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높이 초대형 TV, '중동 부호' 아닌 우리집 거실에?

입력 2018.09.11 06:00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앞다퉈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100인치를 넘어 200인치가 넘는 초대형 가정용 TV의 등장을 예고했다. 기존 기업간거래(B2B)용 사이니지 기술의 노하우를 가정용으로도 이식하겠다는 계획인데,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격은 차치하고라도 설치하는데 제약이 있어 가정용으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CEDIA 2018에서 전시한 14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9월 6일부터 8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영상·음향 기기 관련 고객 주문형 설치업자 대상 영상기기 전시회 ‘CEDIA 2018’에서 홈 시네마 시장을 겨냥한 초대형 LED 디스플레이 라인업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제품은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첫 선을 보인 146인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더 월'과 픽셀 사이 거리를 1.2㎜ 수준으로 줄인 ‘IF P1.2’ 109인치와 219인치 모델 두 종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가정에 설치하기 적합하도록 상품화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타깃 시장은 초대형 스크린 수요가 있을만한 럭셔리 별장, 고급 주택, 리조트 등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가정에 설치하기 적합하도록 상품화했다’는 설명과 관련해 "통상 옥외에 설치하는 상업용 사이니지와 옥내에 설치하는 가정용 제품의 경우 전자파 및 안전 규격 등 세부적으로 요구하는 기술사양 등에서 차이가 나는데, 이 부분을 가정용 규격에 맞게 손봤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가정용 LED 디스플레이로 취득한 규격은 전자파 규격 EMI 클래스 B, 안전규격 세이프티 60950-1 등이다.

TV의 크기가 146인치에 이르면 일반 가정의 경우 설치 자체가 큰 난관이다. 146인치 더 월의 경우 완성품의 크기가 가로 3.2m, 세로 1.8m에 이른다. 제품을 세우면 웬만한 성인 남성 키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아파트 승객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17인승이 폭 1.8m, 깊이 1.5m, 높이 2.4m이고, 24인승의 경우 폭 2m, 깊이 17.5m, 높이 2.4m 수준임을 고려하면 아무리 세우고 눕혀도 엘리베이터에도 싣지 못한다.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라면 그나마 사정이 낫다. 아니라면 사다리차를 동원해 베란다 창문으로 들이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75인치 UHD TV와 109인치 IF P1.2, 146인치 더 월, 219인치 IF P1.2의 크기를 비교한 그림. / 삼성전자 제공
더 월과 IF P1.2는 기본적으로 상업용 초대형 LED 사이니지의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초대형 LED 사이니지는 일정 크기의 사각 캐비닛을 이어붙이는 모듈 방식으로 초대형 화면을 구현한다. 삼성전자가 더 월을 세계 최초의 모듈러 TV라고 부른 이유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CES 2018에서 가로 32m, 높이 7.8m 규모의 LED 사이니지 조형물을 만드는 데 4926개의 캐비닛을 동원했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솔루션 홈페이지에 따르면, 더 월은 가로 806.4㎜, 세로 453.6㎜, 두께 72.5㎜ 크기의 캐비닛을 이어붙여 만든다. 고객이 원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캐비닛 하나의 무게는 11.8㎏이다. 이 사양대로라면 146인치 더 월을 만드는 데 4×4 총 16개의 캐비닛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더 월 설치를 원하는 가정에 16개의 캐비닛을 운반해 조립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기술적으로 그리 쉬운 게 아니라는 게 전자업계의 중론이다. 최적의 환경을 미리 고려하는 전시장과 달리 일반 가정의 경우 설치하려는 벽이 조금이라도 평평하지 않거나 흠결이 있으면 설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더 월 캐비닛 16개의 무게도 도합 188.8㎏에 이르기 때문에 견고한 사전작업이 요구된다. 초대형 벽걸이 TV를 설치하기 위해 거실 벽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는 셈이다. 초대형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에 아직은 가정용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한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더 월과 IF P1.0는 아직 소비자 가격도 결정되지 않았고, 상징성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 가정보다는 중동 부호나 셀럽 등 특수한 타깃층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고객 설치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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