사에서 수많은 병사 피규어 세트를 발매 중이다.

    MG42 기관총수와 3각대를 운반하는 부사수의 인형. 이런 인형제작을 통해 차량 같은 플라모델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병사들이 장비하는 각종 화기나 장비품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 유승식
    각 병사들은 모두 소형 화기로 무장하고 있으므로 각국의 병과를 재현한 모형에게 어떤 화기를 쥐여줄 것인가도 아주 재미있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소화기와 함께 붙이는 각 군장의 모양을 통해 어떤 시대 어떤 나라의 병사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여러 모형 제조사에서 다채로운 자세의 병사 피규어를 판매하고 있지만 자기가 마음에 드는 모습의 인형을 직접 제작하거나 기존 제품을 개조해도 되고, 이런 때 총기에 관한 지식이 있으면 더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각 제조사에서는 병사 피규어 세트 외에도 각종 소화기나 군장 세트도 별도로 판매하고 있으며, 이런 것들은 시중의 프라모델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독일군의 소화기를 모아 별도로 판매하는 플라모델. 2차대전 또는 현대의 각국 총기류들도 각 인형 스케일에 맞추어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 타미야 제공
    덕후 중에 혹자는 인형 색칠이 몹시 어렵기 때문에 대충 할꺼면 함부로 내 놓지도 말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는 것 같지만 귀담아듣지 마시기 바란다. 그냥 조립만 해두어도 되고 마음 내킬 때 내키는 만큼 조금씩 칠하면 된다. 운동선수만큼 잘할 거 아니면 운동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너무 속 좁은 얘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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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식 현직 공인회계사(우덕회계법인)는 군사 무기 및 밀리터리 프라모델 전문가로, '21세기의 주력병기', 'M1A1 에이브람스 주력전차', '독일 공군의 에이스', 'D 데이', '타미야 프라모델 기본가이드' 등 다수의 책을저술하였으며, 과거 군사잡지 '밀리터리 월드' 등을 발간한 경력이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한 유승식씨는 현재 월간 '디펜스타임즈'등 군사잡지에 기사를 기고하고 있으며, 국내 프라모델 관련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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